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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땐 참모들이 먼저 사표를 썼다

[取중眞담] 인적쇄신 차단한 대통령과 참모들, '대선후보 윤석열' 때를 복기하자

등록 2022.08.07 19:37수정 2022.08.0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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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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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1.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8일 업무에 복귀한다

대통령의 휴가기간(8.1~8.5) 중 정부·여당엔 악재들이 이어졌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7월 29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취학연령 하향' 방침을 두고 격한 반발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내부총질 하던 당대표" 파동이 지도부 붕괴로 이어졌다. 여당은 집권 초 이례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사실상 '자동해임'이 예정된 이준석 대표는 가처분 신청 등을 공언하면서 대통령과 당내 친윤 의원들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방한했다. 윤 대통령과의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종일 논란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펠로시 의장 방한 일정과 대통령 휴가 일정이 겹쳐서 별도의 만남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가, 갑작스레 '통화 회담'을 알렸다. 정치권 안팎에선 "중국과의 관계에 따른 외교적 부담을 감안한 결정"이란 우호적 해석과 함께 "아마추어식 국정운영"란 비판도 나왔다.

'김건희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대통령실 및 대통령 관저 공사에 참여한 일부 업체들이,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에 관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깜깜이 수의계약' 비판이 쏟아졌다. 대선 당시 무속인 실세 논란을 빚었던 건진법사 전아무개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정·재계 관련 이권에 개입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의 휴가일정 마지막 날엔, 김건희 여사의 대학원 최고위 과정 동기가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적채용' 논란도 재점화 됐다.

2.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7일 페이스북에 "민심도 변했고 천심도 변했다"며 "국민 어느 누가 대통령의 성공과 나라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국민이 있겠나. 대통령께서도 들으셨고 당·정·대도 알고 계시면서 왜 '제 탓이오'라며 나서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도 24 대 66을 아셨다면 휴가 복귀 일성으로 대국민 사과와 인사개편부터 시작하시길 간곡히 촉구한다"고 적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5일 발표한 8월 1주 차 조사결과에 대한 얘기였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응답률 11.7%)에게 전화조사원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본 긍정평가는 24%,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못 수행하고 있다'고 본 부정평가는 66%였다.


대통령의 휴가 전 조사 결과 때와 비교하면,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4%p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4%p 상승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증폭됐던 2016년 10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나온 당시 국정수행 긍정평가(25%)와 비슷한 기록이다.

3. MB는 취임 117일 만에 청와대 참모진을 '물갈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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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며 답변자료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박지원 전 원장의 조언은 2008년 미국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이른바 '광우병 사태'로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던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의 해법과 맞닿아 있다. 그는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을 열어서 미국 소고기 수입 파문에 대한 자성과 재협상 방침, 대운하 사업 재검토 등을 밝혔다. 하루 뒤인 20일엔 류우익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대폭 개편했다.

참고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2008년 6월 3~4일 전국 19세 이상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명박씨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6.9%였다. 그러나 참모진 개편 후인 2008년 6월 24~25일 전국 19세 이상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이명박씨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6.6%로 상승했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7%p).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문재인 전 대통령은 50%대 이상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참모진 개편을 실시했다. 박근혜씨는 2013년 8월 5일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 등 5명의 참모를 전격 교체했다. 여름휴가 복귀 후 결단으로, 대통령 취임 162일 만이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NLL 대화록 유출 사태로 인한 정국 경색 상황 등을 뚫고 국정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압승한 상황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교체했다. 정권 출범 후 사실상 첫 참모진 개편이었지만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실패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핀셋 인사'였다.

즉, 위기국면을 탈출하기 위해서나 국정운영을 다시 가다듬기 위해서라도 적절히 쓰여야 할 대통령의 '카드'가 곧 참모진 개편인 셈이다.

4. 그런데 대통령실은 인적쇄신론에 '취임한 지 석 달이 채 안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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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강인선 대변인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 라운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대통령의 업무복귀 후 인적쇄신 가능성에 대해 "취임 석 달이 채 안 된 만큼, (윤석열 대통령께선) 부족한 참모들에게 분발을 촉구하되 (더 분발해서) 일하라고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선을 그었다.

MB 때의 참모들과 다른 태도다. 이명박 정부 당시 류우익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참모 전원은 2008년 6월 6일 사표를 제출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도 6월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모두 대통령이 결단(2008년 6월 20일)하기 전의 일이다. 참모들이 먼저 나서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그러나 현 대통령실에서 사의를 표명한 건 신인호 국가안보실 2차장 단 한 명뿐이다. 그 사유도 책임을 지겠다는 게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다. 

오히려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은 현 상황에 대해 오판하고 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20%대 국정 지지율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민적 큰 기대에 대통령 비서진이나 내각이 충분히 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일부 야당에서 악의적 프레임으로 (정부의 개혁조치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한 야당 때문에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얘기다.

참모들이 지금 해야 할 것은 야당 탓이 아니다.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갤럽 8월 1주차 조사의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원인을 봐야 한다. 당시 직무수행 부정평가 원인으론 인사(23%), 경험·자질부족·무능함(10%), 독단적·일방적(8%), 소통미흡(7%) 순이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실시한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부정평가 원인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5. 대통령이 '했던' 말들을 복기해보자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전두환씨가) 군사쿠테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이를 '인사'에 대한 얘기라고 해명했다. "전두환 정권 군사독재 시절 김재익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대통령'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했던 걸 상기시키며 대통령이 유능한 인재들을 잘 기용해서 그들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란 설명이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수락연설 땐 "진영과 정파를 가리지 않고 실력 있는 전문가를 발탁해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지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고 밝혔다. 그 즈음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선 "단 한 번도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인사를 해본 적이 없다. 모든 인사에 있어 그 직역에서 가장 높은 실력과 인격과 자세를 갖춘 사람을 잘 뽑는 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알파요 오메가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집권 시 비선 걱정은 안 해도 되나'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취임 후 불거진 논란 대다수는 이 발언들과 반대되는 행보 탓이었다. 대통령이 검사일 때 최측근에 있던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자리 잡았다. 특히 일부 인사들은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이 부각돼 '사적채용' 논란을 돌출시켰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아빠 찬스' 논란으로 낙마했고,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졌던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과거 성희롱 발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자진사퇴했다. 대통령의 고교·대학후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국 신설 관련 쿠데타 발언으로 안팎의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6. 대통령 임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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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자초한 '광우병 파동'이란 대형 악재를 풀어내야 했던 MB 정부 때와는 물론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대통령 취임 후 발생한 악재들이 여러 가지이고 이 분야 저 분야로 넓게 퍼져 있는 만큼, 기존 정책이나 방침을 바꿔서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인적쇄신'은 대통령의 결단만으로도 쇄신의 의지를 보일 수 있는 쉬운 방편에 속한다. 

물론 인적쇄신만으로는 '참모 탓'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내일(8일) '진심의 대국민 사과'를 하셔야 한다. 진심 어린 사과로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과도 없고 인적 쇄신도 없는 것은 최악이다. 사과 없는 인적 쇄신 역시 반짝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큰 전환점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는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일 수 있다.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를 야당 인사의 '공세'로 읽을 필요는 없다. 대통령실 인사시스템을 정비하고 여러 논란을 빚은 인사들을 교체하면서 쇄신의 모습을 보이는 건, 오히려 지금의 민심에 부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것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서 말했던 '초심'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이날을 기준으로 이제 90일 지났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 결과들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 #인적쇄신 #이명박 #사적채용 #김건희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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