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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껜 잘산다 거짓말"... 모텔방 사는 그가 차마 못한 말

[숙박업소에 사는 사람들③] 김해 부원동 '달방' 장기거주자... "보증금 없어 정책 지원 못해"

등록 2022.08.12 05:00수정 2022.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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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부원동은 김해시청을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이 있는 행정중심지다.

김해시는 인구 50만 명이 넘는 도시로, 부원동에는 27개의 숙박업소가 있다. 숙박업소의 형태는 갈린다. 모텔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다른 구도심처럼 낡고 오래된 곳이 많다.

낡고 오래된 모텔 혹은 여관이 새롭게 생겨난 다른 숙박업소와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경쟁에서 밀린 숙박업소는 선택해야 한다. 새로 건물을 짓든가 시설을 단장하거나.

또 하나의 탈출구가 있다. 바로 '달방'이다. 달방은 임대주택처럼 월세로 임대한다.

일자리 따라 숙박업소 전전...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생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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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평 조금 안되는 경남 김해시 부원동 소재 한 모텔 내부. 침대방도 있고 온돌방도 있다. ⓒ 충북인뉴스

 
부원동에 있는 Q모텔을 찾았다. 외부에 있는 간판엔 네온사인이 들어오지 않는다. 주차장에 차 한 대가 있지만 오래된 차량이다. 2층부터 5층까지 24곳의 객실이 있다. 월세는 25만 원이다. 현재 20명 정도가 월세를 내고 거주한다.
       
모텔을 운영하는 전선혜(74)씨는 "주변에 깨끗하고 좋은 데가 널려 있는데 돈 주고 누가 하룻밤 자러 이곳에 오겠냐"라고 말했다. 9㎡ 안팎의 이곳 객실은 침대가 있는 방도 있고 온돌방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낡았다.

요즘 새로 지어진 모텔에는 객실마다 전자레인지, 정수기, 냉장고, TV, 공기청정기 등 여러 전자제품이 들어서 있지만 이곳 객실에는 TV가 유일하다. 대신 층마다 냉·온수기가 복도에 설치돼 있다.

달방 거주자를 위해 옥상에는 세탁기가 설치돼 있다. 세탁기는 단 한 대다. 그래도 이곳은 대전이나 청주, 서울 창신동이나 용자동과 같은 여인숙 쪽방촌에 비하면 '호텔급'이다.

남편과 함께 둘이 Q모텔을 운영하는 전씨는 "월 임대료가 150만 원이다. 전기요금과 난방비 내고, 기타 관리하는 돈 내면 별로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24개의 객실이 모두 임대로 나갔다고 하더라도 최대 수입은 월 600만 원이다.

현재 70대 중반의 두 노인 수입은 한달 100~200만 원이 안 된다. 전씨는 "건물주가 이곳에 전혀 투자를 안한다. 그러니 손님들은 더 줄어든다"며 "우리보다 조금 시설이 덜 낡은 곳은 월 30만 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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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부원동 소재 한 모텔 우편함에 남아있는 주인없는 우편물 ⓒ 충북인뉴스


이 모텔에 입주한 사람들을 두고 전씨는 "그래도 월세를 꼬박꼬박 내려 노력하며 잘 지낸다"라면서 "여기 오는 사람들 절반 이상은 이곳 주변 건설 일자리를 찾아 일하러 온 거다. 일부는 수입 없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월세가 밀리거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해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라며 "월세를 내지 않고 사라지거나 주소지를 둔 채 연락 안 되는 사람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1층 우편 수령함에는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우편물 대부분은 독촉장이다.

이곳 객실은 화재 위험으로 취사를 할 수 없어 대부분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이밖에 모텔의 구조나 조건은 부원동 인근 숙박업소 거의 다 비슷하다. 전씨는 "새로 신축한 곳을 빼고 이 지역 모텔은 거기서 거기"라고 전했다.
   
이들은 왜 숙박업소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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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인뉴스

 
25만 원 안팎의 숙박업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로로 이곳에 왔을까?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숙박업소 거주자 실태조사 및 경험연구 최종보고서'(2021년 12월~2022년 2월 조사, 인제대학교 주관, 연구책임자 박정란)에는 숙박업소 거주자들의 유입경로가 생생하게 조사돼 있다.
   
A씨 사례 : 이혼→비정규직→자녀집→노숙→숙박업소(행복센터 주선)

A(남·60대 초반)씨는 현재 숙박업소에 2년째 거주하고 있다. 그는 이혼한 뒤로 비정규직 형태로 일을 하며 자녀집에 살았다. 그러다 거리로 나와 노숙생활을 하던 중 행정복지주민센터의 주선으로 숙박업소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수입은 정부에서 지급하는 기초생활수급비 50여만 원과 폐지를 수거해 얻는 돈이 전부다. 

A씨는 "돌아다니다가 또 다리 아프고 이러면 앉아 있다가 일 나가고 한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누가 보증금 그것도 뭐 해야 한다더라"며 "그래서 내가 안 했다. 다시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 타고 지금까지 그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박업소 생활을 두고는 "나도 안 되겠다 싶어 나갈까 생각을 했는데 여관에서 아줌마가 밥 먹으라고 전기밥통도 주고 반찬도 갖다 주곤 한다"고 했다.

공공주택 입주 등 주거상향 정책에 대해서는 "뭐 그런데 가면 이불 이런 거는 또 안 준다. 내가 사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B씨 사례 : 이혼→친구집→숙밥업소

B(여·60대 후반)씨는 현재 7년 가까이 숙박업소에서 살고 있다. 그는 이혼 후 친구집에서 머물다 숙박업소로 거주지를 옮겼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기초생활급여가 수입의 전부다.

B씨는 "허리 다치면서 골반에도 무리가 왔다. 척추 협착증에 허리 디스크도 있다. 허리 관절이 안 좋아져서 또 수술했다"고 했다. 숙박업소 생활을 두고는 "불편한 거 없다. 주인도 좋고... 서로 갖다 주기도 하고 얻어 먹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집(숙박업소)에서 (생활기구 등을) 다 주고 다 하니까 신경 쓸 일이 없다"면서 "처음에는 참 서글프고 혼자 어떻게 살아가나 했는데 오래되다 보니 이제 별로 그런 것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주거상향 정책에 대해서는 "신청하는 게 공짜가 아니다. 5천만 원, 500만 원 해준다고 해도 전세자금(보증금을) 200만 원 걸어야 되는데 돈이 어딨겠나"라고 되물었다. 

C씨 사례 : 공장기숙사→실업 후 숙박업소

C(남·60대 초반)씨의 경우 취업한 공장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 일자리를 잃고 숙박업소로 거처를 옮겼다. 거주기간만 7년이 다 돼 간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초생활급여와 주거급여가 수입의 전부다. C씨는 "(수입의) 반은 여기(숙박업소)에 주고 반은 생활비로 쓴다"고 말했다. 식사는 "옆에 슈퍼에서 라면 가져 와 먹는다. 그게 전부"라면서 "이가 없어서 씹어먹지 못한다. 팔도 아파 밥하기도 그래서 안 먹는다"고 했다. 이어 "다른 곳은 보증금이 있어야 들어간다. 돈만 있다면..."이라며 보증금 문제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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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부원동 소재 한 모텔 복도 전경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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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한켠에 널린 빨래. 이 모텔에는 옥상에 투숙객들이 공통으로 사용할수 있는 세탁기가 한 대 설치돼 있다. ⓒ 충북인뉴스

 
D씨 사례 : 이혼→자영업부도→일자리 따라 숙박업소 이동

D(남·50대 중반)씨는 숙박업소로 거주지를 옮긴 지 4년이 다 돼간다. 자영업을 하다 부도가 난 뒤 일자리를 따라 계속 숙박업소를 이동해 다닌다. 그래도 다른 거주자와 달리 월 2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고 답했다.

가족은 "안 보고 지낸 지 한 10년 됐다"며 "초반에는 연락했지만, 중간에 술도 많이 먹고 이래서 문제가 있었다. 쪽팔려서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냥 자고 나가면 되니까 여기(숙박업소) 있는 것이다. 다른 곳에 있으면 내가 직접 청소하고 이런 거 다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씨 사례 : 이혼→자영업부도→신용불량→숙박업소 

E(남·60대 초반)씨는 숙박업소에 거주한 지 3년여 됐다. 건설 현장 일용직 일을 하고 있다. 기초생활급여나 주거급여는 받지 않는다.

E씨는 "방세 내고 나면 한 20만 원 남는다"라며 "누구 아는 사람이 밥 한 끼 사주면 얻어먹거나 돈 있으면 편의점에서 사 먹는다"고 했다.

F씨 사례 : 숙박업소 전전

F(남·40대 중반)씨의 경우 숙박업소에 거주한 지 20년이 넘는다. 건설 일용직 일을 하고 있다. 기초생활급여 차상위 계층으로 수급과 탈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 지금 비참하게 사는 내 모습을 부모님한테 보여주는 게 부모 가슴을 더 아프게 하는 거다"라며 "부모님과 통화하면 잘 먹고 잘 산다고 거짓말 한다"고 했다.

F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별로 건강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생활 패턴이 틀어진 사람들이다. 절대 건강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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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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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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