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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만서도... 과로에 쓰러지는 노인돌봄 노동자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좋은 노동환경이어야 좋은 돌봄 가능한데... 열악한 근무환경

등록 2022.06.09 09:44수정 2022.06.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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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로부터 좋은 돌봄이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전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노인 요양과 관련된 노동자들의 과로 문제가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 그렇지만, 대만과 일본의 상황도 심각하다.

과로사 등 28.1%가 노인요양 노동자서 발생... 일본 노동자들의 과로 실태 

일본에서는 2010년~2014년 52명의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노동자가 과로사했고, 233명이 정신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다. 특히 과로사와 과로자살 사건 중 28.1%가 노인요양 노동자에서 발생하는 등 이들의 과로가 심각한 문제임이 드러났다.

2021년 노인요양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노인요양 시설의 노동자들은 매우 과로 중이다. 응답자의 87.6%가 16시간 연달아 일하는 방식으로 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으며, 작은 케어홈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40.9%는 특정 시간대에 혼자서 근무하는 악명 높은 "1인 근무"가 포함된 교대제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24시간 노인을 돌봐야 하는 요양원에서 일하는 노인요양 노동자들은 특히 과로에 노출되기 쉽고, 여기서 과로자살이나 과로사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동단체 POSSE의 활동가 이와하시 마코토는 "노인요양 노동자들의 노동 문제로 여러 가지가 제기되지만,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서는 과로사나 과로자살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인터뷰한 대형 요양원의 한 노인요양 노동자는 월 60~80시간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 보통 점심은 10분 정도 만에 후다닥 먹어야 하고, 계약상 한 달 휴일은 9일이지만 6일 이상 쓰기 어렵다고 한다. 밤시간 동안은 노인들이 잔다는 이유로 2명의 노동자만 배치되는데, 이랬을 때 노동자 한 명 당 20명이 넘는 노인을 담당해야 한다.

만약 한 명이 잠깐 자리라도 비우면, 혼자서 40명을 책임져야 한다. 일례로 한 단체에서 동료 중 한 명이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생겼는데, 충원이 되지 않으면서 그가 건강상 이유로 몇 달 쉬는 동안 나머지 노동자들은 더 심한 과로에 시달려야 했다. 채워지지 못한 시간을 대신 맡아 일했던 관리자 한 명은 한 달에 140시간의 초과 노동을 했고, 결국 일하다 쓰러진 뒤 그만두고 말았다고 한다.

24시간 7일 대기해야 하는 대만 가정간병인... 휴가가 아예 없는 경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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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 관련 일본 노동자들의 과로에 이어 대만의 현실도 심각하다. 사진은 나무에 기댄 노인의 모습(자료사진). ⓒ pixabay

 
대만의 노동단체 OSHLink가 전한 소식에 따르면, 대만은 노인요양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한국이나 일본만큼도 되지 않고 있다. 대만에서 방문요양이나 노인 요양시설 이용은 한국이나 일본만큼 흔하지는 않다. 노인돌봄은 대부분 자녀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고, "부모는 자녀가 집에 모셔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강한 대만에서 이런 돌봄 노동은 '가정간병인'에게 맡겨져 있다.


현재 대만 가정간병인들은 60만 명에 이르는데, 모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아 기본급과 각종 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 중 협상력이 없는 약 25만 명의 이주 가정간병인 노동자가 가장 취약하다. 이들 가정간병인은 노동법 보호 없이 하루 24시간/주 7일 대기해야 하고, 간병 이외의 업무를 떠맡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일부 노동자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거의 하인이나 마찬가지다.

대만 노동부가 2021년에 공표한 '이주노동자 관리 활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주 가정간병인 월평균 급여는 2만 209위안(86만원 정도)이고, 이들 중 82.4%는 하루 노동시간도 정확히 약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의 실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약 10시간이었다. 주말에 쉬는 경우는(주말 중 일부만 쉬는 경우를 합쳐도) 2020년에 비해 오히려 31.6% 감소한 25.7%였다.

이 또한 COVID-19 방역이 3단계로 격상되고 휴일이 단축되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조사에서, 이들이 휴일에 일한 것에 대한 연장수당은 대부분 받고 있다고 답한 점이 위안이 될까. 정해진 휴일이 있는 경우는 11.4%에 불과했고, 여름 휴가든 명절 휴가든 아예 휴가가 없는 경우도 34%에 달했다.

팬데믹으로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더욱 각인되었다고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직접적인 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한 상태다.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라야 돌봄노동의 질이 높아지고, 좋은 돌봄이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 팀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지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
#노인 돌봄 #일본 #대만 #가정간병인 #과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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