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벗어나는 수학 문제... 이게 맞습니까

도를 넘은 학교 시험이 수포자 만든다

등록 2022.08.16 16:53수정 2022.08.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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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8.9.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전국10개 고교 수학내신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 중 피켓을 들고 있는 발표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고등학교 1학년들은 입학하자마자 3월에 치르는 모의고사나 1학기 내신성적으로 대입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속설 때문에 엄청난 압박감을 받는다. 고등학생이 됐으니 정말 제대로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겠노라며, 원하는 대학과 학과 이름을 책상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면서 밤늦도록 공부해보지만 막상 공부한 만큼 성적을 잘 받기는 쉽지 않다.

견고한 상대평가 시스템 아래서는 엄격한 변별이 최우선시되기 때문에 문제도 쉽지 않고, 등급도 잘 나오지 않는다. 초중학교 때부터 특목고 입시를 위해 촘촘히 공부한 상위권 학생들의 실력은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다. 

사교육걱정과 강득구 의원실은 전국 5개 지역(광주, 대구, 대전, 부산, 울산)의 사교육 과열지구에서 2개씩 총 10개 고등학교를 선별해 2021학년도 1학년 1학기 수학 기말고사 문항을 분석했다. 이 시험이 고교 교육과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이 결과를 지난 8월 9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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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개 도시의 사교육과열지구에서 2개교씩, 총 10개교의 2021학년도 1학년 1학기 수학 기말고사 문제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분석한 결과이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분석에 따르면 10개 학교 모두, 전체 문항 216개 가운데, 25%인 54개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현장교사 및 전문가 17명이 교차분석) 가르친 내용에서 평가한다는 기본 원칙마저 훼손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과도한 입시경쟁 때문이다. 

강득구 국회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다음과 같은 대책을 교육당국에 요구한다. 

1. 교사는 수업과 평가를 일치시켜야 한다
- '성취기준',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 '평가방법 및 유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 학기 초 학생들에게 평가계획서를 통해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을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 

2. 학교는 출제 연수를 강화하고, 출제 주의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 교육과정 수준과 범위 및 출제 연수를 의무로 해, 교사가 평가에 대해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 출제 전 교육과정 위반 소지에 대해 다층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3.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육과정 맞춤 평가 시스템을 보급해야 한다
- 교육과정을 준수하는 '교육과정 맞춤 문항 출제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활용하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학교 시험이 '선행교육 규제법'을 준수하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 
- 연수 및 다층적 점검, 운영 매뉴얼 보급 등 다양한 실행방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2014년 9월, 선행교육 규제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학교 내신 시험만큼은 교육과정 내에서 정상적으로 출제되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수능 위주 입시가 강화되자 학교 내신 시험은 결국 수능문제 유형과 난이도를 쫓아가고 있다. 특히 불수능 논란이 이어질 때마다 사교육 시장은 더 들썩인다. 

학생들은 그저 대학입시를 위해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좋아하는 학생이 없고, 수학을 잘한다 해도 내 삶에 수학이 쓸모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지금처럼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시험 문제만 낸다면 학생들은 점점 더 수학을 '극혐'하면서 억지로 공부할 것이다. 그마저도 수학을 포기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게 과연 교육일까? 입시에서 더 실력있는 학생을 뽑기 위한 방법이, 고작 교육과정에도 없는 뒤틀린 문제를 내는 것밖에는 없는 걸까?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초중고) 학생들이 가장 소중한 학창시절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잘 평가받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수학교육 자체에 있기보다는 항상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있다." - 필즈상 수장자 허준이 (관련 기사 : 허준이 교수 "평가방식 유연해야, 모두가 수학 잘해야 하는 거 아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득구의원 #수포자 #교육과정 #수학교육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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