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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사이 일어난 일... 회사 복직이 두렵습니다

울산 아동간병 돌봄서비스 중단 아쉬워...아픈 아이 돌볼 수 있는 제도 필요

등록 2022.08.24 20:12수정 2022.08.25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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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12월 말 둘째 아이가 고열이 나 응급실에 갔다. 치료를 받는 중 아이의 체온은 더 올랐고 급기야 응급실에서 처음으로 열경련을 했다. 폐렴이었다.


2.
몇 달 뒤 둘째 아이의 후두염이 재발했다. 잠을 자던 아이가 거친 호흡 끝에 울면서 깼는데 기침을 '컹컹' 해댔다. 급히 가습기를 틀고 네뷸라이저를 해준 뒤 상비된 감기약을 먹였다. 간신히 울음을 그친 아이의 의식이 갑자기 처졌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다. 평소라면 잠이 오나 보다 생각하고 재웠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 말 열경련 하던 둘째의 모습이 떠올라 순간 불안감이 치솟았다. 눈동자가 뒤집히며 의식이 까무룩 해지는 아이를 여러 번 깨우다가 더는 못 견디고 응급실로 향했다. 공기가 드나들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아이의 후두가 좁아져 있는 데다 복부에는 가스가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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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치료 중인 다연이 ⓒ 최윤애

 
3.
여름방학을 앞둔 첫째 아이가 갑자기 구토를 하며 상복부 통증을 호소했다. 체온과 대변이 정상이라 단순 식체로 생각하다가 증상이 반복되어 장염을 의심했다. 이틀이 지난 후 구토와 복통이 없고 정상변을 보기에 학교와 줄넘기 학원에 보냈는데 저녁이 되자 배가 아프다며 구토를 여러 번 했다.

다음날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는데 아이가 힘든지 스스로 야간 응급실에 가겠다고 했다. 복부 촬영 결과는 나쁘지 않다는데 같은 증상이 또 반복, 결국 외래에서 초음파를 포함한 각종 검사를 받은 후에야 장간막 임파선염으로 진단받았다.

4.
8월 초 또다시 둘째 아이의 고열이 시작됐다. 무증상이라 동네 소아과에서는 코로나 검사가 전부였다.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는데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다시 무섭게 오르는 추세였다. 다급한 마음에 이전에 다닌 종합병원에 갔다.

외래 접수표를 뽑은 후 아이의 체온을 재는데 그새 열이 더 올라 40.1도를 가리켰다. 벌렁거리는 내 가슴과 열경련을 할지도 모를 아이의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응급실로 내달렸다.


코로나 검사와 엉덩이 해열 주사, 혈액검사와 정맥 주사, 소변검사와 엑스레이 촬영 등 한바탕 태풍이 지나갔다. 고열의 원인은 요로감염으로, 입원을 해야 하지만 병실이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귀가하여 밤새 고열과 씨름하다가 다음날 간신히 입원했다.

불과 8개월 사이에 두 딸에게 일어난 일이다. 휴직 중이었기에 망정이지 일을 하던 때라면 어땠을까. 오는 9월 1일 맞벌이를 앞두고 등하교, 등하원 문제로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역시나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아이가 아플 때이다. 연간 10일의 가족돌봄휴가가 있긴 하지만 관리자의 눈치가 보여서 쓰기가 쉽지 않다. 하루 정도는 양해를 구할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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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 누워 있는 다연이 ⓒ 최윤애

 
울산광역시에서는 2022년 3월부터 8월까지 아동간병 돌봄서비스를 운영하였다. 정상의 컨디션도 아닌 아픈 아이가 과연 낯선 사람과 얼마나 잘 있을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서비스일텐데 이제는 이용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만 운영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주관 업체에 따르면,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사업으로 올해 4년째 시행했다. 올해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예산 부족으로 3~8월에만 시행했는데 상반기에 신청자가 많았다고. 하반기에 다시 공모 사업을 신청했지만 아직 결과는 모른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는 개인에게 독려해서 개선될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여건 마련이 우선이다. 아이들이 아플 때 보호자가 휴가를 쓰지 못한다면? 게다가 가족이나 지인의 돌봄조차 기대할 수 없는 여건이라면? 최악의 상황에서 이런 돌봄서비스조차 없다면? 

아픈 데다 낯까지 가리는 아이는 보호자와 한사코 떨어지지 않으려 울고불고 매달릴지라도 이런 돌봄서비스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을 것이다. 보호자는 가슴이 미어져 눈물 바람으로 출근하고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험을 할지라도.

어린 자녀의 육아나 아픈 자녀의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 휴가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직장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출산장려금, 양육수당, 아동수당, 부모수당도 반갑지 않다. 사회적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 돈을 받으려고 자녀를 출산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니 존재하기나 할까.
덧붙이는 글 <서산시대>에 동시기고 합니다.
#맞벌이 #돌봄 #저출산 #육아휴직 #육아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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