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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속 황지사, 22년 전 실제 발생한 '이 사건'

모티브 된 천은사 갈등 해결됐지만, 사찰 57곳 여전히 문화재 관람료 징수 중

등록 2022.08.13 14:31수정 2022.08.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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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30일, 참여연대 회원이던 전동일은 진형우, 안진걸과 함께 자동차를 몰고 천은사로 봄나들이를 갔다. 매표소에 도착하자 매표원은 1인당 2천 원의 입장료를 요구했다. 국립공원 입장료 1천 원에, 그 일대의 문화재 관람료가 1천 원이었다. 세 젊은이는 문화재는 구경할 생각이 없으므로 천 원씩만 내겠다고 우겼지만 통하지 않았다. (중략) 대신 입장권은 잘 챙겼다. 부당하게 징수한 문화재 관람료를 돌려달라는 소송에 증거로 사용할 의도였다." - 차병직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다룬 황지사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사건의 모티브가 된 지리산 천은사 통행료 갈등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이 오랜 갈등은 2019년에야 종지부를 찍게 된다. 

천은사는 1987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왔다. 문제는 매표소가 861번 지방도로에 있었다는 점이다. 지리산 노고단을 가기 위해 지나야만 하는 도로였다. 노고단 방문객들은 천은사를 방문할 계획이 없어도 관람료를 내야만 했다. 

이에 참여연대 작은권리 찾기 운동본부는 2000년 5월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시민에게도 일괄적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한 지리산 천은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원고에게 천 원을 지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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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 국립공원에 입장하거나 도로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7월 천은사는 지리산으로 올라가는 통행도로에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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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 10일과 11일 '황지사 문화재 관람료 갈등'을 다뤘다. ⓒ ENA


당시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측은 "사찰 내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문화재 관람료를 내도록 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국립공원의 자연을 관람할 것인지, 사찰 문화재를 감상할 지는 전적으로 이용자의 선택에 달린 만큼 분리징수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천은사가 소속된 조계종 측 관계자는 "합동징수로 인한 민원이 제기된 원인은 뒤늦게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정부 측에 있는 만큼,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더불어 "분리징수는 새로운 매표소의 설치로 인한 환경파괴나 징수비용의 추가, 시민의 불편 등 더 큰 민원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일괄징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소송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2001년 2월, 서울지방법원은 참여연대의 청구를 기각했다. "관람 의사가 없더라도 그 의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타인이 보았을 때 전혀 알 수 없어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입장료를 발급받은 이상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였다. 바로 항소했고, 그 결과는 참여연대의 승소였다. 
 
2002년 1월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도로가 사찰의 경내지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도로 이용자를 예외 없이 관람자로 취급하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이 불합리하고 이러한 점을 고려해 사찰이 징수 방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며 1000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2002년 8월 대법원에서도 같은 결론이 났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집당소송 제도가 없다보니, 소송 당사자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반환해주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천은사는 그 이후에도 계속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했다. 

문화재 관람료와 국립공원 입장료 통합 징수가 문제시 되자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했다. 대신 세금으로 국립공원 입장료를 보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화재 관람료는 그대로 남게 되면서 갈등은 계속됐다. 주요 사찰들이 여전히 사찰 부근의 길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방식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등산객 등 74명은 2013년 '통행 방해 금지와 문화재 관람료 반환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 때도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관람료 1600원에 위자료 1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 때 역시 효력이 소송 당사자에게만 적용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2018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됐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시민단체와 산악인단체, 문화재전문연구단체, 불교시민단체 등 24개 단체는 그 해 3월 "국립공원 출입하는데 왜 사찰이 돈을 받나"라며 캠페인을 벌였다. "문화재 관람료는 사찰 입구에서 받으라"는 논지였다. 

2019년 4월 '천은사 문화재 관람료' 갈등 마침표,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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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국립공원 천은사 통행료가 30여년 만에 폐지된다. 환경부와 문화재청, 전라남도, 천은사 등 8개 관계기관은 2019년 4월 29일 오전 11시 전남 구례군 천은사에서 '공원문화유산지구 통행료'를 폐지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2019년 4월 28일 밝혔다. 사진은 철거 예정인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매표소. 2019.4.28 [환경부 제공] ⓒ 환경부

 
천은사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갈등은 2019년 4월 마침표를 찍었다. 

환경부와 문화재청, 전라남도, 천은사 등이 '공원문화유산지구 통행료'를 폐지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통행료를 폐지하는 대신 탐방로를 정비하고 지자체는 천은사의 운영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천은사 문화재 관람료 폐지는 사법부의 판단마저 무시한 채 통행료 징수가 이뤄지던 것을 시민들의 끈진길 문제제기를 통해 변화시킨 의미 있는 사례"라면서도 "천은사를 제외한 전국 24개 사찰에서 유사한 통행료를 여전히 부당징수하고 있다,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화재청이 2022년 7월 집계한 '문화재 관람료 징수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은 57곳에 달한다. 

천은사문화재관람료폐지운동 일지

1970년대 속리산을 시작으로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통합징수
1987 자연공원법 제정, 통합징수 설악산 신흥사 등으로 확대
1997 정부,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징수 분리 시도했지만 실패
2000. 3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통합징수의 문제점 토론회 개최
2000. 5 참여연대, 지리산 천은사를 상대로 문화재 관람료 반환청구소송 제기
2000. 11 참여연대, 집단소송법 제정안 국회에 입법청원
2001. 2 서울지방법원, 참여연대 청구 기각(천은사 승소), 항소 제기
2002. 1 2심에서 참여연대의 청구 인용(참여연대 승소)
2002. 8 대법원, 참여연대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인정, 천은사 문화재 관람료 1천 원 반환
2007. 1 노무현 정부, 문화재 관람료와 통합징수하던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2013. 2 광주지법, 74명의 시민이 제기한 문화재 관람료 반환 청구 인용
2018. 3 종교투명성센터 등 종교시민단체 문화재 관람료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운동 개시
2018. 6 종교투명성센터, 불교재가연대, 참여연대 등 문화재 관람료 문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2019. 4 지리산 천은사, 지자체와 문화재 관람료 폐지 합의

(정리 : 
서울시NPO지원센터)
덧붙이는 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정리한 '부당하게 낸 천 원을 돌려받기 위해 시작된 소송, 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 폐지 운동'을 참고하였습니다.
#천은사 #우영우 #황지사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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