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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의 이상한 설명회... 학부모들 전화 빗발칩니다

[아이들은 나의 스승] 학생 아닌 학부모 대상 대입 설명회, 과연 정상일까

등록 2022.06.12 18:13수정 2022.06.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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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지어 한참 어린 동료 교사에게서까지 이따금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핀잔을 듣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왜 일선 학교는 물론, 교육청까지 나서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설명회를 여는지 말이다. 말이 좋아 교육과정 설명회지, 실은 대입 전형을 안내하는 자리다.

교육과정이라면 당장 아이들이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공통 과목은 뭐가 있는지,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 교과의 차이는 뭔지, 교과별 단위 수는 어떻게 되고, 과목 선택에 있어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에 관심이 필요하다. 꿈을 향한 레이스, 코스부터 알고 달리자는 이야기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숱하게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고1 교육과정에서 진로 탐색 활동이 다른 어떤 비교과 활동보다 중요한 이유다. 다양한 진로를 탐색해보면서 뭘 하면 가슴이 뛰고, 뭘 공부하면 설레는지 스스로 찾아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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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국 초중등 학부모 대상 고교선택 및 대입 전략 설명회 ⓒ 연합뉴스

 
정말 이상한 설명회

문제는 아이들이 교육과정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과정을 훑어볼 시간에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을 외우는 게 더 낫다고 여겨서다. 내신과 수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영수 위주의 맹목적인 입시 공부는 인문계고등학교 아이들의 '국룰'이다.

도리어 학부모들이 교육과정 안내서를 들고 애면글면한다. 학교와 교육청은 물론, 사교육 업체가 주관하는 대입 설명회조차 빠짐없이 참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학부모가 그들의 자녀를 향해 코스는 부모가 정해 알려줄 테니, 곁눈질하지 말고 뛰기만 하라며 채근하는 식이다.

"바쁜 시간을 내어 굳이 교육과정 설명회에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아이가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깨닫고 배울 과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만 보여주시면 됩니다."

교육과정 설명회의 일정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이 나가자마자 학부모들의 관심이 빗발쳤다. 심드렁한 아이들과는 아예 딴판이었다. 담임교사도 만날 겸, 설명회에 참여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에게 부러 전화를 걸어 말렸더니, 몇몇 학부모들은 대뜸 이렇게 대꾸했다.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교육과정과 대입 전형 같은 건 잘 알아듣지 못해요."

나이가 열일곱이나 된 고등학생을 두고 어리다고 말하는 것도 그랬지만, 배울 당사자도 아닌 학부모가 아이 대신 교육과정을 챙긴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교육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농반진반으로 이렇게 반문했다.

"어머님께서 아이 대신 대학에 진학할 건 아니잖아요. 아이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세요. 그냥 믿고 기다려 주시면 잘 해낼 겁니다."

학부모 앞에서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듯 말했지만, 막상 전화를 끊고 나니 괜한 흰소리를 했나 싶어 뒤통수가 따가웠다. 선행학습에 길들어져 고1 때 고3 수학 문제를 푸는 아이는 많아도 교육과정에 관해 묻는 경우는 지금껏 보질 못해서다. 부모님을 믿어서일까.

"엄마에게 물어보세요"

아이들과 진로에 대해 상담하다 보면, 십중팔구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여태껏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이는 진로 탐색을 위해 중학교 교육과정에 편성해놓은 1년간의 자유학년제가 제구실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실 자유학년제는 고등학교 과정에 더 어울리는 시스템이다. 학부모도, 교사도, 내실 있는 진로 탐색 활동을 하기엔 중학생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이구동성 말한다. 하물며 대부분의 학교에서 중1 과정에 편성해놓고 있으니, 자유학년제의 유명무실화는 예견된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자유학년제를 고등학교가 아닌 중학교로, 그것도 중1에다 편성한 건 오로지 대입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배려'다. 도입 당시부터 수능 준비에 매진해야 할 때 진로 탐색 활동이 가당키나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애초 우리에겐 맞지 않는 옷이라는 반발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교육과정 설명회는 이내 대입 설명회가 됐다. 다양한 대입 전형의 대비 방법을 안내하고, 진학하려는 대학과 학과에 따라 유리하고 불리한 선택 과목이 소개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기준은 서울대의 입시 요강이다. 주상 같은 교육부도 서울대 앞에선 '을'의 처지다.

학부모들이 열심히 메모한 대입 정보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질 테다. 굳이 아이들의 손을 거칠 필요도 없이 곧장 담임교사에게 건네도 무방할 성싶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지만, 적어도 대입에서만큼은 정반대다. 부모를 이기는 자식이 없다. 정보력의 차이 때문이다.

대입 전형과 선택 과목만의 문제도 아니다. 거칠게 말해서, 학교생활의 모든 판단 기준이 부모다. 방과 후 수업도, 야간자율학습도, 심지어 아파서 조퇴하는 것까지도 부모의 승낙 아래에서 이뤄진다. 담임교사도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기 일쑤다.

"엄마가 하지 말랬어요."

이 한마디면 끝이다. "네 생각은 뭐니?"라는 담임교사의 질문에 대한 한 아이의 외마디 답변이다. 그가 별도로 학원에 다니는 것도, 정기적으로 독서실을 옮기는 것도 부모의 '조언'에 따라서다. 네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 반사적으로 "엄마한테 물어보세요"라며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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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 ⓒ 사진공동취재단

 
조국과 한동훈 통해 보았듯

학부모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아이를 명문대에 보낼 수 없다고 잘라 말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조국'과 '한동훈' 등을 통해서 보았듯, 명문대 입시일수록 학생 개인의 문제를 넘어 부모와 가족의 대리전 양상이 됐다고 말했다. 가계 소득과 자녀의 성적이 정비례하는 현실에서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설명회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은 상위권 아이들의 학부모였다.

학부모 스스로 교육과정과 대입 전형을 꿰지 못한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교육에 컨설팅을 의뢰할 수밖에 없다. 설명회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어쩌면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난한 이웃'들인지도 모른다. 이든 저든 아이들은 그 시간에 오로지 공부만 하면 된다.

저녁 7시에 시작된 교육과정 설명회는 밤 9시를 훌쩍 넘겨서야 마무리됐다.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워야 할 그 시간에 학부모들을 불러다 설명회를 열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그 시간 아이들은 아마 패스트푸드로 대충 끼니를 때운 후 학원과 독서실을 전전했을 것이다.

그때 한 동료 교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상담한 학부모들의 공통된 건의 사항이었다며 놀라워했다. 학교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것과 명문대 진학 실적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거다. 자칫 수업을 희화화하고, 학벌 의식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반교육적 요구다.

하긴 사교육 업체를 흉내 내듯 교육청까지 나서서 대입 설명회를 여는 마당이니 애꿎게 학부모들만 탓하기도 뭣하다. 학교와 교육청은 학벌 의식을 부추기고, 학부모는 자녀를 대신해 대입 전형을 공부하며, 아이들은 자신의 적성을 살필 겨를도 없이 맹목적으로 기출문제만 풀고 있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데, 착잡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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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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