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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에게 저임금 받을 기회 줘라? 권성동의 이상한 '기회'

[주장] 국회 교섭단체 연설... '전기요금 인상', '자영업자 폐업' 관련 내용엔 오류도

등록 2022.07.22 10:39수정 2022.07.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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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논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70여 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열거하기만 한 국회 연설은 아쉽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일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토대한 것이라 우려스러웠다. 권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 중 특히 눈에 띄었던 세 가지를 짚어봤다.

① 전기요금 인상, 문재인 탈원전 때문?

권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 전기요금 인상 독촉장이 밀려온다. 그 직접적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사실일까.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1월~3월) 자그마치 8조 원 가까운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원전 이용률은 84.1%로 문재인 정부 5년 평균인 71.5%보다 10% 이상 높고 문재인 정부 이전 5년간 평균인 81.6%보다도 높다.

원전 이용률이 문 정부 이전보다 높았음에도 한전이 막대한 적자를 낸 까닭은 국제적인 연료 가격 상승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1분기 LNG와 석탄화력 발전소에 지불한 전력정산금은 15조 7천억 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1분기보다 8조 1천억 원 증가한 금액이다. 가스와 석탄의 비용이 국제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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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올라갈수록 한전의 영업 이익은 낮아지고 유가가 내려갈수록 한전의 영업 이익을 올라갔다. ⓒ 기후솔루션

유가도 마찬가지다. 위 그림은 기후솔루션이 국제 유가와 한전 영업실적의 추이를 비교한 그래프로 유가가 올라갈수록 한전의 영업 이익은 낮아지고 유가가 내려갈수록 한전의 영업 이익을 올라갔다. 즉 한전의 영업 이익과 국제 유가는 서로 반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6월 3일 <한전 적자, 검은 진범>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전의 현재와 같은 적자 상황은 화석연료의 원료비 급등에서만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간 한전이 글로벌 탈석탄 흐름에 역행하는 투자 결정을 내림으로써 자산손실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한전 및 국내 전력시장이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한 국제 유가 변동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원전 이용률과 한전의 적자 구조를 살펴본다면 전기요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때문이라는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②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가 폐업? 코로나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렇지 않아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문제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최저임금이 누군가에게는 벽이 될 수 있다"며 "이 벽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는 폐업했다. 어떤 근로자는 저임금을 받을 기회조차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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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선택 사유 1위는 '과다경쟁, 경기침체 등으로 매출 부진'이 60.9%로 가장 높았다. '인건비 부담'은 3.2%에 불과했다. ⓒ 중소기업중앙회

 
자영업자 폐업이 최저임금 때문일까. 먼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5월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선택 사유 1위는 '과다경쟁, 경기침체 등으로 매출 부진'이 60.9%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적성, 건강, 가족돌봄, 워라밸 등 개인적 이유'(16.8%), '새로운 사업아이템 발견'(4.6%)이 뒤를 이었다. '인건비 부담'은 3.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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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21년 9월 발표한 <자영업자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고려 이유 중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26.2%)이 2위였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실시한 정책지원 방안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고정비 부담에서 인건비보다는 임대료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았음을 알 수 있다. ⓒ 한국경제연구원

 
코로나 19 유행 이후는 어떨까. 한국경제연구원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 두 달째인 지난 2021년 9월 발표한 <자영업자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고려 이유 1위는 '매출액 감소'가 45.0%로 가장 높았고,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26.2%), '대출상환 부담 및 자금사정 악화'(22.0%)가 뒤를 이었다.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폐업 고려 이유 2위인 만큼 적어도 코로나 19 이후에는 최저임금이 자영업자의 폐업을 야기했다고 볼 수 있을까. 한국경제연구원은 같은 조사에서 폐업 고려 이유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원하는 정부의 정책지원 방안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거리두기 지침에 따른 영업손실 보상 확대'가 28.4%로 1위였고 그 뒤를 이어 '임대료 직접 지원'(24.9%), '백신 접종 확대'(16.5%), '대출상환 유예 만기 연장'(12.7%)이 꼽혔다. '최저임금의 탄력적 적용'은 6.8%으로 임대료 지원에 비하면 1/4 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정책지원 방안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고정비 부담에서 인건비보다는 임대료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 오류보다 더 잘못인 권성동의 "저임금 받을 기회" 운운

권 원내대표의 최저임금 발언은 비단 사실관계가 잘못된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5일 권 원내대표는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한 10만원 정도"라며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고 발언했다.

대통령 후보에게 천만 원의 고액을 후원할 정도의 청년에게는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며 미안함을 아끼지 않던 권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근로자는 저임금을 받을 기회조차 빼앗겼다"고 운운했다.

최저임금 받고도 어떻게 사냐고 하더니 이제는 그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을 '기회'를 얘기한 것이다. 그 기회는 무슨 기회를 의미하는가. 아무리 일을 해도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삶을 누릴 기회인가. 권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에 대해 여러 비판점이 있겠으나 이 발언이야말로 가장 큰 잘못일 것이다.
#권성동 #탈원전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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