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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묵란전' 전시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 62] 그의 글과 그림과 관련 전문가의 평

등록 2022.08.11 15:53수정 2022.08.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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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 중 하나인 '허공에 우담바라'와 김지하 시인. 전시작 중 하나인 '허공에 우담바라'와 김지하 시인. ⓒ 학고재 제공

 
김지하는 참으로 재주가 많고 조예도 깊었다. 대학에서 전공한 미학의 영역이 넓고 경계선이 높지 않지만 그는 시ㆍ서ㆍ화에 창ㆍ연극ㆍ탈춤에 이르기까지 전문성을 넓혔다. 

2001년 12월 환갑을 기념하여 김영복ㆍ현준만 등의 기획으로 서울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미의 여정, 김지하의 묵란전>을 열었다. 젊은 시절 원주에서 장일순에게 배운 난 치기 이래 세상의 풍상에 쫓기면서 틈틈이 그리다 말다를 거듭해온 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이 지난 시점이다.

종이를 듬뿍 사다놓고 매일 난초로 해가 뜨고 난초로 해가 지는 세월이 시작되었다. 한 해가 번쩍 지나갔다. 어느새 겨울이 되었고 마침내 묵란전을 열었다.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다. 무위당 선생 탓에 난초에 손을 댄 지 꼭 20년 만의 일이다.  누구에겐가 내가 이런 말을 했다. 

"내 난초를 진정으로 보려면 나의 지나간 한 해를 '피드백'해야 한다. 진짜 난초는 거기 어디쯤 피었을 게다. 어느 날 어느 시 내 마음에 잠깐 들어왔다 간 어떤 생각, 어떤 느낌, 어떤 빛깔, 어떤 리듬, 바로 거기 있다."

매스컴이 모두 움직였고 전시회는 성황이었다. 매일 인터뷰하고 사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간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아득히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달려와 나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전시 작품이 세 차례나 교체되었으니 총 80점이 나간 셈이다. (주석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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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시인은 즉석에서 직접 관객에게 사인을 해 주는 모습. 성심을 다하는 진지한 모습이 감동적이다. 김지하 시인은 즉석에서 직접 관객에게 사인을 해 주는 모습. 성심을 다하는 진지한 모습이 감동적이다. ⓒ 김형순

 

그의 글과 그림과 관련 전문가의 평이다.

"김지하는 글씨와 그림에서도 당신의 시 못지 않은 독특한 예술세계를 보여주었다. 글씨보다 그림으로 더 알려져 있고 또 그림에 더 열중하였지만, 사실상 그의 그림과 글씨는 둘로 나누어지지 않았다. 그의 그림에는 반듯이 거기에 걸맞은 화제를 들어감으로써 작품으로서 완결미를 갖추었으니, 서화(書畵)가 일체로 되는 세계였다." (주석 10)

조선시대 웬만한 선비들은 시ㆍ서ㆍ화ㆍ창에 한가락씩 걸치고, 여기 하나라도 불비하면 축에  끼지 못했다고 하지만, 분업화 된 현대사회에서 지식인들이 이를 두루 갖추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다. 그와 동갑내기로 시대고와 역경이 비슷했던 고 신영복 정도일까.

2014년, 김지하는 인사동 선화랑에서 본격적인 작품전을 가졌다. 원주의 후배 김영복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이 전시회에는 묵매도, 달마도, 수묵산수도, 그리고 채색 모란도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이때 보여준 김지하의 매화 그림은 그야말로 '추의 미학'이고 '밟아도 공경스러우면 허물이 없는'세계였다. 김지하는 스스로 말하기를 본래 난초는 선비들이 즐겨 그리는 문인화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매화는 달랐다. 기굴(奇崛)한 농묵(濃墨)의 매화 줄기에 작은 담묵(淡墨)의 꽃송이가 빼곡히 피어난 모습은 그의 화제대로 "괴로움 속의 깊은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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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화가와 어린이에게 물감 보내기 범미술인'전에 출품된 김지하의 달마도가 그려진 도자기 '북녘 화가와 어린이에게 물감 보내기 범미술인'전에 출품된 김지하의 달마도가 그려진 도자기 ⓒ 김지하

 
그리고 김지하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수묵산수화를 그렸다. 농묵과 담묵이 카오스를 이루면서도 미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가 추구해온 대로 화면 속에 '기우뚱한 균형'이 유지된다. 그는 작가의 변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묵산수는 우주의 본체에 대한 접근이다. 서양화의 사실주의와 다르다. 산(어두움)과 물(밝음), 농경과 유목 문화의 대배 등을 담채와 진채(眞彩)로 드러내 보았다." (주석 11)


주석
9> <회고록(3)>, 335~336쪽.
10> 유홍준, <유려한 붓놀림에 서린 절절한 울림 - 김지하의 글씨와 그림>, <김지하 시인 추모문화제> 자료집.
11>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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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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