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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관광객들이 쌓았다는 현무암 돌탑

[몽골여행기18] 세 번이나 인연 맺은 캠프장

등록 2022.09.06 08:29수정 2022.09.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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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테르힝 차강 노르 모습으로 모래톱 뒤쪽에 어렴풋이 캠핑장이 보인다 ⓒ 신익재

 
고조선유적답사단 일행이 체체를렉을 거쳐 테르힝 차강 호수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마주한 관광코스 중 하나는 '타이하르 촐로'. 몽골어 '촐로(chuluu)'는 '바위'를 의미한다. '타이하르 촐로'는 체체를렉에서 북동쪽으로 22 킬로미터 떨어진 '호이 타미르강' 남쪽의 '이흐 타미르'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타이하르 촐로'는 20미터(66 피트) 높이 화강암 바위로 지역주민들은 바위에 고대 티베트 비문이 새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바위가 몽골인과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주변은 평지인데 평야 가운데 20미터나 되는 바위가 홀로 우뚝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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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흐 타미르' 마을에 20미터 높이로 우뚝 서있어 몽골인들과 외국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타이하르 촐로' 모습. ⓒ 안동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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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힝 차강 노르 '로 가는 길목에 있는 호르고 화산으로 휴화산이다. ⓒ 신익재

 
일행을 태운 차가 한참을 달려 타리아트 마을을 지나 '호르고 산' 아래 주차장에 도착했다. '테르힝 차강 노르' 동쪽에 우뚝 솟아 있는 '호르고 산'은 높이 110m의 휴화산으로 서쪽에 분화구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현무암 자갈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관광객들의 눈에는 낯설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다. 제주도 분화구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일행과 함께 정상으로 올라가는 데 세 명의 젊은 여성이 눈에 띈다. 코로나 걱정이 없는 몽골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는데 마스크를 쓰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상하기도 해서 뒤따라 가며 그녀들의 말소리를 들으니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직경 300~400m인 분화구는 깊이가 70~80m쯤 된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의 경사도는 25~35도지만 분화구로 내려가는 길의 경사도는 45~50도에 달한다. 분화구 층이 2~3개의 층으로 되어 있다는 건 2~3번의 화산 폭발이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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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고 화산 주변에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동굴이 여럿있다. 동굴에 들어갔다 나온 김진태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오문수

     
몽골어 '호르고(khorgo)'는 '바위 구멍과, 동굴, 웅덩이가 많다'는 뜻에서 유래됐다.호르고 화산은 분화구 안에 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토양이 없다. 호르고 화산은 지금으로부터 8~9천년전까지 활동했던 신생화산이다.

호르고 화산 주위에는 참죽나무, 전나무, 흑단뿐만 아니라 매발톱나무, 건포도와 너트 같은 과일이 풍부하다. 때문에 이들을 먹고 사는 다람쥐, 토끼, 마못, 땅다람쥐, 여우, 늑대와 뇌조, 자고새 같은 새들이 많다.

몽골 정부에서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1995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호르고 화산 주변에는 지름 30미터 깊이 10~15m 길이의 10여 동굴에서 주민들이 새끼 늑대를 길렀다. 늑대털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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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주인 부부와 아르바이트 생들이 수태차와 먹을 것을 내주며 맘껏드시란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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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관광객이 주인 부부 아이들과 아르바이트 생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 ⓒ 오문수

 
호르고 화산 등정을 마친 일행은 곧바로 '테르힝 차강 노르' 호수 인근에 설치된 캠핑장으로 갔다. 몽골어 '차강'은 '하얀'색을 뜻하고 '노르'는 '호수'를 의미한다. 때문에 테르힝 차강 노르는 물 맑은 호수이다. 차에서 내리자 캠핑장 주인 부부가 반갑게 손을 내민다. 필자가 캠핑장을 세 번이나 방문했기 때문이다.


일행이 자는 동안 춥지 않도록 장작을 듬뿍 마련해 준 부부는 "더 필요한 건 없느냐?"며 호쇼르를 주고 보온통에 따뜻한 수태차를 가득 담아가지고 와서 마음껏 마시란다. 다음날 캠핑장을 떠나올 때도 차에서 먹으라며 직접 만든 몽골과자를 듬뿍 싸줬다.

람사르 협약에 등재된 테르힝 차강 노르

타리아트 솜에서 10㎞ 떨어진 테르힝 차강 노르는 항가이 산맥의 깨끗한 물과 화산지형으로 생긴 호수이다. 동서로 16㎞, 남북으로 6㎞에 걸쳐 펼쳐진 호수는 인근 화산폭발로 생겨난 호수이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1~1.5미터 두께의 얼음이 언다. 호수에는 농어, 산천어, 강꼬치고기 등의 10여종 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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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힝 차강 노르는 람사르 협약에 등재된 조류보호지역으로 새들의 천국이랄 수 있다. ⓒ 신익재

 
특히 호수 중앙에 있는 '찬드마니' 섬에는 왜가리, 혹부리오리, 해오라기 등이 서식해 람사르 협약에 등재되어 있다. 국제습지조약이라고도 불리는 람사르 협약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전설에 따르면 한 노부부가 우물에서 물을 길은 후 우물 뚜껑 닫는 것을 잊어버려서 우물이 넘쳐 계곡이 범람하다 이 지역 영웅이 화살로 인근 산봉우리를 쏘자 잘려 나간 산봉우리가 우물을 덮었으며 이 봉우리는 호수 한 가운데 있는 섬(Norin Dund Tolgoi)이 되었다고 한다. 천적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호수 중앙의 작은 섬은 새들의 천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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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힝 차강 노르 호숫가에 관광객들이 쌓은 돌탑이 보인다. ⓒ 신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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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힝 차강 노르'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쌓았다는 돌탑 모습. 인근에 있는 호르고 화산 폭발로 생긴 현무암으로 쌓은 돌탑이 제주 돌문화공원을 닮았다. ⓒ 안동립

   
호수 동쪽 끝 호숫가에는 현무암으로 쌓은 돌탑 수백개가 있다. 큰 돌탑은 높이 3~4미터에 맨밑바닥 넓이가 3미터 쯤 된다. 돌탑 곳곳에는 푸른색 하닥이 걸려 있어 여행자들이 소원을 빌었을 터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주돌문화공원의 돌탑과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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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힝 차강 노르'를 나와 30킬로미터 쯤 가면 미국의 그랜드 캐년을 닮은 촐로트 협곡이 나온다 ⓒ 안동립

 
하늘에까지 닿을 여행자들의 소원은 뭘까? 돈? 건강? 승진? 저 멀리서 주인 부부의 아이들이 뛰놀며 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저거다. 건강에 기반한 행복. 나도 돌탑에 작은 돌 하나를 얹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테르힝 차강 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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