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일가족 사망사건이 던진 화두

[은밀한 맥락을 찾아서] 5. 사건의 여파: 예상치 않은 파문의 역사-7

등록 2022.07.06 09:32수정 2022.07.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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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후 한 달여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된 초등학생 조아무개양과 그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이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경찰이 여전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억측은 삼가야 할 것이며, 숨진 가족과 유가족의 인권을 위해서도 지나친 보도는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사건을 재구성하고, 사회복지와 관련된 몇 가지 이슈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보도된 기사들과 경찰의 발표, 온라인에 등재된 자료들을 정리하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5월 17일에 조양의 부모는 완도군 소재의 풀빌라를 예약하고, 학교에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신청하였습니다. 5월 23일에 차량으로 완도군에 진입했고, 24일부터 풀빌라에 투숙하면서 매일 인근 지역으로 출입하였습니다. 5월 29일에 완도군으로 다시 들어간 뒤 풀빌라에 체크인을 했습니다.

5월 30일 오후 11시경 숙소 CCTV에 조양과 가족의 마지막 모습이 찍혔습니다. 이 영상에서는 조양의 어머니가 축 늘어져 있는 조양을 업고 나가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외부 CCTV에서는 차량에 태우는 모습이 잡혔습니다. 그날 밤을 지나 5월 31일 새벽 1시 조양과 어머니의 휴대전화가 끊겼고, 4시에는 아버지의 휴대전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이것이 그 가족의 마지막 생활반응이었습니다.

조양의 체험학습 기간이 종료되었는데 학교에 등교하지 않자, 6월 22일 학교 측에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6월 24일에 경찰은 조양의 신원과 가족 차량 정보를 공개하였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때부터 조양의 실종사실을 인지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해경은 조양 가족이 사라진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진행하였고, 28일 바다 속에서 이 가족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발견하였습니다. 29일에는 인양 작업을 시작하여 정오쯤 차량을 인양하였고, 그 안에서 조양과 그 부모로 추정되는 탑승자 3명을 확인하였습니다. 한 달 동안 물속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신원 확인도 어려웠으며, 사망 원인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조양은 만 10세의 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알려졌으며, 그 부모는 각각 36세, 34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 수사와 발표 내용에 근거하면, 조양의 부모는 지난해 7월 운영하던 가게를 폐업한 상태였습니다. 신용카드 대출과 금융기관대출로 1억원이 넘는 빚이 있었고, 가상화폐에 투자하였다가 2천만 원 정도 손실을 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최근 기사에 의하면 이 부부는 우울증을 앓으면서 치료를 받아왔다고 합니다.


이런 정보들을 종합하여 보면, 30대 중반에 무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채무에 시달리던 부부가 삶을 비관하고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며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자녀도 함께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사건은 보도 이후 우리 사회에 몇 가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병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사안들을 주목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초등학교 고학년인 어린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까지 합니다. 일부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초반 기사에서 등장한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이며, 부모가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사건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부모가 아동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가부장제 사고의 잔재라고도 했습니다.

개별 사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법원에 맡겨져 있으나 만약 아동이 항거할 수 없도록 만들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면 범죄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건을 두고 '동반자살'이라고 하는 것은 명확하게 잘못된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독자적인 존재이며, 인권을 가지고 있고, 자신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아동이 부모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귀중한 생명을 잃게 된 것입니다.

둘째 이슈는 가족의 재정 상태입니다. 조양 부모의 직업과 재정 상태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만약 어린 자녀를 둔 30대 중후반의 부부가 자영업에 실패하거나 실직 후 과도한 지출, 또는 소득이나 재정 여력을 훨씬 넘어선 수준의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수억원 규모의 채무를 갖게 되었다면,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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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보아야 합니다 ⓒ 권지성

 
이 부부에게 자산이나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이들은 회생법원에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신청하여 채권자들에게 일정 채무를 성실하게 변제하고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회생법원에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오랜 시간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시기를 동반하고, 채무를 변제하는 동안에도 벼랑 위에서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그래서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기간을 지나고 나면 재정적으로 회생하여 이전에 영위하던 삶을 다시 회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부모는 가정을 포기하고 혼자서 탈출을 시도하거나 가정을 해체하거나 자녀를 양육하지 않기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 부모의 자녀는 이전 연재 기사의 주제에서 살펴본 아동보호서비스의 보호대상아동이 됩니다. 즉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시군구청 아동보호팀에 신청하여 자녀가 위탁가정이나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에 보호되도록 하고, 기약할 수는 없지만 자녀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 중에서 일부는 부모로서 친권을 아예 포기하고 입양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하고 박탈을 경험하는 상태에서 부모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그 부모가 최선을 다해 빚으로부터 해방되려고 노력할지 무기력한 삶을 살아갈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입니다)과 친생부모로부터 분리되어 조부모나 친인척, 일반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살아가는 것(여기에는 다시 친생부모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관계가 유지될지 아니면 일정 시점부터 관계가 단절될지 여부라는 결정적 조건이 있습니다) 중에서 어느 편이 아이에게 더 나은 대안일까요?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한 난제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극소수의 부모는 이런 대안들을 외면하고, 극단적으로 나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고 심지어 자신의 자녀까지 목숨을 잃게 만드는 행위는 결코 이해될 수 없는 일입니다.
#은밀한 맥락을 찾아서 #전남 완도 #가족사망사건 #개인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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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상의 은밀한 맥락과 패턴을 탐구하는 질적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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