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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담한 섬, 5성급 캠핑장이란 소문은 진짜였다

태고의 신비가 너울거리는 섬 소야도

등록 2022.08.14 19:53수정 2022.08.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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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소야대교 2018년 놓은 다리. 덕분에 소야도 주민들은 편해졌지만 여객선이 기항하지 않아 손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 이상구


인천 옹진군 덕적면 소야도는 덕적도와 마주보고 있다. 둘이 떨어진 거리는 불과 300~400m 남짓, 맘만 먹으면 헤엄쳐서라도 건널 듯 가깝지만 그곳의 물살은 빠르고 거칠다. 때문에 특히 소야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5월 두 섬을 잇는 다리가 놓였다.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크게 좋아졌다. 물론 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건 아니다. 여객선이 기항하지 않아 오히려 더 손해라고 주장하는 주민도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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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도 안내도 원래 이름은 새곶섬. 새를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야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주장이 분분하다 ⓒ 이상구


섬의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들이 오간다. 원래 이름이 새곶섬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섬의 지형이 날아가는 새의 형상을 닮아서 그렇게 불렀다는데, 글쎄 그건 또 보는 이에 따라 다른 모양이다. 새곶이 변하고 변해 소야가 됐다는 설도 좀 억지스러워 보인다.

소야의 소(蘇)자가 당나라 소정방에서 따왔다는 주장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아니라고 반박한다. '소' 자를 밴댕이로도 푼다고 한다. '야' 자는 아비란 뜻이다. 결국 소야도가 밴댕이가 많아 잡히던, 녀석들의 고향이란 뜻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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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도 원시림 소야도 중앙지역엔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원시림이 펼쳐져 있다. ⓒ 이상구


섬은 작고 아담하다. 전체 넓이가 3㎢ 남짓, 인구는 300명도 안 된다. 섬은 아름답고 신비롭다. 섬 중앙으로 가면 원시림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인적없는 천혜의 해변이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 있다. 지금은 유일한 소야의 해수욕장이 된 땟뿌르 해변도 애초엔 그랬다.

야트막한 언덕 아래 700~800m 쯤 되는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언덕 위엔 캠핑장, 샤워실과 화장실 등이 잘 구비되어 있다. 이슥한 밤 땟뿌르 언덕에서 올려다 보는 밤하늘은 장관이다. 별들이 무리지어 쏟아져 내릴 듯하다. 5성급 캠핑장이란 소문은 거저 얻은 게 아니다.

땟뿌르에서 산속 오솔길을 따라 20여 분쯤 걸으면 죽노골 해변이 나타난다. 말 그대로 숨어있는 비경이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옛날 책받침 공주였던 소피 마르소나 피비 케이츠가 나왔던 무인도 조난 영화를 한국에서 찍었다면 여기가 제격이었을 터다. 모래는 채로 친 듯 고운 입자들이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다. 미세하게 부서진 조개껍데기들도 그렇다. 그들은 마치 단단하게 다져 놓은 듯, 맨발에 닿는 느낌은 부드럽지만 발자국도 남지 않는다. 썰물 때면 해변 앞바다에 떠 있는 뒷목섬까지 500여m의 바닷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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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노골 해변 브룩 쉴즈가 섬 조난 영화를 찍었을 법한 시크릿 해변. 실제 우리 영화 연애소설을 여기서 찍었다. ⓒ 이상구


이곳에서 실제 찍은 영화가 있었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연애소설>이다. 우연찮게 친구가 된 세 주인공(차태현, 손예진, 이은주)이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 왔던 바다 신(scene)을 여기서 찍었다. 비 피하는 포스터 스틸 컷도 그랬다.

어떻게 이런 외진 섬의 가장 후미진 해변까지 찾아와 영화 찍을 생각을 했을까, 새삼 스태프들의 저돌적인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처연한 핏빛 노을은 너무 빨리 우리 곁을 떠나간 이은주를 추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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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바닷길 소야도 큰말 앞의 갓섬, 간뎃섬, 물푸레섬은 썰물 때면 바닷길이 열린다. 물경 1500m. 국내 5번째다. ⓒ 이상구


죽노골의 바닷가도 그렇지만 이 섬의 가장 큰 마을인 큰말 앞바다에서 펼쳐지는 모세의 기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소야본도 갓섬, 간뎃섬, 물푸레 섬까지 1500여 미터의 바닷길이 열린다. 그 크기가 국내에선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바닷길과 섬의 해변은 거의 다 굴과 조개껍데기로 이루어져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작은 패류껍데기들이 세로로 몸을 포개 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그리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이 차 있을 땐 시퍼런 바닷물을 삐죽삐죽 뚫고 솟아오른 송곳여들도 볼 만하다.

신화와 신비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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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검 호랑이 바위 보는 이에 따라 교미장면이란 사람도 잇고, 출산장면이란 사람도 있다. 다산을 의미한다. ⓒ 이상구


바닷길이 시작하는 갓섬 해안에는 제법 큰바위 하나가 있다. 검은 바위 한면에 에 누군가 금빛 문양을 돋을새김해 넣은 듯 금빛문양이 찬란하다. 그 모양이 언뜻 호랑이처럼 보인다.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다. 두 마리가 한몸으로 얽힌 형상이다.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두 호랑이의 교미 장면이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암컷 호랑이의 출산장면이라 풀이하는 분도 있다. 둘 다 다산을 의미하는지라 아이 없는 부부가 바위에 치성을 드리면 뜻밖의 선물을 얻을 수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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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바위 등대와 장군섬 일명 소야등대. 장군섬의 장군바위는 배를 타고 나가야 뚜렷이 볼 수 있다 ⓒ 이상구


주민들은 죽노골 해변, 범바위 등 9개의 특이한 볼거리를 묶어 소야9경을 만들었다. 각 장소(spot) 간 거리가 제법 되고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길이 많아 다 보려면 발품께나 팔아야 한다. 사전 준비도 철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세의 바닷길은 물때(시간)를 잘 맞춰야 한다. 장군섬의 장군바위는 따로 배를 빌려타고 바다로 나아가야 그 늠름한 자태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리 어렵사리 찾아가도 그 수고가 아깝지 않다. 저마다 제 값을 한다. 눈에 드는 모든 것이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모두가 만족할 순 없지만 

이 섬에 아쉬운 게 있다면 관광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식당은 물론 작은 가게도 없다. 판매시설은 땟뿌르 언덕 위의 민박 매점이 유일하다. 펜션은 늘었다는데, 외지 사람들이 별장 겸해서 운영하는 곳이 많아져 비수기, 특히 평일에는 대부분 주인 없이 무인 펜션처럼 운영한단다. 섬에 대해 물어볼 곳도,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다. 주인도 없고 다른 투숙객도 없는 적막한 빈집에서 혼자 자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하필 내가 예약했던 곳이 딱 그랬다.

그런 사전 지식 없이 몸뚱이만 덜렁덜렁 들어간 나는 실제 맞닥뜨린 환경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저녁도 얻어먹지 못하고 쫄쫄 굶으며 밤을 지새야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땅거미가 내리자 큰말 해변에 예사롭지 않은 불빛이 눈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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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도 포차 소야도 유일의 포장마차. 갓 잡아온 싱싱한 농어를 맛볼 수 있다. 단 주말에만 연다. ⓒ 이상구


오렌지빛 조명이 마치 어느 휴양지의 야외 바(bar) 같았다. 찾아가 보니 수족관과 주방, 테이블 서넛을 갖춘 포장마차가 있었다. 바다 목장이란 번듯한 간판도 달아놓았다. 어떤 사이트에서도 찾아보지 못한 곳이었다. 해변의 오아시스였다.

가게에 가까이 가자 마침 사장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갓 잡아 온 생선들을 수조에 풀어 넣고 있었다. 여기가 고향이지만 인천에 나가 살면서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에만 들어와 영업하는 간이 횟집이라 했다. 

방금 전에 배 타고 나가 직접 잡아 왔으니 생선의 신선도야 말할 게 없었다. 거기서 농어 작은 놈 한 접시와 소주 한 병, 라면까지 얻어먹었다. 다 해서 2만 5천 원을 냈다. 락교와 단무지가 밑반찬의 전부였지만 회를 그렇게 맛나게 먹은 적은 또 난생처음이었다.

다리를 놓기 전엔 식당도 몇 개 있었고, 구멍가게도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다리가 생기면서 다 없어졌다는 거였다. 대형마트가 있고 번듯한 식당도 많은 덕적도 가기 한결 쉬워졌으니 오히려 소야도에선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었다.

다른 나라에선 섬의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나 관광객들의 입도를 제한한다는데, 여기선 오히려 자동차 가져오라고 부추기는 듯해 씁쓸했다. 섬 여행은 불편해야 제맛이다. 자동차로 편히 오가려면 굳이 섬까지 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여름 한 철이라도 부녀회 등이 마을공동식당 같은 걸 임시로 운영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이것저것 준비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배고픈 관광객들을 주민 집에 불러 한 끼 대접하면 어떨까. 물론 희망하는 집에서만, 적정한 밥값은 받고 말이다. 그냥 식구들끼리 해 먹는 대로 내놓는 거다.

관광객들에게는 그게 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성도 싶다. 청년회가 직접 바다에 나가 싱싱한 생선을 잡아오고 동네 할아버지들이 소야 9경 관광안내원이 되어 일하시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 물론 그게 다 속사정 모르는 외지인의 흰소리에 지나지 않는 건진 몰라도.

소야 주민들의 섬 사랑은 대단히 심지가 깊어 보였다. 내가 방문했던 날에도 주민들은 해변에 나와 태풍에 밀려온 해초며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었다. 마을은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보였고, 논밭에도 비료봉투나 부서진 농기구 따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 등 공공시설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덕분인지 소야도는 여전히 태고의 신비를 잘 간직하고 있다. 억지로 파헤치거나 덧칠한 흔적이 없다.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섬이었다. 진짜 야생의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소야도에 갈 일이다. 저 다리가 소야를 더 어쩌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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