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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사고를 대하는 윤 대통령의 이해불가 태도

[주장] 침수 보고도 퇴근, 사고 정보 미파악 그리고 고인에 대한 무례까지

등록 2022.08.10 15:35수정 2022.08.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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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요."

일가족 세 명이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9일 한 발언이다. 언론보도를 보곤 믿기지 않았다. 재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판단하고 최종적으로 지시를 내려야 할 대통령이 퇴근길에 침수 피해 상황을 목도하고도 꿋꿋하게 자택에 돌아갔다는 이야기 아닌가.

대통령이 만능일 수는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해보려 했다. 그래서 현장 영상을 찾아봤다. 어투나 행간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정반대 의미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을 바라보던 윤 대통령은 느닷없이 "이게 엄청난 것이, 제가 사는 아파트가 언덕에 있는데도 1층에 물이 들어와서 침수될 정도"라면서 퇴근길 침수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말대로 고지대에 있는 자신의 자택도 1층이 침수됐다면, 저지대 상황은 훨씬 심각할 것이 뻔했다. 국민 정서는 이런 상황에서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대통령실로 복귀하는 모습을 바랄 듯하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대비된다. 오 시장은 퇴근 3시간 뒤인 밤 10시께 시청으로 복귀를 했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들은 어땠을까.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곧바로 피해 방지에 힘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8월, 여름휴가를 위해 경남 양산의 자택에 갔으나 중부지방 집중호우 피해로 휴가를 취소하고 청와대로 복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1년 7월 중부지방에 폭우 피해가 발생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긴급 방문하고 예정된 여름휴가를 미뤘다.

대통령실의 의아한 해명들

수많은 국민이 비 피해를 보고 있던 그때 윤 대통령은 전화로 상황을 지휘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어제(8일)는 상황실에 안 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당당하게 내놨다.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는 말은 덤이다.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자 대통령실은 "국가적 재난 상황은 정쟁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면서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정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해명을 살펴보면 의아한 구석이 보인다.

당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수해 현장에 가기 위해 경호팀에 동선 확인 지시를 내렸으나 자택 주변 도로가 막혀 갈 수 없었다. 헬기 이동도 검토했으나 주민 불편으로 단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랬던 대통령실은 9일 "(자택 주변에) 침수가 있던 건 맞지만, 대통령이 현장에 나와야겠다고 했다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더해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할 경우, 보고나 의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집에서 전화로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처음엔 상황실과 현장에 가려 시도했으나 침수로 갈 수 없었다더니 이제는 내부 판단에 따라 자택에 남아있었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윤 대통령은 신림동 사고에 대해 무엇을 파악하고 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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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을 들은 윤 대통령의 반응도 어처구니가 없다. 사고 발생 시간을 듣고는 "아, 주무시다 그랬구나"라고 말했고 주민이 "아니다. 큰딸이 장애가 있었다"고 답하니 "아, 그분이 장애인이시구나"라고 답했다. ⓒ SBS뉴스 Youtube 갈무리

 
대통령실의 문제적 대응만 문제가 아니었다. 시계를 돌려 9일 서울 신림동 사고 현장 때로 가보자.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피해자) 모녀 중에 어머니는 어디 몸이 불편하셨나", "사고 발생 시간이 몇 시냐"고 물었다. 사고가 난 다세대 주택 주민에게도 "피해자 모녀 중 어머니가 몸이 불편하셨나"라고 재차 물었다.

답변을 들은 윤 대통령의 반응도 눈길이 간다. 사고 발생 시각을 듣고는 "아, 주무시다 그랬구나"라고, 주민이 "큰딸이 장애가 있었다"고 말하니 "아, 그분이 장애인이시구나"라고 말했다.

사전에 사고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던 걸까. 윤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40분 즈음.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1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사고와 관련한 기초적인 사안 파악이 안 된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격이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예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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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침수 현장을 목격하고도 자택에 머무르는 걸 택하고 최소한의 사전 지식도 없이 사고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이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롱 아닌가 ⓒ 대통령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9일 대통령실은 황망히 세상을 떠난 세 가족이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창문을 국정홍보에 사용했다. 대통령실이 대중에 공개한 정방형 이미지가 바로 그것. 대통령실은 생사의 갈림길 위에 "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자신들의 계획을 적어놨다. 재해로 생명을 잃은 이들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퇴근길 침수 현장을 목격하고도 자택에 머무르는 걸 택하고, 현장 방문 전 기초적인 정보 파악도 없었다. 그럼에도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는 것에 무슨 설득력이 있을까.

사흘. 윤 대통령이 폭우 피해 발생 후 정부의 책임자로서 사과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는 10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폭우 피해 상황 점검회의'에서 "다시 한번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적절한 행동과 언행이 연이어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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