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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탄생한 음식, 이 끝내주는 맛

[강윤희의 아주 사적인 식탁] 버터바

등록 2022.07.03 11:28수정 2022.07.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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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빗소리에 창밖을 보면 마치 폭풍우라도 온 듯 비가 내리치고 일기예보 창에는 비 소식만 가득한 장마철. 프리랜서의 몇 안 되는 특권, 비 오는 날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비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자면 흐뭇한 기분까지 든다.

아늑한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려 마시다 '오랜만에 베이킹 할까?'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비 오는 날 과자를 굽는 달콤한 향기로 집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은 장마철에 할 수 있는 행복한 일 중 하나다.

오븐의 따뜻한 열기와 기분 좋은 달콤한 냄새가 눅눅한 공기를 순식간에 포근하게 만든다. 나에게 홈베이킹이란 자고로 쉬워야 하는 것,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해야 부담이 없다.

스무 살 무렵 자취방의 작은 미니 오븐 토스터로 처음 홈베이킹을 시작하고 나서 구움과자부터 발효빵까지 베이킹에 푹 빠져 도구와 재료를 사느라 돈을 꽤 쓰기도 하고 집 안이 엉망이 되기도 하고 실패도 하고, 그러다 베이킹에 질려 몇 년간 눈길도 안 주기도 하면서 깨달은 것은 '홈베이킹은 너무 푹 빠지지 않아야 즐겁다'는 것이다.

아주 섬세하고 높은 기술을 요하는 디저트의 경우, 훌륭한 파티시에가 만드는 것을 사 먹는 편이 입도 몸도 마음도 즐겁다. 집에서는 말 그대로 '홈메이드' 느낌이 나는 간단한 것을 가끔 굽는 것이 나의 '즐거움 적정선'이다.

버터에 설탕을 넣고 잘 휘저어 뽀얗고 부드러운 크림 상태로 만든 뒤에 달걀물을 넣고 다시 반죽, 또 밀가루를 넣고 다시 잘 섞어 달콤한 반죽을 만든다. 내가 집에서 만드는 구움과자의 대부분이 이 기본적인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몇 가지 재료가 가감되고 과정이 추가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구움과자가 만들어진다. 

달콤하고 리치하며 끈적한 듯 쫀득

이 기본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 간단한 디저트 중 오늘은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버터바'를 만들기로 했다. 그 이름처럼 버터가 듬뿍 들어간 버터바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에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한 독일인 베이커가 실수로 만들었다. 평소와 같은 케이크 반죽을 만들어야 하는데 실수로 버터를 너무 많이 넣어 꾸덕한 케이크가 나왔는데 그게 맛이 아주 좋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버터바의 원래 이름은 '세인트루이스 구이 버터 케이크(St.Louis Gooey Butter Cake)', 아주 달콤하고 리치하며 끈적한 듯 쫀득하고 꾸덕하다. '버터는 많을수록 좋다'라는 말을 믿는, 버터 예찬론자로서 버터의 풍미가 가득한 버터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름조차 '버터바' 아닌가.

오리지널 버터바 레시피는 바닥 크러스트에 이스트를 넣어 잠시 발효한 뒤 부풀려 굽고 그 위에 버터필링을 올리는데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버터바는 이스트 대신 베이킹 파우더를 넣고 과자 형태로 바삭하게 구운 크러스트 위에 버터필링을 올린다.

이스트를 넣는 버전과 베이킹파우더를 넣는 버전 두 가지를 모두 해 본 결과 개인 취향의 차이일 뿐 둘 다 마음에 들어서 그때 그때 만들고 싶은 버전으로 만든다. 역시 중요한 것은 버터필링으로, 버터가 주재료인 만큼 깊고 풍부한 맛의 버터를 쓰는 편이 좋다. 만드는 것도 간단하고, 굽는 동안에는 집 안 가득 버터와 설탕 향이 퍼지고, 다 구워진 버터바에선 리치한 스카치 캔디 맛과 향이 난다. 이제 달콤한 버터바를 즐기며 장마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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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바 ⓒ 강윤희

 

- 재료 분량

16.5x16.5cm 정사각팬 기준

- 재료

크러스트
버터 50g, 설탕 25g, 달걀 30g, *중력분 100g, 소금 1g, 베이킹파우더 1g

*중력분 대신 박력쌀가루나 박력분, 아몬드가루 등을 써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박력 쌀가루 90g에 아몬드가루 20g을 더해 쓰는 걸 선호한다.

버터필링
버터 160g, 황설탕 180g, *올리고당 40g, 소금 2g, 달걀 50g, 바닐라 익스트랙 2작은술, 중력분 130g, 우유나 생크림 30g

*메이플향을 내고 싶다면 메이플시럽을, 조금 더 꾸덕한 식감을 원하면 물엿을 사용해도 좋다.
  
- 만들기

기본 준비

버터와 달걀을 냉장고에서 꺼내 버터가 부드러워지는 정도의 실온 상태로 준비한다. 달걀은 곱게 풀어 개량해 둔다.

크러스트 만들기

1. 실온상태의 버터를 핸드믹서로 크림처럼 부드럽게 풀고 설탕을 더해 설탕이 녹아들도록 잘 섞어 크림화한다.
2. 달걀을 더해 계속해서 핸드믹서로 잘 섞다가 채 친 밀가루와 소금,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실리콘 주걱이나 스패츌러 등으로 반죽한다. 너무 많이 반죽하지 말고 날가루가 보이지 않고 반죽 표면이 매끈할 정도면 충분하다.
3. 완성된 반죽을 랩으로 싸 냉장고에 넣고 1~2시간 휴지시킨다.
4. 휴지시킨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어 정사각 팬 위에 올린다. 공기가 빠져나가 균일하게 구워지도록 포크로 반죽 여기저기를 콕콕 찍어 구멍을 낸다.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가량 구운 뒤 팬 그대로 한 김 식힌다.

버터필링 만들기

1. 실온 상태의 버터를 핸드믹서로 크림처럼 부드럽게 풀고 황설탕을 더해 황설탕이 녹아들도록 잘 섞어 크림화한다.
2. 올리고당과 소금을 넣고 다시 핸드믹서로 잘 섞다가 달걀물과 바닐라익스트랙을 넣고 핸드믹서로 반죽한다.
3. 중력분의 반을 넣어 반죽하다 잘 섞여 들면 우유의 반을 넣어 반죽한다. 다시 나머지 중력분을 넣어 반죽하다 우유의 나머지를 넣고 반죽한다.

굽기&완성

1. 식은 크러스트 위에 버터필링을 올리고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0~40분간 굽는다.
2. 구운 버터바를 2시간 이상 실온에서 식힌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충분히 식히지 않은 상태에서 자르면 버터필링이 굳지 않아 녹아내리니 주의한다.

*완성된 버터바는 실온에 두고 먹어도 좋고 하나씩 포장해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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