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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사는 선경에서 장수의 상징 거북을 만나다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 우리 몸의 촉촉함 부족할 때 약재로 사용

등록 2022.08.17 14:06수정 2022.08.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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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유토피아, 파라다이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릉도원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무릉도원을 주제로 한 그림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안평대군이 무릉도원을 다녀온 꿈을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이다.

이상향 그린 한국 작품들


아래의 <봉래선경도>는 또 다른 이상향을 그린 작품으로, 신선들이 사는 전설 속 봉래산의 선경이 펼쳐져 있다. 영원하고도 아름다운, 환상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봉래선경은 조선시대의 김홍도, 이항복 등 다른 화가들도 그렸던 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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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선경(일부) 안중식, 비단에 수묵채색, 115 x 39 cm, 개인 소장 ⓒ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CC BY

 
안중식(1861~1919)의 봉래선경도는 폭이 39cm, 길이가 115cm로, 세로로 긴 그림인데, 그 중 제일 위쪽의 부분이다. 산 아래 편으로는 소나무와 학, 그리고 물가의 거북이 차례로 있다. 소나무, 학과 거북은 모두 십장생에 속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불로장생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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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선경(일부), 안중식 ⓒ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CC BY

 
특히 거북은 가장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파충류 중 하나로 2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구에 살아온 생명체이다. 종에 따라 백년 이상을 살기도 해, 상서로운 기운을 가진 동물로 신성시되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있는 현무 역시 거북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현무는 북쪽을 관장하는 존재로 청룡, 백호, 주작과 함께 사신(四神)에 속한다. 현무에 대해서는 거북과 뱀이 합쳐진 모습 혹은 신령스런 거북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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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예구 김명국, 종이에 수묵, 100.5 × 52.7cm, 간송미술관 소장 ⓒ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CC BY

 
김명국(1600~?)이 그린 <수로예구>는 '수노인이 거북이를 끈다'는 의미이다. 수노인은 남극성의 화신으로 남극노인으로도 불리는데,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여겼다. 이마가 돌출된, 몸집에 비해서도 유달리 두상이 긴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이 그림에도 역시 거북이가 등장한다.

세계적으로 거북은 24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바다거북, 장수거북, 남생이, 자라 등 4종이 알려져 있다. 龜(거북 구/귀)는 거북 혹은 남생이를 뜻하는 말로, 자라는 '별(鼈)'이라고 하여 따로 구분한다. '수로예구'에서의 구, 그리고 '별주부전'에서 별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동해, 남해안 주변을 찾아오는 바다거북은 등딱지 길이가 약 1m, 몸무게는 100kg이 넘는다. 장수거북은 군사를 거느리는 우두머리(장수)라는 그 이름처럼 몸무게가 600kg이 넘는, 거북류 중 가장 큰 거북이다. 남생이는 거북목 늪거북과의 파충류로, 민물거북이다. 자라는 거북목 자라과에 속하며, 역시 민물에서 서식한다.

친근하게 때로는 신성하게 함께한 거북

남생이의 배딱지를 귀판(혹은 구판), 자라의 등딱지를 별갑이라 하는데 현재에도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약재는 음양 중에서도 음을 보하는 보음약(補陰藥)이다. 보음약은 진액, 체액을 자양하는 보약으로 마른 것을 촉촉하게 해준다.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불, 즉 양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보양약이라면 우리 몸의 물을 더해주는 약이 보음약이다. 그래서 보양약의 성질이 대부분은 따뜻한데 비해, 보음약은 찬 성질이 많다. 건강한 여름 음료로 활용되는 생맥산에 들어가는 맥문동도 보음약에 속한다. 맥문동은 폐를 촉촉하게 하고 심장의 열을 식혀주어 갈증이 나거나 마른 기침에 좋다.

구판과 별갑은 골증열(미열이 있고 식은땀이 나며, 기침이 나고, 뼛속이 달아오르는 증상)이 있을 때 활용하는데, 이는 힘든 일을 과도하게 해서 인체의 피와 진액이 소모되어 나타나는 병증이다. 골증열이 심해지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고 몸이 점점 마른다.

이 밖에 구판은 이명과 어지럼증, 오래된 기침,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날 때, 허리와 무릎의 통증, 근육과 뼈가 약해졌을 때 사용한다. 이는 모두 우리 몸에 물이 부족해서 양기가 상대적으로 강해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이다. 별갑은 음액을 보하면서 어혈을 없애는 효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갱년기에 열이 많이 오를 때도 좋다.

우리 조상들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때로는 친근하게 때로는 신성한 존재로 함께해 온 거북. 이러한 거북이 환경오염과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애완용으로 식용으로 무분별하게 남획되고 있으며, 거북의 등딱지는 공예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약용으로 사용할 때도 꼭 필요한 증상에,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제한해서 적절히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거북과 인간이 이 지구에서 더불어 장수할 수 있는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nurilton7)에도 실립니다.
#거북 #남생이 #귀판 #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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