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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 강조해온 조희연의 성찰 "기초학력도 인권"

[인터뷰] '공존교육' 내세운 서울교육감... "만5세 입학제 철회해야"

등록 2022.08.06 11:25수정 2022.08.0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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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이희훈

 
"기초학력도 인권입니다."


'진보교육감'으로서 학생인권을 강조해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기초학력을 키워주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책무"라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7월 29일 진행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8년의 교육감 활동에 대해 성찰하는 목소리를 냈다. "교권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학력신장과 교권강화는 그 동안 보수교육감들이 주장해온 의제들이다.

"진보진영 교육감이 학생인권엔 관심이 많지만, 교권엔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저는 달라질 겁니다. 선생님들이 열정을 갖고 수업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겠습니다. 그래서 우선 교권보호조례를 추진해 교사들이 소신껏 수업과 생활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진보교육감이 말하는 '공존교육'
 

조 교육감은 이번 교육감 선거 공약으로 '공존교육'을 내세운 뒤 당선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조 교육감은 공존교육의 내용에 대해 "정치에는 투쟁의 정치와 공존의 정치가 있는데 지금 시대는 투쟁의 정치도 필요하지만, 공존의 정치도 절실하다"면서 "3·7제 정치, 70%의 내용으로 대립하더라도 30%의 내용은 공존을 생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공존'의 기준은 분명했다. 조 교육감은 "특권학교로 변질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국제고는 공존을 파괴한다"라며 "이런 것과는 단호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제고사(전국 또는 시도별로 한 날 한 시에 한 시험지로 진행하는 평가) 부활도 퇴행적인 노선이며 약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극우와도 공존할 수 없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최근 반발을 사고 있는 '만5세 입학제'에 대해 "무심코 발표한 정책은 교육현장에 혼란만 주고, 교육주체들을 힘들게 할 뿐"이라며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7월 1일 3기 교육감 임기를 시작한 뒤 한 달 가량이 흐른 시점에 이뤄진 이날의 인터뷰는 서울시교육감실에서 한 시간 동안 이어졌고, 지난 2일 전화통화를 통해 추가 질문도 던졌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보완적 혁신의 길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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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이희훈

 
- 취임 한 달이 됐다. 3기 교육감으로서 어떤 일에 방점을 둘 것인가?

"앞으로 새로운 4년은 공교육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지난 8년 동안 해온 수업·공간·행정 혁신 등 공교육 정상화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학생 맞춤형 교육으로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싶다. 더 평등한 출발선도 만들어주고 싶다. 이를 위해 만3세 언어진단 계획도 곧 발표할 것이다. 언어지체를 유아 때부터 찾아내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다."

-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교육감 후보들이 내세운 '학력신장론'이 학부모 마음을 많이 움직였던 게 사실 아니었나?

"그렇다. 앞으로 저는 보완적 혁신의 길을 가려고 한다. 학력 문제에 있어서도 일정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에는 기본적으로 학력 성장 과정이 있다. '지덕체'라고 얘기할 때 '지'는 아이의 지적 성장을 뜻하는 것이지 않나."

- 그렇다면 학력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보완적 혁신을 할 것인가?

"아이들의 지적 성장, 이것을 굳이 학력이라고 얘기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보완적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기초학력도 인권이다. 기초학력을 키워주는 것은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 교육은 지적 성장을 절대적 기준으로 놓고 국영수 잘하는 학생만 우대하고 나머지는 들러리를 세운 것이 잘못이었다. 이제는 학생 하나하나에 맞춰 제각각 지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한다. 서양에서는 특수교육이 생길 때 태생적 천재들도 특수교육의 범주에 넣기도 했다. 과거의 한 줄 세우기식 학력신장 교육이 아니라 특수교육의 방법론처럼 개별 맞춤형 교육을 철저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 설명이 너무 어렵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수학교육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수학몰입교육으로 수포자(수학포기자)를 강제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수학 대안교과서를 만든 것처럼 학생들의 흥미를 촉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암기식 수학교육이 아니라 실생활과 연계된 교육도 되고 수학의 원리를 터득하는 교육도 될 수 있다. 이는 수학계 세계최고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의 제안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 현 정부 일각에서는 학력신장을 위해 한 날 한 시에 한 시험지로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 부활 움직임도 있다.

"당연히 일제고사 부활에 반대한다. 일제고사는 지식교육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에 대한 평가는 변별이 목적이 아니라 진단이 목적이어야 한다. 지금도 진단을 위한 평가는 학교별, 교실별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기초학력을 강조하면서도 일제고사 부활에 반대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것이다. 일제고사를 부활해서 획일적 내용으로 학생들을 닦달하는 것은 분명 잘못 가는 거다. 일제고사 부활은 과거로 퇴행하는 길이다."

"혁신학교일수록 더 다양하게 자녀 정보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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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이희훈

 
- '혁신학교가 교육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켰다'고 주장한 교수를 교육감 출범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게 했다. 어떤 의도가 있었나?

"그 분의 주장도 보완적 혁신을 하자는 뜻이다. 혁신학교가 더욱 잘해달라는 제안을 하신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 일제고사는 점수라도 알려주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저소득층 학생들은 사교육도 못 받으니까 무방비 상태가 되고 잘사는 집 아이들은 학원 사교육을 통해서 적절하게 진단받고 있어서 더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성적 통지방식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학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것은 일반학교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혁신학교일수록 더 다양한 방식으로 학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으면 좋겠다. 실제로 많은 혁신학교가 그렇게 노력해왔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평가와 더불어 제대로 된 정보제공이 될 수 있도록 교육청도 노력할 것이다."

- 지금 몇몇 시도에서는 혁신학교 정책을 폐기하고 있다. 

"서울은 혁신학교 공모와 지정을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다. 다만 보완적 혁신을 위한 중장기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일반학교로도 확대하고, 혁신학교 공모지정 요건은 강화할 것이다."

"교육교부금 빼주기, 초중고 공든 탑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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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이희훈

 
- 현 정부가 2025년 폐지 예정됐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존치키로 했다.

"제가 아무리 공존교육을 얘기해도 자사고 문제에 대해서까지 허용적일 수는 없다. 자사고 부활은 퇴행이자 공존교육 파괴다. 자사고는 이미 특권학교로 변질되어 있는데, 부활한다면 교육불평등을 더 깊게 할 것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자사고에 주어졌던 교육과정 자율성이 모든 학교로 돌아간다. 학교별로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 학교 안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서 일반고 틀 안에서 좋은 교육을 위한 경쟁을 하면 좋겠다."

- 현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떼어내서 대학에 주기로 했다. 왜 반대하는가?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려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아랫돌인 유초중고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세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교육이라는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경제상황을 봤을 때 당장 내년부터는 가만히 있어도 교육교부금이 감소한다. 그런데 추가로 돈을 더 떼어내겠다는 것은 위험하다."

-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았는데, 당장 할 일이 많이 생긴 듯하다.

"그렇다. 지금 시점에서는 교육교부금을 지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건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17개 시도교육감이 다 바라고 있다. 빨리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해서 교육교부금 문제 등 교육현안들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되길 바란다."

- 지금 최대 현안은 '만5세 입학' 문제다.

"무심코 발표한 정책은 교육현장에 혼란만 주고, 교육주체들을 힘들게 할 뿐이다. 만5세 조기입학 정책을 과연 누구와 상의하고 발표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장관 발표 전에 서울시교육청도 몰랐고, 시도교육감협의회도 몰랐다. 교육부는 정말로 중요한 정책인 이 학제개편에서도 교육청과 교육감협의회를 허수아비로 취급했다. 이번 방안은 철회하고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 박순애 교육부장관 관련 하나만 더 묻겠다. 박 장관 두 아들의 학교생활기록부 내용 유출과 불법 수정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A고에 대해 조사할 계획을 갖고 있나?

"현재 A고는 정당했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법이 당사자 동의 없는 학교생활기록부 공개와 제공은 제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는 민감해서 지금으로선 학교생활기록부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유지되도록 필요하다면 행정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라는 정도로밖에 답할 수 없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담당부서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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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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