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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도 지쳤다"... 총기 규제 눈물로 호소한 NBA 감독

스티브 커 감독의 '3분 연설'... 총기규제 거부하는 정치권 규탄

22.05.26 09:09최종업데이트22.05.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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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감독의 총기 규제 호소를 보도하는 CNN 방송 갈무리. ⓒ CNN

 
미국에서 초등학생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가 벌어진 날 총기 규제에 나서지 않는 정치인들을 규탄한 농구 감독의 연설이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최강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이끄는 스티브 커 감독은 25일(한국시각) 2021-2022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4차전 경기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농구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이날 미국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18세 청년의 무차별 총격으로 학생 19명과 성인 2명 등 무려 21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사살됐다(관련 기사 : 미 텍사스 18세 청년이 초등학교에 총기 난사... 21명 사망).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커 감독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고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인종 혐오 및 총기 사건을 꺼냈다.  
 
오늘은 농구에 대해 말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우리 팀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언제나 그랬듯 경기에 나설 것입니다. 그러나 농구는 중요치 않습니다. 얼마 전 버팔로의 슈퍼마켓에서는 흑인들이 살해됐고, 캘리포니아의 교회에서는 아시아인들이 살해됐고, 이제는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살해됐습니다. 도대체 언제 행동에 나설 것입니까? 극도의 슬픔에 빠진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도, 희생자들을을 위해 묵념하는 것도 지쳤습니다.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합니다.

대학 총장이던 아버지가 1984년 레바논에서 테러리스트의 총에 맞아 숨진 아픔이 있는 커 감독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커 감독은 정치인들이 총기 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데도 총기 규제에 나서지 않는다고 거듭 비판했다. 
 

미국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 난사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티브 커 감독과 코치들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트위터

 
특히 커 감독은 미국 하원을 통과한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HR-8) 법안에 대해 2년 넘게 투표를 미루고 있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에 대해 실명까지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하원이 2년 전에 통과시킨 법안을 상원의원들은 투표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를 인질로 잡고 있는 셈입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노인들의 생명보다 당신들의 욕망이 더 중요합니까? 만약 자기 부모와 형제, 자녀와 손자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떤 감정이 들겠습니까?

눈물을 보인 커 감독은 "이제 그만 말하고 싶다. 경기하러 가야 한다"라며 "모두 한심하다"라고 말을 끝맺으며 회견장을 나섰다.

선수들도 커 감독을 강력히 지지했다. 워리어스의 포워드 데이미언 리는 경기가 끝나고 "분유보다 총을 구하는 것이 더 쉬운 것 같다"라며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스테픈 커리도 "커 감독이 말씀하실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상상도 안 된다"라며 "감독님의 모든 말씀은 의미가 있고 영향력이 컸다"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커 감독의 짧고도 완벽한 3분간의 연설은 수많은 미국인의 분노를 가장 잘 반영했다"라고 전했고, CNN 방송도 "커 감독이 더욱 강력한 총기 규제를 위해 격정적으로 호소했다"라고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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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커 총기 난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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