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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걸린 귀가에 분통... 이게 정치공세인가

[取중眞담] '대통령의 부재' 드러나... 억울함보다는 책임감 보여야 할 때

등록 2022.08.09 18:50수정 2022.08.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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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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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방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참사가 발생한 빌라 반지하의 9일 오후 모습. 고립된 주민 구조작업을 위해 창틀이 뜯겨져 나가 있다. ⓒ 권우성

   
8일 오후 9시 20분 '집중호우로 인한 영등포역 선로장애로 출발이 약 10~30분 이상 지연 예정'이라는 한국철도공사 안내문자가 도착했다. 용산역 대합실 곳곳에는 우산, 물받이통이 놓여 있었다. 그때까지 8시 45분발 무궁화호도 아직 출발 못한 상태였다. 그때까진 집으로 가는 길이 그토록 험난할지 예상 못했다. 

열차는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다 10시 11분 출발했지만, 영등포역에서 또다시 멈춰 섰다. 금천구청역 침수 등으로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사이 인터넷에서는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고, 지하철역 천장이 무너지는 현장 사진과 동영상이 하나둘 올라오고 있었다. '이게 실제 상황'이라고 놀라며 소셜미디어와 뉴스를 확인하는 와중에도 열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족에게 "이제 기차 움직임"이라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 때는 9일 오전 0시 5분, 하지만 안양역에 도착한 열차는 또다시 멈춰 섰다. 역무원은 난감한 목소리로 "안양~의왕 선로 침수로 대기 중"이라고 안내했다. 정차를 거듭할 때마다 어떤 사람들은 화를 냈고, 어떤 사람들은 결단한 얼굴로 객실을 떠났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남부의 자택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2시 10분께, 평소 통근시간의 곱절이 더 걸렸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통령의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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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린 지난 8일 밤 서초대로 차량이 뒤엉켜 있다. ⓒ 연합뉴스

 
그래도 나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9일 오전 7시 기준 서울에서만 이재민이 840명 발생했고, 사망자는 5명, 실종자는 4명, 주택 침수 피해는 684채, 도로 침수는 31곳에 달했다. 경기에서도 2명이 숨졌고 2명이 실종된 상태다. 서울 관악구에선 밀어닥친 빗물 때문에 반지하 주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세 가족이 숨졌다. 이웃들은 방범창을 뜯어내 10대 소녀와 엄마 등을 구하려고 했지만 몇 초 만에 물이 차올라 손쓸 겨를이 없었다.

비슷한 시각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주변에도 100mm 넘는 비가 쏟아졌다. 인근 고속버스터미널 상가 상당수가 물에 잠기고, 강남구 테헤란로 도로 곳곳도 침수됐다. 그래서였을까. 윤 대통령은 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 자택에서 전화로 재난상황을 파악했다. 국민들은 지금껏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통령의 자택 내 고립'을 목도했다. '대통령이 이재민이 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대통령은 그렇다 쳐도, 정부마저 기민하지 못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비상 1단계를 2단계로 격상한 것은 8일 오후 9시 30분이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오후 10시 30분 세종 정부청사 상황실에 도착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1시간 뒤에야 서울 정부청사에서 호우 대처 긴급상황회의를 개최했다. 점심 때부터 쏟아진 폭우로 국회 경내 표지판이 떨어지고, 저녁 퇴근길 무렵 서울 곳곳에서 침수소식이 들려오던 점을 감안하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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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죽하면 이번 상황을 두고 '무정부 상태'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들이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만든 정부의 폭우 대응, 그걸 상징하는 장면이 바로 윤 대통령의 '전화 지휘'다. 

재난 상황을 종합하는 사령탑은 공적 공간에서 사라졌고, 대책 전반을 조정하고 지시해야 할 최종 사령관은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은 존재했지만, 국민들은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대통령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행정부와 공공기관 출근시간을 조정했고, 민간기관·단체는 상황에 맞게 조정토록 요청했다"는, 무슨 '안전'을 '안내'하는지 모를 중대본발 '안전 안내 문자'만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문제없다'로 일관하고 있다. 9일 오전 대통령실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다거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설명했다. 강인선 대변인은 아예 '반박성명'을 내고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 논평에 유감을 표한다"며 "집무실 이전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태"라고 했다. 

'전화지휘' 진짜 문제에도... 대통령실의 잘못된 충정

하지만 "멀쩡한 위기관리센터를 두고 왜 아파트에서 상황관리를 하나. 장수가 전쟁에서 있어야 할 곳은 전장이지, 집이 아니지 않나(윤건영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글)"는 지적에 대통령실은 뭐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비가 와도 못 움직인다는 경호상의 허점을 드러냈는데, 더 심각한 안보나 재난 문제 등 국가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국민들의 우려는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앞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9일 아침 가장 먼저 내놔야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천재지변이라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무엇보다 인재로 안타까운 인명이 피해 받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란 재난안전상황실 방문 당시 모두발언이, "출근시간 조정을 적극 독려할 것을 당부했다"는 페이스북 글이 정말 최선이었을까. 

비록 '오세이돈'이라는 오명이 다시 회자되고 있지만, 그래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 여러분들께 송구스럽다"는 말로 메시지를 시작했다. "어제 대폭우로 서울에서 큰 인명피해가 있었다"며 "어떤 경우에도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시장으로서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불편을 겪으신 피해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억울함보다는 권한에 따른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지는 말, 국민들은 국가 지도자에게 그런 한 마디를 기대한다. 이것도 정치공세인가.

[관련 기사]
청와대 나오더니... 폭우 내린 밤 집에 고립된 대통령 http://omn.kr/206ro
집에서 나온 윤 대통령, 오전에만 "총력 대응" 4차례 메시지 http://omn.kr/206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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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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