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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까지 거론... 민주당, 이재명 책임론 소용돌이

[6.1 지방선거] 비대위 총사퇴에도 후폭풍, 전당대회 앞두고 친명·친문 갈등 고조

등록 2022.06.02 16:23수정 2022.06.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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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방송을 확인한 후 굳은 표정으로 국회를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책임론'과 당권 다툼으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2일 비상대책위원회가 총사퇴, 리더십 공백 상태에 접어들었다. 특히 일각에선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차기 당대표 선거에 직행할 경우 '분당' 사태까지 거론하고 나서는 등 당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 대 5'로 패했다는 최종 결과에 당에선 곧장 지도부 사퇴 요구가 분출했지만, 이날 오전 1시간 30분간의 비공개 회의 끝에 비대위가 퇴진하면서 일단락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윤호중 위원장은 일찌감치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박지현 위원장도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지도부 거취를 둘러싼 분란은 해소됐지만 3.9 대선 패배 후 단 두달만에(5월 8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은 빗발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위원장이 너무 빨리 복귀하는 건 당에게도 안 좋고 본인에게도 좋지 않았다"라며 "대선 패배 책임자가 다시 지방선거 전면에서 선거를 지휘해 대선 연장전이 됐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전 비대위원도 MBC 라디오에서 "이재명 위원장이 이번 재보궐에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전당대회 출마"라면서 "이 위원장이 이번 대참패의 원인이 됐다. 깔끔하게 전당대회 출마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 쇄신파인 김해영 전 의원도 "이재명 위원장의 출마는 상당히 납득하기 어렵고 명분이 부족했다"라며 "이 위원장이 8월 전당대회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는데, 제기된 여러 형사적인 의혹들을 해소한 후 당대표 등 정치적 행보를 하는 게 대한민국과 당에 좋다"고 꼬집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총사퇴 직후 '비공개 회의에서 이재명 위원장 책임론도 나왔나'란 기자들 질문에 "비대위원들로부터 그런 지적도 나왔다"고 인정했다.

2024년 총선 공천권 놓고... 친이재명계·친문재인계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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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6·1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쥔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 새롭게 주류로 부상한 친이재명계와 기존 당 주류인 친문재인계 사이의 갈등 역시 첨예해지고 있다. 이재명 위원장이 기존 계획대로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후폭풍은 더 거세질 조짐이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이재명 효과는커녕 거꾸로 선거 막판 당이 이재명 후보를 구하기 위해 계양까지 지원을 나가야 했다"면서 "자신으로 인해 당을 어려움에 빠뜨려놓고 전당대회까지 나가겠다는 건 당을 쪼개자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해철·홍영표 등 친문 핵심들은 동시다발로 이재명 위원장 비판에 나섰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이 위원장을 겨냥해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했다. 전해철 의원도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 발 물러서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신동근 의원은 "대선, 지선 패배에 책임 있는 지도부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의 요구'라 포장한 이재명·송영길의 품앗이 공천이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2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원욱 의원은 전날 지방선거 패색이 짙어지자 자신의 SNS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당선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고 계양으로 도망갔다"고 공격했다.

당권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지만 민주당은 아직 전당대회 선거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당초 전당대회는 8월로 예정됐지만, 일각에선 비대위 사퇴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조기에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전당대회를 빨리 당길 수도 있다"면서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실무진 의견도 있다"고 했다.

임시 지도부 구성을 위한 의원총회를 조속히 열자는 요구도 나온다. 이날 총사퇴한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준비할 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 중앙위를 통해 구성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리 늦어도 내일은 의총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하며 "소수가 불투명한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리고 다수에게 그 추인을 강요하던 과거의 패착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앞서 지난 대선 직후 비대위 구성에서 전임 지도부와 이재명 위원장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을 언급한 내용이다. 

예고된 혼돈... 민주당 쇄신, 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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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6·1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의 이 같은 혼돈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다. 5년 전 탄핵과 촛불집회로 완전히 궤멸됐던 보수 정당에 정권을 뺏기고도 민주당이 지난 3개월간 아무런 성찰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민주당은 3.9 대선 패배 이후에도 '백서' 작업이나 패인 토론 등 반성과 쇄신을 생략했다. 대선 당시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의원이 그대로 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올랐다(3월 10일). 패장인 이재명 대선후보는 직접 나서서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 세웠다(3월 13일). 대선 당시 당대표였던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4월 29일). 이재명 대선후보 본인까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5월 6일). 이 모든 사안에 당내 반발이 일었지만,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또 대선 이후 모든 당력을 쏟아 단 22일 만에 '검찰수사권 축소 법안(이른바 검수완밥 법안)'을 167석 다수당의 힘으로 통과시켰다(5월 3일).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전 입법을 위해서였다. 반면 지난 대선 막판 당론으로 약속했던 '기초의원 3인 이상 선거구 도입' 등 정치개혁 공약은 파기한 채 이번 6.1 지방선거를 맞았다.
#이재명 #민주당 #전당대회 #친문 #6.1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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