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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피폭으로 멈춘 대학생활... 누굴 위한 현장실습?

[주장] 노동권을 누리며 실습하는 경험이 절실하다

등록 2022.08.09 10:18수정 2022.08.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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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제도 폐지하라" 교육부가 여수 직업계고 현장실습 과정에서 숨진 홍정운군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2021년 10월 21일 노동인권, 교육 단체 등이 부산시 교육청에서 현장실습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보성

 
2019년 7월, 학교가 추천해준 업체에서 실습을 하던 그는 지금 아프다. 12시간 주야교대에 토요일 노동까지 하며 회사가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빼야 하고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 노동이 그의 몫이었다. 통증을 호소했지만 묵살당했고 학습의 연장인 실습이 아니라 저임금 노동착취를 당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 그는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방사선량을 훨씬 넘어 피폭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방사선을 뿜어내는 기계에 손과 머리를 집어넣고 하는 작업인줄도 몰랐던 그의 손은 손가락 껍질이 벗겨지고 괴사되고 통증범위가 점점 넓어졌다. 앞으로 암 발생 등의 가능성 때문에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한 상태로 스물 셋 나이의 대학생활은 멈추었다.

그의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한 현장실습을 위한 필요한 여러 조치들이 필요하며 그 조치들을 함께 마련하자는 시민사회단체들과 긴 논의를 통해 현장실습제도를 개선하기로 했으나 결국 마지막 합의를 거부했다.

그리고 2020년 2월 10일 외항선 실습기관사로 실습을 나갔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한 그는 대학교 3학년이었다. 2022년 6월 20일 20살 대학생 현장실습생으로 화훼농장에서 실습 중이던 그가 비료를 기계에 붓다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드러나지 않고 알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사고와 질병이 얼마나 더 많겠는가.

특성화고 현장실습과 대학생 현장실습

필자도 30년쯤 전 대학생일 때 현장실습을 나간 적이 있다. 사범대학생이라면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고, 교생실습이라고 불렀던 시간이어서 현장실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런 인식이 굳어져서 현장실습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경우로만 알고 지냈던 시간이 과거에 있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목적과 운영과정에 대한 문제들이 드러나며 학생도, 교사도, 부모도, 사회도 모두 고민을 해야 했던 때가 또 있었다.

그러다 대학생들의 현장실습 과정 또한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이 '열정페이, 노동력착취'라는 말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대학생들의 현장실습에 대해 사회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자 대학별로 알아서 운영하던 방식을 바꿔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했다. 그것이 2016년 3월이다.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은 제정 시행 후 1년이 지난 2017년 3월에 다시 개정되고 2021년 7월에 다시 전부 개정되었다. 면허와 자격 취득에 필요한 실습을 꼭 나가야 하는 경우는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당연히 교생 실습의 경우도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운영규정의 변화에 따라 기존에는 4주를 기준으로 월 40만 원 지급하던 실습지원비가 표준현장실습학기제의 경우 최저임금의 75% 이상 지급으로 바뀌었다. 학생들이 속한 대학은 상해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는 기업‧기관은 산재보험 의무가입을 해야 한다. 표준현장실습학기제와 자율현장실습학기제로 나뉘어 운영되는 현장실습학기제 중 표준현장실습학기제 현황은 대학정보공시에 반드시 올리도록 했다.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이 바뀔 때 산재보상보험법도 개정되어 1998년 산재보상보험법에 현장실습생 특례적용 규정을 제정하면서 실업계고(특성화고) 학생들로 적용범위를 제한했던 것을 2018년 9월에 대학생 현장실습생들도 산재보험적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공시 자료 중 2021년도 정보공시를 한 150개 대학을 살펴봤다.(2022년 7월 공개) 4주 이상 8주 미만 현장실습을 한 학생은 4056명인데 그 중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는 3772명이었다. 특정 대학은 16명이 현장실습을 진행했는데 산재보험에 가입한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2020년 공시 기준으로 보면 4주 이상 8주 미만 현장실습을 한 2만2588명 중 산재보험에 가입된 경우가 602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제도가 바꾸고 있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대학생 현장실습이라 부르지만 저임금 위험 노동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계속 나온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드러내왔던 문제점들을 따라하듯이 하나씩 확인되고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이라고 통칭해서 부르지만 그 제도 내에는 다양한 형태들이 있는 것처럼 대학생 현장실습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는 교육부에서 관할하지만 노동부가 지원하는 장기현장실습제도도 따로 있고, 특정 목적을 위해 세워진 대학의 경우 교육부의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소관부처가 별도로 있는 경우도 있다.

별도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빠져나간다면 소관부처들의 관리감독이라도 있어야 하지만 그런 노력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의무라고 했던 산재보험이지만 모든 사업장에서 가입하지 않았고, 학교도 학생들에 대한 상해보험을 가입하지 않기도 한다. 산재보험가입 후 일주일 이내에 학교에 알려주는 것도 당연히 잘 안되고 있다. 그리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떤 형태로 현장실습을 하게 되는지를 알려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함에도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표준현장실습학기제로 나가는지 자율현장실습학기제로 나가는지 모르고 있다. 자율현장실습학기제는 실습시간의 25% 이상을 직무교육을 한다는 이유로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줄 수도 있고 무급도 가능한데도 말이다.

지난 6월 화훼농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사망한 대학생의 경우도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주 5일 40시간을 일하고 월 90만 원을 받기로 '당사자, 학교, 사업주'와 '장기현장실습교육 협정서'를 작성했다. 현장실습 운영규정에 어긋나는 내용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

참게 만드는 학점과 졸업, 취업의 문

올 1월에 4주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실습이수 학점을 삭제당해서 인권위원회에 학교의 잘못을 시정해달라는 진정을 한 충남의 대학생도 있다. 대학교 3학년인 그는 다른 학생들처럼 학교를 통해 실습을 나갔지만 전공과 무관한 단순 업무만 했다. 기계공학전공이지만 전선을 자르고 벗기는 일만 했다.

학교에도 기업에도 직무교육을 제대로 해달라고 요구했고 실습기관 교체를 요청했지만 그는 제대로 된 실습기관을 소개받지 못하고 한 주간 다녔던 실습이수 학점은 삭제당했다. 그가 다니는 학교는 학과에 상관없이 모두 현장실습 학점을 이수해야만 졸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그 시간을 버티고 있다. 학점을 받아야만 하니 부당하다 해도, 전공과 무관하다 해도, 임금이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지급된다고 해도 그냥 버틴다. 그래야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할 수 있으니까.

대학생 현장실습도 특성화고 현장실습도, 이론으로만 이해하고 익히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니 현실에서 직접 실행해봄으로 자신의 적성도 확인하고, 학습을 더 보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취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습생들의 노동안전과 노동권이 침해받는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를 생각해야 한다. 안전하지 않은 일터가 고스란히 유지된 채 대학생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는 현실이 유지되어서는 안된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노동자라는 인식으로 초보‧쉬운 노동자로 현장실습생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어느 새 대학이 기업이 원하는 노동자를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변질되어 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실습을 위해 나간 현장에서 노동권에 대한 감수성을 침묵당하는 경험과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가보다 하는 체념을 배우는 학생들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잘못된 배움과 실습으로 노동에 대한 암울한 미래를 먼저 안겨주는 대학생 현장실습제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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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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