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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식량 위기... 전 교육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인터뷰] 도서 <식량위기 대한민국> 저자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등록 2022.07.10 19:21수정 2022.07.1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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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모두가 기후 위기를 말한다. 지난 몇 년간 지구는 폭발하듯 신음했고, 우리나라도 그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2020년 여름엔 54일간 기록적인 장마가 계속됐고, 2022년 봄엔 산불이 최장기간 이어졌으며 최근 연이어 비가 오기 전까진 전국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이런 기후 위기가 식량 문제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최근 들어 인도의 밀과 설탕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곡물 수확량 감소 등을 이유로 연일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가뜩이나 식량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신경을 써야할 시점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위기에 대한 준비는커녕,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은 최근 출간한 <식량위기 대한민국>을 통해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식량문제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의 관점으로 식량 위기를 풀어낸 이 책은 어쩌면 농업전문가이자 동시에 기후변화 전문가이기도 한 남재작만이 쓸 수 있고, 또 현 상황에서 반드시 써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공포를 팔지 않고, 대책 없는 희망을 전파하지 않는다. 대신 거시적인 관점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원인과 현 상황, 앞으로의 미래를 짚는 한편, 아직은 다소 생소한 식량 안보가 왜 중요하고 왜 위기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설득한다. 

이 나라는 이제 미래를 위해 기후와 식량이라는 두 위기를 해결해야만 하는 길목에 섰다. 이 복잡한 난제의 출구는 어디일까? 우리는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7일 남재작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전 지구적으로 폭발하듯 여러 문제가 벌어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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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작 소장 ⓒ 박정우

 
- 우선 소장님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농업과 기후변화를 연결한다는 게 언뜻 생소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께 노무현 정부 때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즈음에 저는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요. 농업 분야에서도 기후변화에 관심이 커지면서 농촌진흥청에도 관련한 부서가 생기고, 이런저런 연구도 하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농업과 기후변화의 관계랄까, 중요성을 점점 인식했고, 결국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최근 도서  <식량위기 대한민국>을 출간했습니다. 어떤 책인지 작가가 직접 소개한다면요?

"사실 예전에 기후변화 책을 쓴 적이 있어요. 어찌 보면 <식량위기 대한민국>은 10년 만에 기후변화와 관련한 책을 다시 쓴 셈인데요. 그 사이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고 관련한 책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엔 관점을 좀 다르게 해서 기후변화와 농업, 식량을 연결한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고 봤는데 관련해서 아직 준비가 미흡하기도 하고, 책도 나온 게 없더라고요.

지금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후변화가 멈추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10년 안에 지구 온도가 1.5도 올라간다는 건 기정사실입니다. 그것도 아주 잘해야 가능한 일이죠.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생물 다양성과 식량, 농업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인간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1960년대부터 성장의 한계를 직시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기후변화는 기후 위기를 거쳐 기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부터 지금까지 평균 지구 온도가 1.1도 높아졌고, 앞으로 1.5도 상승 이하로 막아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그러면 여기서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가 올라가는 것과 2도, 혹은 그 이상 올라가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왜 소장님은 지금을 '기후 파국'이라고까지 말씀하시는 건가요?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0.5도 정도 올라갔을 때까지만 해도 좀 더워지고 있다는 느낌만 받았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죠. 그러다 작년, 재작년 1도를 넘어가고 나서는 전 지구적으로 폭발하듯 여러 문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체온도 1도가 올라가면 어딘가 이상이 있고, 2도 이상 올라가면 굉장히 위험한 단계로 보는데,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1.5도에서 2도 사이로 올라가면 거의 파괴적인 수준이라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지금도 호주 대산호초 절반이 죽었다는 얘기가 있죠. 바다 수온이 1도 올라가는 건 땅으로 치면 거의 10도가 올라가는 것과 맞습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만 올라가도 조개류의 거의 90%가 사라질 거라고 얘기합니다.

또 생물 다양성의 파괴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동물이나 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었다는 건 생산활동이 바뀐다는 얘기인데요. 이렇게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농경지가 5퍼센트 정도 줄어들 거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앞으로 전 세계 인구는 곧 100억 명에 달할 텐데 5퍼센트면 5억 명입니다. 어쩌면 5억 명의 사람이 굶을 수도 있어요. 흉년이 들면 이 위기와 타격은 몇 배로 크게 다가올 겁니다. 우리의 식단구성이 다 바뀌는 일입니다. 어쩌면 이제 정말 생존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나무 심으면 좋은 것, 베어내면 나쁜 것이란 인식 걷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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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대한민국> 표지 이미지 ⓒ 웨일북

 
-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나무를 심자는 캠페인에 집중했다. 산림계에서는 산림 경영을 통해 독일과 같은 임업 선진국을 꿈꾸었지만, 산림 경영의 시작이 나무 베어내기라는 것을 국민에게 이해시키지는 못했다'

이 부분이 좀 인상 깊었는데요. 산림 경영의 시작이 왜 나무 베어내기인지 설명해 주신다면요?


"산림 경영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요. 최근 우리나라에 산불이 많이 일어났죠. 산불을 예방하려면 활엽수를 심어야 하는데, 지금 있는 나무를 베어내야 새로 심을 수 있어요. 이 외에도 아카시아 같은 나무는 잘 크지 않습니다. 환경을 위해서는 이걸 큰 나무로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베어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구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나무는 무조건 심고, 지켜야만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그때 심은 나무는 단기적으로 키우기는 좋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정한 주기에 따라 수종을 교체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무를 베어낸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요.

이를테면 우리나라 저수지를 보면 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죠. 이러면 저수지의 역할을 제대로 못합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저수지를 이렇게 관리하는 경우는 없어요. 결국 환경을 위해서 매니징 할 건 매니징하고, 관리할 건 관리하고, 쳐내야 할 건 쳐내고, 보호할 건 보호해야 합니다. 무조건 나무를 심으면 좋은 거고, 베어내면 나쁜 거라는 인식을 걷어내야 합니다.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자연을 그냥 내버려 두면 스스로 회복하고, 알아서 잘 굴러가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봐요. 이제는 인간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금 일어나는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인 환경 관리자로 나서야 합니다."

- 식량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대략 20퍼센트에 불과하다. 주식으로 사용하는 식량의 경우 45퍼센트 정도'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농업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서 식량자급률을 늘리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요? 물론 그 과정이야 쉽지 않겠지만 답은 명확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당연히 그런 활동도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이게 구조적으로 좀 쉽지 않은 문제가 있어요. 최근 우리나라도 식단 구성이 많이 바뀌어서 밀과 고기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쌀은 흉년이 들면 좀 모자라지만, 평년에는 남아도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밀 재배를 좀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할 수 있을 텐데요. 문제는 경제성입니다. 쌀은 수입할 때 관세로 방어가 됩니다. 국내 생산량이 아주 중요하죠. 그런데 여기서 밀을 심으려면 농경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쌀 대신에 심어야겠죠. 그런데 밀은 국제 가격에서 관세가 거의 없고, 우리나라가 다습한 지역이라 생산비도 높고, 해외에 비해 퀄리티가 좋기도 힘들어요. 그러니 생산비는 높은 데다, 품질이 월등하지도 않을뿐더러 보호받는 시장도 아니에요. 농민들 입장에선 밀을 재배할 이유가 없습니다.

콩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콩은 밀과 달리 많이 올라가는 추세이긴 합니다. 국산 콩 자체도 그렇고 국산 콩으로 두부 같은 것은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시장이 무작정 커지긴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근본적으로 국내 자급률을 올리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 그러면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 농업계가 너무 고령화되어 있습니다. 농장주 평균 연령이 68세고, 농업에 종사하는 40대 이하는 고작 1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농업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려면 족히 10년은 걸리는 일이에요. 그런데 농업 전문 인력이 부재하다 보니 농업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무슨 일을 하려면 우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걸 제대로 이해하고 전략을 세우는 전문 기관이나 부서가 있어야 합니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 외에도 농업 분야의 여러 나라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3~4개 나라에서 80% 이상을 수입해요. 굉장히 편중되어 있는 거죠. 나머지를 메꿔줄 다른 공급선이 필요합니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기술 투자하는 방법도 있겠죠. 우리나라와 상대 나라,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됩니다. 곡물 스와핑처럼 몇 개 나라와 위험할 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작전을 짤 수도 있고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가 지금 식량 위기에 처해있고, 미래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 세대만 살고 말 게 아니잖아요. 그간 우리나라가 식량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이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어젠다로 삼아야 합니다."

"탄소중립 여정 멈출 수 없다, 다른 대안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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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장마 여파로 작황이 나빠지며 채소가격이 오른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 <식량위기 대한민국>을 보면 지금 모든 인류가 그렇겠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식량과 기후 위기라는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만 하는데, 어느 하나도 쉽지 않은 문제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책에서는 다양한 대안을 말씀하셨는데,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신다면요.

"사실 책에는 여러 가지 얘기들을 했지만 일단 개인적으로는 지구가 변했고, 생물이 달라졌다는 걸 알고 모르고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만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식량 쪽으로 넘어가면 이제 농민들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소비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지금 저탄소 식품이라는 게 별로 없는데 친환경 식품을 키워주고, 좀 더 자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약간이라도 비중을 늘려가다 보면 정치인도, 농민도, 유통업자도 반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어떤 대안이 있는지와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다른 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장님께서는 이 나라와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긍정하시는지요?

"여러모로 어렵지만 그래도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당대에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보지는 않아요. 다만 저는 교육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요즘엔 학교에서 환경과 관련한 교육을 잘해서 그런지 어린 친구들은 이런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구글 같은 기업이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면 기업도 표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 있습니다. 그건 정치가 출발하고, 과학이 이어받아야겠죠. 이것도 시민들이 방아쇠가 되어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탄소중립에 이르는 여정을 멈출 수 없습니다. 다른 대안은 없어요."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이 책을 열심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1도의 세계를 지나왔고, 이제는 1.5도의 세계를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이걸 되돌릴 수 있다는 건 부질없는 낭만주의입니다. 우리는 변해버린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또 환경 변화를 적응 가능한 수준까지 막아야 합니다. 지구가 폭발해 버리면 모든 것이 다 소용없는 일이니까요. 우리가 자연 생태계 관리자라는 책임을 가져주면 좋겠고, 제 책이 그런 역할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책에 요르겐 랜더스 교수의 저서에서 인용한 문장이 있는데요. 이 말씀을 여러분께도 드리고 싶습니다.

'내 예측이 틀리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우리는 함께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식량위기 대한민국 -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가 들려주는 기후파국의 서막

남재작 (지은이),
웨일북,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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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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