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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속의 집, 캐나다의 '주택 대란' 해결법

캐나다의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 치솟은 토론토 집값 해결할 묘책 될까

등록 2022.06.25 17:27수정 2022.06.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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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까지만 내집이고 나머지는 은행 거야."

이런 농담을 건네게 될지언정, 내집마련이란 쉽사리 포기하기 어려운 소망일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집값을 보고 있자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해서라도 내집마련하려는 마음을 무작정 나무랄 수만도 없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내집마련이 '닿을 수 없는 꿈'은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기적인 수입과 약간의 종잣돈만 마련 된다면 집값의 상당부분을 대출 받아 그걸 갚으며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도 몇 년째 집값이 줄곧 치솟으면서 특히나 처음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내집마련이란 쉽사리 잡히지 않는 꿈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트레일러 하우스, 이동식 주택, 협소주택처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내집마련의 꿈과 미니멀라이프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주거형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이와 비슷한 소형 주택을 '타이니 하우스(작은 집)'라 부른다.

예전의 타이니 하우스라 함은 주로 트레일러나 RV 차량을 주택으로 이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사계절용 주택의 기준과 법규에는 맞지 않았다. 따라서 지정된 이동주택용 공원이나 캠프장에만 주차해놓고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캐나다의 바퀴 달린 타이니 하우스는 사계절용 주택 건축 법규에 맞게 지어지고 있고, 자신이 소유한 땅이나 빌린 땅을 이용할 수 있다.

가정집 뒷마당에 소형주택 건설 허용한 토론토 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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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타이니 하우스 제조업체 'BackyardADUs' 홈페이지 ⓒ BackyardADUs

 
2019년에는 알버타주 캘거리시의 오코톡스라는 작은 마을에 캐나다 최초의 타이니 하우스 도시 공동체가 설립 승인을 받았고, 이후 밴쿠버와 토론토 외곽 지역 등지로 공동체가 커져가고 있다. 타이니 하우스 공동체에는 삶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소비, 미니멀리즘, (환경 파괴 없는) 지속 가능성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이 모여 삶을 나누며 살아간다.

이렇듯 이동식 타이니 하우스를 찾는 사람들과 지역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바퀴 달린 집이란 여전히 트레일러 같은 이동식 주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주차할 곳을 찾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바퀴가 달리지 않은 타이니 하우스는 어떨까? 나무와 꽃이 어울어진 기존 주택의 뒷마당을 이용하는 타이니 하우스라면?

올해 초 토론토 시의회는 주택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가정집 뒷마당에 소형 주택 건설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라는 건데, 이미 존재하는 주택 뒷마당에 작은 집을 한 채 더 지어 넣는 것이다. (주택 규모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북미의 주택에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앞마당과 보다 넓은 뒷마당이 있고 대부분의 경우 녹지조성과 정원 가꾸기가 잘 되어 있다.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는 그 뒷마당을 활용함으로써,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으면서 동시에 주택란과 임대란을 해결해보자는 의도를 지닌다. 밴쿠버, 캘거리, 애드몬튼 등 다른 여러 도시들에서는 이미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에 대한 허가가 나 있는 상태다.

< CBC 뉴스 >의 16일자 기사인 '작은 뒷마당 집은 주거와 기후문제 모두를 완화할 수 있다(Small backyard homes could offer both housing and climate relief)', 그리고 미국의 타이니 하우스 제조업체 'BackyardADUs' 홈페이지 등에서 제시하는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의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연로하신 부모님의 거주지로서의 기능이다. 많은 이들이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의 장점 중 하나를 "가깝게, 그러나 너무 가까지는 않게!"라는 말로 표현한다. 가족과 가까이 지내면서도 각자의 독립된 공간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돌봄을 제공하면서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장점은 성인 장애인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장애를 지니긴 했으나 가족이 가까이에 머문다면 충분히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에게도 타이니 하우스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가족과 가까이에서 돌봄을 주고 받으면서 각자 독립적인 생활공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뚜렷한 장점 지닌 타이니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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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니 하우스에 대해 보도하는 CBC 뉴스 화면 ⓒ CBC 뉴스

 
한편, 집값과 임대료 상승으로 내집마련이 어려운, 성인이 된 자녀에게 집을 팔고 부모는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로 거처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자녀에게 타이니 하우스를 팔거나 임대하기도 한다(타이니 하우스의 가격은 당연히 일반 집값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또 하나는 사무실로서의 기능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생겨난 커다란 변화 중 하나인 재택근무.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는 재택근무하는 이들에게 자신만의 사무실로써의 기능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 된다. 혹은 집을 방문한 손님에게 제공하는 자연 속 게스트 하우스로서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주택 소유주가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를 세 놓은 뒤 그 집세를 대출금 상환에 이용한다면, 꽤나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는 재태크 수단이 된다.

자연환경의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보더라도 타이니 하우스는 뚜렷한 장점을 지닌다. < CBC 뉴스 >와 인터뷰한 토론토시의 프랑수아 애보트, 크레이그 래이스 등 건축가들은 "정원에 짓는 집은 보다 기후 친화적인 생활방식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굳이 전문가의 견해를 빌리지 않더라도, 단순하게는 규모가 작으니 건축자재도 덜 소요될 뿐더러, 적은 공간에 살면 자연스레 소비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게다가 수도와 전기 같은 기존 주택의 기반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물론, 본인 소유의 땅이라고 해서 어떤 형태의 타이니 하우스든 마음대로 지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 CBC뉴스 >에 따르면,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 건설에는 크기와 높이 제한이 있다. 나무와 녹지가 보호되어야 하며, 필요시 응급 서비스에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그리고 토론토시는 2년 뒤 혹은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 200채가 지어지고 난 뒤,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을 법률에 근거해 평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토론토의 도시계획 설계자 데이비드 드리거는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의 미래에 대해 <CBC 뉴스>에 이렇게 전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토론토에 매년 500채의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가 지어진다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저층 주택 지역에 (전적으로 주택 소유자에 의해 지어지는) 두 채의 고층 아파트가 보이지 않게 놓이는 것과 같습니다."

'뒷마당 타이니 하우스'가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토론토의 집값과 임대료를 해결할 하나의 묘책이 되어줄지 관심 갖고 지켜볼 일이다.
#캐나다 #타이니 하우스 #주택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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