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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일본의 움직임, 그런데도 "얼굴이나 익히자"는 대통령

[주장] 국제 정세 심상찮은데 두루뭉술 답변한 윤 대통령... 걱정되는 이유

등록 2022.06.29 16:04수정 2022.06.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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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연합뉴스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국가가) 뭐 한 39개, 28개 국가인데, 시간이 많지는 않아 가지고, (외국 정상들과) 얼굴이나 익히고 간단한 현안들이나 좀 서로 확인하고, '다음에 다시 또 보자' 그런 정도 아니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 말이다. 한국 대통령 최초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의 마음가짐치고는 너무 두루뭉술해 보인다.(관련 기사: 윤 대통령 부부, '깜짝' 기내 인사... 첫 순방 마음가짐은? http://omn.kr/1zk5a)

"중국 다룬다" 확장 꿈꾸는 나토... 인도-태평양 전략에 장기간 공들인 일본 

지난 27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2년 만에 개정하는 나토의 신전략개념에 "중국을 처음으로 다룰 것이며 중국이 우리 안보와 이익, 가치에 가하는 도전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같은 날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새 전략개념이 중국이 야기하는 위협에 대해 전례 없는 방식으로 언급할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사실상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대중국 동맹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토 회원국이 아닌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한국의 정상들이 초청받은 것 역시 대중국 동맹을 유럽과 미국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아시아·태평양에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국 동맹의 아시아 파트너국가로써 한국이 차지할 위상은 애매하다. 바로 일본 때문이다.

지난 10일 싱가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하며 아예 대만 문제가 동북아 평화와 직결된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인도-태평양 해양질서 유지에 2.5조 원을 지원하겠다고도 공언했다. 본인 이름을 딴 '평화를 위한 기시다 버전'을 발표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추가 추진, 핵 없는 세상을 향한 노력, 핵무기 강화 조치 등 5개 분야를 강조했다.

사실 일본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국제질서 전략은 그 기원이 오래됐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지난 2007년 8월 인도 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현재의 쿼드(Quad) 가입국인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안보대화'를 제안했으나 당사국들의 정권 교체로 흐지부지되었다.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 일본의 대중국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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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16일 일본 지진 발생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 교도통신=연합뉴스

 
이후 5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인도양 지역에서 서태평양에 이르는 해양의 공통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호주, 인도, 일본, 미국 하와이가 '다이아몬드'를 형성하는 전략을 그리고 있다"며 일명 '다이아몬드 동맹'을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미국은 이러한 일본 정부의 제안에 호응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내세우며 쿼드를 창설하기까지 이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해 9월 쿼드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미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 수십 년간 지속하고 번성하는 데 달려 있다"고 발언하는 등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이 현재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중국 전략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일본이 주도해 온 측면이 크다. 전술한 기시다 총리의 아시아안보회의 발언 역시 대중국 문제에 일본이 아시아를 대표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것이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첫 국가정상 회담으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만났고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을 방문하는 등 동남아시아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아태지역 대중국 전략에 있어서 일본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속셈이다.

윤석열 정부, 일본-미국 주도 대중국 전략에 제 목소리 낼 수 있어야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21일,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올해 내로 추진하겠다며 "한반도, 동북아 중심의 외교를 넘어 핵심 전략 지역인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우리 외교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신정부의 의지를 천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틀 안에서는, 이미 구축된 미-일의 견고한 관계 하에서 휘둘리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출마선언문에서부터 "국제 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의 동행을 강조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 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그러한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타국과의 동행을 강조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것은 타국과의 동행과 더불어 동행을 깨지 않으면서 자국의 국익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지다. 현재 국제 정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급속도로 자유민주주의 국가 블록과 권위주의 국가 블록으로 양분되고 있다. 한국은 전자에 속할 것이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미국이나 일본의 주장에 동조만 한다면 국익을 챙기기는커녕 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대중국 전략의 확대'라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의미를 윤 대통령이 제대로 파악은 하고 있는지, 미일 주도의 대중국 전략에서 한국이 독자적 목소리를 낼 방안은 구상 중인지 의심과 함께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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