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지방의회 의원들, 왜 김경협 의원 배우자 밭에 있었나

의원 5명, 4월 첫 주말 밭에서 작업..."공천 앞두고 부적절" vs. "자발적 참여, 공천과 무관"

등록 2022.06.13 17:46수정 2022.06.13 17:46
9
원고료로 응원
지난 4월 초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과 부천시의원 5명이 같은 당 김경협 국회의원(경기 부천갑, 현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배우자 명의의 밭에서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민주당 소속 염종현(부천시갑 1선거구)·이선구(부천시갑 2선거구) 경기도의원, 박순희(부천시갑 가선거구)·박명혜(부천시갑 가선거구)·정재현(부천시갑 가선거구) 부천시의원 등 5명의 시·도 의원은 지난 4월 2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에 있는 김경협 의원 배우자 명의의 밭에서 쇠스랑질, 돌고르기 등의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한 의원은 연락을 받지 못했다가 다른 의원들을 쫓아 밭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밭 작업에 참여한 5명의 시·도의원들이 모두 6.1 지방선거 출마예정자였고,  지방선거 공천심사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당시 참여자들은 "공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현재 미국 출장 중(국회평화외교포럼 대표단)이어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일한 것은 없고, 잠깐 놀다가 커피 한잔 하고 간 것 같다"며 공천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부천시 공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역 국회의원의 밭에 가서 시도 의원들에게 일을 하게 한 건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면서 "부천 갑의 경우 이번 공천에서 여러가지 잡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 배우자 밭에 온 시·도 의원... "쇠스랑질했다" "즐겁게 했다"
 
a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인 명의로 된 부천시 역곡동 땅. ⓒ 오마이뉴스

 
토요일이었던 4월 2일 오전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부천시의원 등 5명은 김경협 의원 배우자 명의로 된 밭을 방문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는 민주당 경기도당 부천시갑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김 의원의 주재로 정기회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시·도 의원들은 김 의원이 밭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밭으로 갔다.

이날 밭엔 5명 시·도 의원 외에도 부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였던 김아무개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의 시·도 의원 중 다수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밭에서 일한 것은 대체로 인정했지만, 자발적이었고 공천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먼저 정재현 시의원은 "밭으로 갔더니 김경협 의원이 일하고 있었다, 의원이 일하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도 일했다"라며 "나와 염종현 도의원은 1시간 넘게 쇠스랑질을 했고, 박순희·박명혜 시의원은 점심 때까지 쪼그리고 앉아서 돌을 골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일하러 간 게 아니라 회의를 하러 갔기 때문에 구두에 정장 바지와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도 일했다"라며 "저는 손에 물집까지 생겼다"라고 부연했다.

박순희 시의원은 "날짜를 잘 모르겠지만 그날 (김경협) 의원님이 밭에 있다고 해서 밭에 간 김에 2시간 일했다"라며 "돌 고르고 왔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걸 일이라고 해야 하나? 즐겁게 했다"면서 '자발적 노동'임을 강조했다. 

박명혜 시의원은 처음엔 "기억이 안 난다"라고 했다가 나중에 "(김경협) 의원님이 밭을 한다고 해서 다같이 한번 갔다"라고 말했다. 그는 "강제로 동원된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았는데 (밭에) 간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염종현 도의원은 "거기에 간 적은 있지만 일한 적은 없다"라며 "양복을 입고 간 사람이 어떻게 쇠스랑질을 할 수 있겠나? 쇠스랑질 한 적 없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김경협 의원이) 거기서 비닐하우스를 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날 거기에 계신다고 해서 갔다"라며 "오래 있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선구 도의원은 "기억하기 어렵다"라며 "다시 전화 드리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경협 의원 측 "일 시킨 적 없다... 공천과 무슨 상관 있나?"  

당시 김경협 의원과 함께 밭에 있었던 A비서관은 "일하지 않고, 잠깐 놀다가 커피 한 잔 하고 간 것 같다"라며 "(밭에) 와서 '일은 이렇게 하는 거다' 하고 폼만 잡고 갔다"라고 해명했다. 여성 시의원들이 돌을 골랐다는 발언과 관련해선 "자기들이 알아서 '내가 도와줄까요?' 하고 조금 해주고 갔는데 그게 이상한가?"라면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부천시갑 지역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그분들(시·도 의원들)이 왜 일을 하나? 놀러온 거 아닌가?"라며 "작업복을 입는 등 일할 준비를 하고 온 것도 아니다. 일을 시킨 적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밭 작업에 참여한 5명의 시·도 의원은 모두 6.1 지방선거 출마예정자였고, 공천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공천과 아무런 상관 없다(박순희)" "공천과 별개다(박명혜)" "공천 얘기는 황당하다(염종현)" 등 공천 연관설을 일축했다.  
  
김경협 의원실 A비서관도 "(밭일과) 공천권이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말했고, 지역위원회의 관계자도 "의원이 위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일을 시켰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재현 시의원은 "권력(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일하는데 그냥 갈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지역구 의원의 선호에 따라 공천이 좌지우지 되는 게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의원이 본인도 문제될 것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날 밭에서 '(지역구 의원이) 시·도 의원 노력봉사 시켰다고 기사 나오겠다'고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밭 작업에 참여했던 5명의 시·도 의원 중 정재현 시의원만 지난 4월 27일 공천에서 탈락했다. 나머지 4명의 시·도 의원은 공천을 받아 6.1 지방선거에 출마했고, 박명혜 시의원은 낙선했다.

당원들도 김경협 의원 밭에서 일해... "일당 받고 일했다"
 
a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인 명의로 된 밭에 세워지고 있는 비닐하우스. ⓒ 오마이뉴스

 
비슷한 시기에 김경협 의원 배우자 밭에서 '당원들이 작업에 동원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문자 사진과 동영상엔 4월 1일 민주당 부천시 당원 2명이 김 의원 배우자 밭에서 김 의원과 함께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밭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은 "일당(인건비)을 받고 일했다"고 밝혔다.

특히 '역곡동 149번지 오전 9시까지 오세요'라는 문자 발송과 관련, 지역위원회 관계자는 "문자를 보낸 직원(A비서관)이 당사자들과 통화하면서 '인건비 받고 일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오지 못한다고 답변한 분도 계시다. 동원이나 소집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구설수에 오른 김경협 의원 배우자 명의의 밭은 668㎡(200평) 규모로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 149번지에 있다. 김 의원은 2020년 5월 이 땅을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으로부터 5억 원에 사들였다가 지난 5월 4일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부천시 역곡동 149번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부천도시공사가 시행자인 공공주택지구에 속한 땅이어서 2018년 12월 26일부터 2021년 12월 25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땅을 매매할 경우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땅을 매매해 김 의원과 이 전 장관 모두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현재 이 땅은 김 의원의 배우자 명의로 돼 있다.

<기호일보><경기일보>에 관련 내용이 보도된 이후 김경협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개인 농사일에 지역당원과 공천 앞둔 시도의원 동원해서 일을 시켰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아직도 이런 날조와 왜곡 보도가 있다는데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고생해 주신 분께는 일당을 드렸고, 지역 사무소에 저를 만나려고 찾아왔던 시도의원 중에는 제가 텃밭에 있다는 말을 듣고 직접 텃밭에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일을 잠시 거들다 간 분들도 계시다"면서 "시의원이 잠깐 일 도와주면 공천을 줄 수 있는 민주당인가? 아니면 잠깐 일 도와주면 공천줄 걸로 알았다는 뜻일까?"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김경협 #부천 역곡동 149번지 #6.1 지방선거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