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도 된다"고 말하는 학교, 전 이렇게 변했습니다

내게는 '쉼터'나 다름 없는, 꿈틀리인생학교

등록 2022.06.29 16:44수정 2022.06.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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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반 학교를 다니며 생각했다. "사회에서 실제로 필요한 부분이 있을까?" "나는 앉아서 공부만 하기보단 여러 가지 체험을 하고 싶은데?"

사실 일반 공교육을 받는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자퇴를 시도하기엔 생각보다 많은 시선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부모님 덕분에 여러 시선들을 무릅쓰고 남들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부모님은 공교육과는 조금 다른 대안학교를 추천하셨다. 그 대안학교는 팀 프로젝트나 개인 프로젝트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을 배우는 학교라고 했다. 일반 학교보다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중학교를 3학년이 되던 해에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퇴하였다.

2021년 2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한 대안학교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배운 점도 많았다.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고 웃고 울며 많이 성장하였다. 하지만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였던 난, 프로젝트나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그저 어린 아이처럼 놀고 싶어졌다.

유치원생처럼 흙놀이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때론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며 걷고 싶었다. 2021년 10월쯤, 난 프로젝트에도 조금씩 지쳤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고민들을 부모님께 털어놓자 부모님은 많은 고민 끝에 꿈틀리인생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추천해주셨다.

물론 일반학교를 나온 지 1년 만에 지쳤다고 다른 학교를 가는 것이 나에게 쉬운 선택은 아니였다. 하지만 일반학교를 나왔을 때처럼 정말 나를 위해서 또다른 선택했다.

'쉬어가도 돼' 그 말이 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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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리인생학교에서는 일년동안 논농사와 밭농사를 하고 있다. 봄에 모판떼기를 하고 있는 새아와 친구들. ⓒ 꿈틀리인생학교

 
꿈틀리인생학교를 가기 전까지 유튜브와 블로그 등을 통해 꿈틀리는 어떤 곳인지 찾아보았다. 많은 것들 중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단어는 "쉬어가도 돼"와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이다.


전에 다녔던 학교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하며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도 보고 내 욕심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던 적도 많았다. 일반 학교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나왔지만 얻은 것만큼 힘든 부분도 많았다. 그래서 꿈틀리인생학교에서 강조하는 이 말이 가장 듣고 싶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사회를 향해 달려갔고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추어 기준을 넘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찾아본 꿈틀리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고 쉬어가도 된다고 했다. 꿈틀리인생학교는 내게 '쉼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꿈틀리에 들어온 지 세 달이 되어 가는 지금, 난 친구들에게 "긍정적이다" "성숙하다" "잘한다" 등등 긍정적인 말들을 많이 듣는 사람이 되었다. 꿈틀리 친구들뿐만 아니라 원래 날 알고 있던 주변 친구들도 "사람이 밝게 변했다" "얼굴이 폈다" 등등 작년과 다르게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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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는 동물과 교감하는 것을 좋아한다...학교의 고양이 체다와 아침에 교감하고 있다. ⓒ 꿈틀리인생학교

 
사실 난 1년 전까지 눈물도 많았고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보다 남을 생각했고 내 행동이 타인에게 상처가 될까, 날 미워하는 계기가 될까 전전긍긍하며 하루를 보냈다. 타인을 볼 때면 내 단점과 타인의 장점을 비교하며 바라보았고 남이 날 좋아해 주길 바라면서, 정작 나 자신은 사랑해주지 못했다. 이런 내가 꿈틀리에 들어와 긍정적으로 바뀌고 성숙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건 힘들 때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 거 같다.

나는 남은 기간 동안 꿈틀리에서 이런 생각을 하며 1년을 살고 싶다.

첫째, 나를 되돌아보기 바쁜 현실에 정작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들이 없어진다. 내 장점을 제대로 발휘 못 할 뿐만 아니라 점차 내 장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하는지도 잊어지게 된다. 아직은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어리숙한 17살이지만 꿈틀리를 졸업할 땐 어른은 아니더라도 성숙한 18살이 되어 나가고 싶다. 뿐만 아니라 꿈틀리에서의 1년 동안은 삶에 치이지 않고 천천히 이것저것 도전하고 경험하며 나에 알아가는 시간이 되고 싶다.

둘째,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마음것 해보기. 공교육을 경험하던 중학교 땐 학업이나 학원, 레슨 등등을 소화하느라 진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배워보거나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22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배워보고 싶다. 실패도 성공도 좋으니 1년 동안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지난 두 달 동안 꿈틀리에 다니며 산책이나 사진 등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개인 프로젝트 때는 산책하며 찍은 나만의 사진집을 만들어 보고 싶고, 2학기 때는 기타를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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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는 사진을 배우면서 사진집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 꿈틀리인생학교

 
셋째, 나의 장점 부각 시키기. 나는 아직도 나의 장점이 뭔지 모르겠다. 꿈틀리에 들어오기 전까지 많은 어른들이 나에게 말했다. 넌 잘하는 게 많다고, 장점이 많은 아이라고 말이다. 꿈틀리에 들어와서도 많이 들어 본 거 같다. 혼자서도 잘하지만 '무엇인가' 깨달으면 많이 성장할 거라고.

하지만 정작 난 내 장점이 뭔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꿈틀리에서 쉬어가며 찾아가고 싶다. 전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번엔 무엇보다 나에 대해 집중할 것이다.

넷째, 졸업 후 나의 타임라인 짜보기. 남은 기간 동안 꿈틀리에서 새아가 아닌 지현의 삶을 준비하고 싶다. 1년 동안 잘 쉬면서 나에 대해 알아보고, 다음 사회를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다시 사회에 나갔을 땐, 전처럼 빨리 지치지 않도록 남은 기간 동안 더 단단해지는 연습도 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도 하려고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졸업 후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찾아보고 도전할 것이다. 언젠가 지칠 수도 있지만 다시 일어날 나를 위해 무한한 응원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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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리인생학교 이동학교 중 제주도에서 물놀이하고 있습니다. 올해 새아는 자전거 제주도 여행을 하였습니다. ⓒ 꿈틀리인생학교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꿈틀리인생학교 7기로 재학 중인 위지현(별명:새아)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꿈틀리인생학교 #대안학교 #전환학교 #오연호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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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숨가쁘게 달려온 청소년들에게 '옆을 볼 자유'를 주는 1년의 시간,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인생학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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