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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자 현충원 안장, 법의 허점 노렸다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대전현충원 58] 국립묘지법 조건 하나라도 충족하면 안장, 개정 필요

등록 2022.08.15 16:08수정 2022.08.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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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 ‘친일반민족행위자’ 29명 묘역 지도 ⓒ 임재근

  
지난 2019년 2월 말,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와 민중당 대전시당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에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최소 28명이 안장되어 있다는 내용이 담긴 <대전현충원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서>를 발간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추가적으로 안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친일반민족행위자는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발간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2009)에 수록된 1005명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2009)에 수록된 4390명을 일컫는다.

3년 반이 지난 지금,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친일반민족행위자 현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2020년 7월 10일 사망한 백선엽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되면서 '친일반민족행위자'는 29명으로 늘어났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 등재된 친일반민족행위자들 중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자들은 만주국군 상위·간도특설대 출신의 김석범(장군1-071), 일본군 중좌 출신의 백홍석(장군1-176), 만주국군 상위 출신의 송석하(장군1-093), 만주국군 상위·간도특설대 출신의 신현준(장군1-273), 만주국군과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의 백선엽(장군2-555)이 있다.

여기에 만주 간도특설대 준위 출신의 김대식, 일본군 헌병 오장 김창룡, 일본군 대위 출신의 유재흥, 이형근 등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이들까지 포함하면 모두 29명이다.

행적 숨기고 현충원에 묻히다

이중 상당수는 자신의 친일반민족행위를숨기기 위해 공훈록과 묘비 내역에 1945년 해방 이전의 행적을 기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친일반민족행위 행적을 공훈록과 비석에 기재한 이들도 있었다.


김동하(1941년 만주 신경육군군관학교 졸업), 김석범(1937년 만주 군관학교 졸업), 김일환(1937년 중국만주 군경리학교 졸업), 박동균(1943년 하얼빈 육군군의학교 제7기 졸업), 석주암(1936년 만주간도사관학교 졸업, 1939년 만주군관학교 졸업), 송석하(1937년 만주국 군관 양성기관 봉천군관학교 제5기 졸업), 신현준(1937년 만주 봉천 군관학교 졸업, 1944년 만주군 제8단 제6연대장), 유재흥(일본 육군사관학교 제55기 졸업), 이한림(1940년 만주 신경군관학교 예과 입교, 1944년 일본육군사관학교 졸업), 최주종(1943년 만주 신경군관학교 졸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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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명된 이들은 모두 대전현충원 안장자 검색 결과 비고란에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2009년)"되었음을 표기해 놓았다. ⓒ 국립대전현충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명된 이들은 대전현충원 안장자 검색 결과, 비고란에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고 표기해 놓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묘역별 안장 현황을 보면, 29명 중 23명이 장군묘역(1묘역 17명, 2묘역 6명)에 안장되어 있어 79.3%를 차지했다. 경찰 3명, 장교 2명이 있고,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도 1명이 안장되어 있다.

신경군관학교 1기로 졸업한 후 만주군 제8단에서 신현준, 박정희와 함께 근무했던 방원철은 후에 국군 대령으로 예편해 장교 묘역(장교1-207-2840)에 안장되었다. 일제강점기 군용기 및 국방금품헌납 등의 이유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던 김영준은 여순사건 때인 1948년 10월 23일에 좌익세력에 의해 사망했는데, '애국단원' 자격으로 경찰묘역(경찰2-511-2384)에 안장되었다. 김영준은 사망 당시 경찰이 아니었고 전투에 참여한 적도 없다.

국가사회공헌자묘역에 묻혀있는 민복기는 일제강점기 시기 판사를 지내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이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주요 인사였으며 민청학련, 인민혁명당 사건의 판사로 사법살인을 자행한 장본인이다. 그의 아버지인 민병석은 이완용과 사돈지간이이며, 경술국적으로 지목돼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빈틈 노린 친일반민족행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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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5일 대전현충원 안장된 백선엽의 묘(장군2-555) ⓒ 임재근

  
이들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수록되었음에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립묘지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이하 국립묘지법)에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국립묘지법에는 ▲현역군인과 소집 중인 군인 및 군무원으로서 사망한 사람 ▲무공훈장을 수여받은 사람으로서 사망한 사람 ▲장성급(將星級)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퇴역 또는 면역된 후 사망한 사람 ▲전투에 참가하여 전사하였거나 임무 수행 중 순직한 예비군대원 또는 경찰관 ▲군인·군무원 또는 경찰관으로 전투나 공무 수행 중 상이(傷痍)를 입고 전역·퇴역·면역 또는 퇴직한 사람으로서 사망한 경우 안장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친일반민족행위자라 하더라도 위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안장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와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된 이후에도 유재흥(2011년 11월 29일 안장), 김영택(2018년 3월 3일 안장), 백선엽(2020년 7월 15일 안장)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등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수는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아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송세호(독립유공자1-159)의 경우, 일본군 위안소를 운영했다는 의혹과 일제를 돕기 위한 밀정혐의 기록이 2019년에 발견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삭훈 및 파묘 논란이 일고 있는 인물이다.

이렇듯 국립묘지에 순국선열‧애국지사와 함께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안장되어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시민사회는 국립묘지에서 이들의 묘를 이장시키고, 향후에도 안장시킬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이 하루 속히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국립대전현충원 #친일반민족행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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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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