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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객관적 복기'는 과연 가능할까

[이슈] 당무위원-국회의원 4시간 격론...책임 공방 없었다지만

등록 2022.06.03 21:16수정 2022.06.0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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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021년 4.7 재보궐선거, 2022년 3.9 대통령선거, 그리고 6.1 지방선거까지. 주요 선거에서 내리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기로에 섰다. 구성원들은 당 안팎에서 저마다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분주하지만, 아직은 막막하다.

3일 민주당은 국회 본청에서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지방선거 패배 후 처음으로 열린 내부토론은 발언자만 약 30명에 달했고, 4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로 치열했다. 회의 후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취재진에게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상황에 대해 모든 당내 구성원의 처절한 반성이 있었다"며 "당이 완전히 새롭게 가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는 위기상황이란 인식을 같이 했고, 성역 없이 토론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성역 없는 토론'은 문재인 정부의 5년, 그리고 연이은 선거 패배를 제대로 복기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오 원내대변인은 "'모든 것을 평가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충분히 자유롭게 말할 분위기가 되지 못해서 당내 민주주의의 위기가 왔다는 의견이 강하다"고 전했다. 또 "'누구 탓' 보다는 '우리 스스로 잘못한 절차와 과정을 되돌아보자'며 이번 지방선거도 개인의 책임보다 공천 절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말한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책임 공방 분위기는 아니라고 했다. 

'계파 갈등 해체' 선언까지 나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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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전국지방선거와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실제로 여러 의원들은 당의 갈등과 분열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날 마지막 발언자였던 한정애 의원은 "계파 해체 선언"을 제안하며 지금 민주당의 시급한 과제는 패배를 수습하고 앞으로 공통의 방향과 노선을 잘 설정해 거듭나자고 했다. 친문재인계 '민주주의 4.0'의 좌장인 도종환 의원 역시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제대로 혁신하자'고 강조했다. 이낙연계 친목모임과 정세균계 '광화문포럼'도 회의에 앞서 공개적으로 해체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이재명·송영길 책임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연석회의에서 수도권의 초선 의원은 두 사람을 직접 거론하며 '명분 없는 출마'로 선거에 악영향을 줬다고 비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의 인물 경쟁력을 부각시킬 수 없었다. 이 의원이 모든 뉴스를 다 잡아먹어버렸다. 민주당의 모든 노력들이 '이재명'이라는 틀 안에 갇혀버렸다"고 답답해했다.

김종민 의원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가 민주당으로선 정말 참사가 됐는데, 가장 큰 원인이 이재명·송영길 두 분이 한 달만에 출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선 때 진 후보가 한 달도 채 안 돼서 '난 잘못 안 한 것 같다', 그때 선거를 이끌어서 죄송하다며 사퇴한 당대표가 '그게 아닙니다' 이러면서 다시 또 선거에 나가는 것은 기본 상식에 어긋난다"며 "(지지층이) 이걸 보고 투표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반면 '이재명·송영길 차출론'을 주장했던 이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선거 패배 원인을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후보로 지목하는 것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며 "패배의 원인이 어찌 한두 명에게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선 이후 당의 위기 아니었나. 가용한 모든 자원을 활용했어야 했다"며 "패배의 책임이 후보들에게 없다 할 순 없겠으나 국회의원들은 죄가 없고 이들만 잘못이라고 하는 것에 누가 동의하겠는가"라고 했다.


'정확한 복기'에는 공감대…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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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6·1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누가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 정확한 '복기'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2일 이용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 집권 5년과 2020년 총선, 2021년 4.7 재보선,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 복잡하고 다층적인 사회상을 두고 민주당 안에서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올바른 처방은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한다"며 "백가쟁명을 통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탄희 의원은 3일 연석회의 발언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근본적인 문제는 민주당의 가치와 지향점이 흐릿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 맞는지 의구심이 퍼지고, 국민의힘과의 차이점이 모호해지고, 이익공동체처럼 비치고 있다"며 "우리의 색깔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결방안으로 ▲ 혁신형 비대위 구성 ▲ 개별 의원들이 '과업'으로 삼는 가치와 의제 선언 ▲ 개방적인 당 문화 등을 제시했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번 선거는 이송역(이재명-송영길)에서 출발해서, 윤박역(윤호중-박지현)에 비상 정차했다가, 김포공항에서 끝난 선거"라면서 "친(이재)명은 윤박역, 반(이재)명은 이송역 때문에 망했다고 한다"고 비유했다. 

최 전 수석은 "양측의 어떤 교집합도 없는 상황에서 해결의 출구가 생길 리 만무하다. 이렇게 내홍으로 가다가는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당이 '폭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객관적인 평가"라며 "그래야 책임의 경중도 객관적으로 따질 수 있고, 당의 쇄신 방향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노무현 유산'도 잃은 민주당... 김동연만 살아남은 이유 http://omn.kr/1z7kq
'분당'까지 거론... 민주당, 이재명 책임론 소용돌이 http://omn.kr/1z83v
#민주당 쇄신 #이재명 #송영길 #6.1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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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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