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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을 덮은 선녀벌레, 그을음병을 일으킵니다

잣 생산을 무려 33%나 감소시키는 벌레도 있다

등록 2022.08.05 11:23수정 2022.08.1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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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과 세계여행으로 인적자원 뿐 아니라 곤충자원도 옮겨다니는 세상이다. 호주와 같이 고립된 생태계에서는 외래종이 크게 불어나 식량자원에 상당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잘 어울려 사는 종도 있지만 반대로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곤충도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이기는 하나 적응 초기에는 큰 말썽거리가 된다.


한국에 천적이 없는 벌레

2009년에 처음 발견된 미국선녀벌레는 여러 식물에 들러붙어서 수액을 빨아먹으며 그을음병을 일으킨다. 북미가 원산지이므로 대한민국 생태계에는 천적이 없는 상태라 해마다 대량발생하여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포도와 감귤, 살구, 복숭아 나무와 같은 유실수에도 창궐하여 과수 농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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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녀벌레.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으며 그을음병을 일으킨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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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왁스층으로 덮힌 미국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 생활사와 습성이 비슷하여 발생 초기에는 구분이 어렵다. ⓒ 이상헌


몸 길이는 5~8mm 이며 매년 오뉴월에 나타나 한 여름에 성충으로 활동하다 가을이면 100여 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애벌레는 온몸에서 하얀 왁스를 분비하며 꽁무니에 뻗어나온 털다발은 닳아빠진 붓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험을 느끼면 꼬리털을 펼치고 모습을 숨기므로 언뜻 보면 농작물에 흰 곰팡이가 피어오른 것처럼 보인다.

2010년에 처음 보고된 갈색날개매미충은 온 몸이 노랑색 분말로 덮혀있다. 먹이활동과 생활사가 미국선녀벌레와 비슷하여 한 장소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애벌레의 모습까지 똑 닮았다. 몸 길이는 최대 15mm까지 자라며 기타줄을 튕기는 피크처럼 삼각형 모양이다. 예민한 놈이라서 사람이 다가서면 재빨리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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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날개매미충. 그을음병을 일으켜 해충으로 취급받는다. ⓒ 이상헌


5월~10월까지 활동하며 감나무와 밤을 비롯하여 때죽나무, 단풍나무, 후박나무, 산수유 등등 여러 종류의 나무에 알을 깐다. 과수원에 대량발생하면 그을음병을 일으켜 배나무와 사과나무, 매실, 블루베리 등에 해를 끼친다. 알로 월동하며 4월 말이나 5월에 부화하여 7, 8월에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수명은 약 30일 정도이고 여러 식물을 옮겨다니며 흡즙한다. 짝짓기 후 가을에 먹이식물의 가지 속에 알을 낳는다. 애벌레는 위험을 느끼면 연한 노랑색의 꼬리털을 방사형으로 활짝 펼쳐 꽃이 핀 것처럼 위장한다.

활엽수 진액을 빨아먹고 오줌방울을 쏜다


주홍날개꽃매미는 수 년 전에 상당한 피해를 주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국내 생태계가 복원되어가며 점차로 피해가 줄어들고 있다. 애벌레는 까만 바탕에 흰색점이 발달해있고 자라나면서 빨간색 몸매로 바뀐다. 도약력이 매우 좋아 인기척이 느껴지면 높이 뛰어 줄행랑친다.

193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었으나 그동안은 추운 겨울을 나면서 대다수가 죽기 때문에 존재감이 없었다. 2천년 대 들어와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범람했다가 사그라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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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날개꽃매미의 오줌방울. 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수분을 오줌으로 배출한다. ⓒ 이상헌

 
성충도 식성은 마찬가지라서 여러 나무에 들러붙어 주둥이를 꼽고 즙액을 마신다. 5~10분 정도의 간격을 두고 꽁무니에서 오줌방울 총알을 빠르게 쏘아낸다. 수액을 빨아먹으면서 영양분은 흡수하고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는데, 어찌나 맹렬한지 날개 끝이 헤어질 정도로 오줌방울을 쏟아낸다. 한 번에 낳는 알도 500여 개 정도로 많다.

2006년 경에는 보통 사람들도 알아볼 정도로 이상증식했으나 십 수년이 지난 지금에는 대한민국 생태계의 한 식구가 되어가고 있다. 거미와 새, 침노린재 등이 포식자로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동남아 일대가 원산지였으며 가죽나무를 먹고 살았으나 우리나라에 정착한 이후로는 여러나무의 즙을 먹으며 변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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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허리노린재. 잣나무와 솔방울에 피해를 입히는 곤충. ⓒ 이상헌

 
북미가 원산지인 소나무허리노린재는 2010년에 경남 창원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로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졌다. 뛰어난 비행 솜씨와 강인한 번식력으로 남미는 물론이요 유럽을 거쳐 아시아까지 전 지구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성충으로 겨울을 나므로 1년 내내 관찰할 수 있고 붕붕 소리를 내며 날기에 벌로 착각하게 만든다. 몸 길이는 최대 20mm에 이르며 뒷다리가 배를 젓는 노처럼 생겼다. 미국에서는 침엽수씨앗벌레(conifer seed bug) 라고 부르는데 잣나무와 소나무를 가해하기 때문이다.

송곳같은 주둥이로 솔방울이나 잣을 찔러 진액을 빨아먹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쭉정이가 된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가평 지역 잣 생산의 약 33%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에서는 성충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6월에 항공방제를 통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주홍날개꽃매미 #소나무허리노린재 #단칼곤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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