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토지 공공성 회복하고 주거권 보장하기

[2022 지방선거 녹색당 정책 간담회2] 커먼즈-주거권 : 서울의 공유지 사유하기

등록 2022.05.30 09:54수정 2022.05.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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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정책간담회 두 번째 포스터 ⓒ 녹색당


   
지난 4월 말,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을지 OB베어 강제 철거가 일어났다. 무려 여섯 번째 강제집행으로, 건물주인 만선호프의 거주권을 빼앗는 해당 행위를 현재의 법체계로는 대항할 방법이 없다. 그런 한편, 선거철을 맞아 양당의 토건·개발 정책이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중이다.

그 가운데 지난 20일 기후위기 시대의 커먼즈(공유지)와 주거권을 다루는 '2022 지방선거 녹색당 정책 간담회2 – 커먼즈/주거권: 서울의 공유지 사유하기'(주최 녹색당 정책위원회, 주관 녹색당 선거대책본부 정책국)이 열렸다. 

솔방울커먼즈 최희진 활동가, 용산정비창공대위 김윤영 활동가,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박선영 소장,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최경호 소장이 발제자로 참석했고, 녹색당 선거대책본부 정책국 김혜미 위원이 사회를 진행했다. 기후위기 시대 공유지에 대한 끊임없는 착취와 탈취의 현주소를 짚은 후, '마포의 경의선공유지' '용산의 철도정비창 부지' '종로의 솔방울 커먼즈'를 중심으로 커먼즈 활동의 성과와 한계, 남겨지고 버려진 땅의 공공성 회복과 연대와 상호 돌봄 가능성 탐색의 자리를 가졌다.

송현동이 들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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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진 솔방울커먼즈 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 녹색당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희진 활동가는 솔방울커먼즈에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가진 역사를 주목하면서, 공유지로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하며 그 과정을 탐색해왔다. 이들은 이 과정을 '솔방울-하다'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는 '공동으로 만들어낸 것의 가치를 역사적으로 추적해서 특정한 이들이 독점하지 않게 부대끼고 공유하기 위해 치대는 활동'을 의미한다.

현재 송현동은 생태숲공원 등의 제안은 뒷전이 되고 이건희 기증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부지 매입 비용만 5천억 원이고 건립 비용에 국가 예산이 1조원가량 소모되는데, 공개 토론회나 공청회가 한 번도 없었다. 이에 솔방울커먼즈를 포함해 '이건희 기증관 건립 졸속 추진 반대 시민사회단체모임'이 만들어져 원칙, 절차, 명분 모두 없는 추진에 반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송현동이 들을 수 있다면' 가정하고 접근할 때, 개발을 하는가 마는가의 찬반 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인간중심의 관점을 벗어나 새롭게 상상하고 재해석할 여지를 만든다고 말한다. 최희진 활동가는 이렇게 커먼즈에 다시 말을 거는 과정을 통해 지금을 성찰하고 다른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누구도 소유하지 않는 땅으로, 용산정비창에 100% 공공임대주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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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정비창공대위 김윤영 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 녹색당

 
용산정비창공대위 김윤영 활동가는 기후위기 시대 이전처럼 살 수 없다는 절실함을 바탕으로 대안적 도시 만들기를 용산정비창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용산정비창은 1905년 이래 철도 차량을 수용하고 정비해온 곳에서 2011년 차량 기지가 이전되며 빈 공터가 되었고 현재 한국철도와 국토부 등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있다. 2007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라는 홍보문구로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무산되었지만, 다시 공약으로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윤영 할동가는 이 부지가 용산참사가 일어난 곳과도 아주 가깝다며 높은 이윤이 기대되는 공간에서 가장 강력한 폭력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2009년 1월 20일, 다섯 명의 철거민과 한 명의 경찰이 사망한 용산참사는 개발 이익과 시세차익에 떠밀려온 우리 사회 전체의 결과와 같은 비극이었다고 진단했다. 빠르게 개발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비용 투입을 최대한 절약하고 더 많은 차익을 얻기 위해서 좀 빠른 철거가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가장 또 극심한 폭력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부지를 민간 개발에 팔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소유한 채로 미래를 위해 남겨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며 다시 개발의 기대가 넘실거리는 지금, 새로운 방식의 도시 개발에 시민들의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주요한 목표이다. 용산정비창에 100%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서 주거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는 상상을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의선 공유지 운동을 회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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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 장윤석

 
박선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의 활동가로 오랜 기간 활동해왔다. 경의선공유지는 공덕역 인근 철도유휴부지(경의선공유지)로 2012년부터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주도하여 협동조합 '늘장'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열린 공간이다. 하지만2015년을 끝으로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과 마포구 측에서 이랜드공덕의 개발을 위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그 뒤 경의선공유지를 지키기 위한 연대모임이자 개방적인 네트워크로서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이 발족되었고, 경의선공유지를 서울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의 망명지로 서울의 26번째 자치구로 선언한 후 경의선 공유지 대안 계획과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의 소송으로 2019년 퇴거를 결정했다. 

경의선공유지는 현재도 펜스로 둘러싸인 채 텅 비어있다. 그 안에서 있었던 대안을 찾는 여러 실험들이 자본의 이유, 행정의 이유로 사라진 게 안타깝다. 박선영 소장은 경의선 공유지 운동은 도시 난민을 위한 공간 등 개발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있었고, 커먼즈라는 새로운 감각·경험·실험들이 있었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울시의 커먼즈 운동에 주요한 획이었다고 평가했다. 녹색당 마포구 대흥 염리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이숲 활동가를 언급하며, 경의선공유지 운동은 계속 여러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의선 공유지는 모두의 공간이었다고 전했다. 

커먼즈, 하우징, 탈상품적 자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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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최경호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 녹색당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최경호 소장은 오랫동안 주거 공간에 대한 고민으로 사회주택 관련된 활동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그는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사회주택 등 탈상품적 자산화를 확대해나가자고 제안했다. 토지는 공공재는 아니지만 공공성이 짙기에, 완전 경쟁 시장에 던져서 시장주의로 해결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공유할 수 있는 네덜란드의 사회적경제 주거 모델이나, 오스트리아의 공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상호보완 모델을 언급했다. 최경호 소장은 "사회가 만드는 사회적 부동산, 사회적 부동산이 만드는 사회"를 슬로건으로 탈상품적 자산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다고 결론 내렸다. 사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은 참 별로 안 쓰면서 왜 다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얘기만 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발제를 마쳤다.  

기후위기 시대에 정주권 보장

공유지・커먼즈 운동은 녹색당의 주요한 활동이다. 녹색당은 이전의 경의선공유지, 두리반, 궁중족발, 청계천을지로재개발 등의 현장에 멈추지 않고 함께하고 연대해온 역사가 있다. 현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을지 OB베어 강제철거 현장 앞에서도 녹색당은 정당연설회를 열어 '상생'을 외치며, 폭력적인 철거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요구하고 관련 정책 마련을 요구했었다. 

기후위기의 심각함이 고조되며 각종 삶의 기반이 불안정해지는 시대다. "기후위기 시대에 정주권 보장"을 주거정책의 핵심 메시지로 하고 있는 녹색당이, 짓고 부수는 토건·개발의 정치와는 어떤 다른 전환을 보일지 기대하며 참석자들은 다른 대안의 가능성을 품고 돌아갔다. 

* 온라인 화상회의플랫폼 줌(ZOOM)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 내용은 녹색당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WekIckFngX0)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주거권 #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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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났고, 인도에서 자란 적이 있다. 사회과학을 전공했고, 한국철학을 애정하며, 지금은 아시아를 공부하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생태적지혜연구소 학술위원, 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물 편집위원, 녹색당 정책위원 등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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