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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푹 빠진 윤석열 대통령이 잊고 있는 사실

[주장] 영화제 수상 소식, BTS 활약 모두 '교육 다양성' 덕분... 꿈과 노력 존중해야

등록 2022.06.15 12:06수정 2022.06.1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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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도체가 연일 화제다.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정도로 반도체는 예전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지난 5월 20일 방한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일정이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이었다는 것도 한국의 반도체 위상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반도체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듯하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야기되는 문제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였지만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인해 요즘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정말이지 경제가 문제긴 문제다. 2008년 오일쇼크를 연상시킨다는 최근의 심각한 인플레이션, 그리고 경제 불황과 겹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 상태)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물가 상승으로 체감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대한민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정상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문제는, 지금 그 무엇보다 필수적인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니 대통령이 나서서 극단적인 언어로 교육부를 채근하고 나선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반도체 관련 대학 정원 증원에 관한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문재인 전 대통령의 K-반도체에서도 강조되어 왔고, 이전부터 양향자 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 무소속)의 주장도 계속되어왔다.

고민의 흔적 찾아보기 어려운 윤 대통령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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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왼쪽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대통령실 제공

 
그럼에도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었던 것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 총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 몰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관련 학과의 증원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각오로 보아, 아마도 이번에는 반도체 관련 대학의 정원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반도체 인력 증원.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달린 문제라 사실 반대할 명분은 없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지금보다 살아난다면 지금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방법이 조금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를 압박해 관련 학과의 증원을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은 이해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를 산업 인재 공급이라고 말한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라는 대통령의 언어에서는 그 어떤 교육적 배려나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학과의 증원 문제가 아무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할지라도, 한 나라의 교육부가 고작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기관으로서만 의미 있다는 말은 지나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당장에 필요한 반도체 인력이 충원되고 난 이후에는 어찌할 것인가. 4차 산업시대에는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많은 직업이 생성 소멸되는 사회가 될 텐데 말이다.

평범한 청년들의 꿈과 노력도 존중받아야 한다

교육의 다양성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존중되어야 한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열정 덕분에 최근 몇 년간 수시로 날아오는 낭보에 감동스럽지 않았던가. 국제 영화제에서의 감독상과 배우상 수상, BTS의 활약, 최근 날아든 국제 콩쿠르의 그랑프리 소식과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운동선수들. 이 모든 것이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인 열정 덕분이다.

그러니 교육부는 단순한 산업인력 양성기관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할 수 있는 긴 안목을 가진 주관 부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규제에 얽매인 대학 정원 정책을 손보기 위해 교육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라 믿지만, 무엇보다 이 땅 위에서 다양한 학문에 매진하는 청년들도 존재하고 있음을 늘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음악과 영화, 문학과 역사, 건축과 바이오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을 쏟고 있는 이 나라 평범한 청년들의 꿈과 노력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만큼, 교육부가 해결해야 할 많은 난제들이 부디 조화롭게 풀리기를 희망한다.
#교육부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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