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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참사 1분거리 '하천'에 쏠린 눈 "6대째 살았지만 처음"

태풍 때마다 사건사고... 기록적 폭우 대비할 '풍수해 방지' 중심 정비 요구도

등록 2022.09.07 16:30수정 2022.09.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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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에 따른 침수 피해로 주민 7명이 실종된 경북 포항시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 모습. 오전 11시 현재 배수율은 85%다. ⓒ 포항남부소방서 제공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만, 이런 경우는 없었거든요. 매미 같은 수많은 태풍을 경험했지만... 일부 침수는 있어도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이런 사고는 초유의 사태입니다."

6대째 포항 남구 일대에서 살아왔다는 '오천읍 토박이' 박칠용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은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간 현재 풍경을 "전쟁보다 더한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는 평소 자주 말라 있는 '갈천'인 지방하천 냉천을 흘러 넘치게 만들었다. 6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천읍 인근 인덕동 아파트의 두 지하주차장은 이 냉천과 직선거리로 약 80m, 60m 남짓. 도보로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마른 천'이 범람할 정도의 수마... "구조물 대신 물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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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수색팀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 해병대, 해경으로 구성된 합동 수색팀이 추가 실종자가 있는지 수색한 뒤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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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범벅인 과자봉지... 이걸 어쩌나 지난 6일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시를 강타해 실종 사망 7명이 발생한 가운데 하천이 범람한 포항시 오천읍 인근의 가게에서 침수피해를 입었던 과자봉지를 말리고 있다. ⓒ 조정훈

 
사실 냉천은 2012년부터 큰 태풍이 지날때 마다 지역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2012년 9월 태풍 산바가 포항을 덮쳤을 땐 수위가 갑자기 높아져 범람 위험이 제기됐고, 2016년 태풍 차바 땐 냉천 둔치에 주차돼 있던 차량 10여 대가 물에 잠기는 사고도 발생했다. 

특히 2018년 태풍 콩레이가 불어닥쳤을 땐 상황이 심각했다. 자전거 도로는 물론 수변공원 인도부터 제방까지 무너졌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하천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297억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된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 시작된 이래, 주민 친화 공간이었던 냉천은 태풍이 불 때마다 주민들의 근심거리로 얼굴을 바꿨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아픈 어금니 같은 존재예요. 왜냐하면 그 공간이 오천읍민의 유일한 문화공간이고 휴식공간입니다. 그런데 매년 여름철만 되면 걱정이 앞섭니다. '또 올해는 어느 정도 다칠까.'"

콩레이가 냉천을 뒤집고 갔을 당시 박 의원이 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한 이 말은 4년 뒤 힌남노의 수마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박 의원은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갈천은 원래 자연하천으로, 유속이 엄청 빠르고 평소에는 물이 잘 흐르지 않았다"면서  "(하천정비 사업 이후) 태풍이 한 번 나면 (복구) 예산을 또 들여야 하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하천정비 사업의 방향을 구조물 설치 확대 대신 둘레길 조성 등 자연친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풍으로 쓰러진 구조물이 하천으로 유입 돼, 안 그래도 빠른 유속을 더 빠르게 가중시켜 다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설치된 구조물들이) 내려오다 보니, 물힘과 같이 휩쓸려 하류에 있는 구조물까지 함께 치고 나오면서 하천보다 더 많은 영역을 침범, 도로까지 (물이) 나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번에도 6~7m 정도 도로까지 침범한 곳들이 많았는데, 불필요한 구조물 대신 하천이 호환해 물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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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가 일으킨 경북 포항 남구의 한 아파트. 사망자가 발생한 1단지와 2단지 주차장과 범람한 하천인 냉천과의 직선 거리가 100m 안팎인 모습. ⓒ 네이버지도 갈무리


환경전문가들도 풍수해를 막을 수 있는 복구 방식으로 범람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시설물들이 (풍수해가 날 때마다) 계속 떠내려 가고, 다시 설치해 예산이 반복적으로 들어갔다"면서 "이번에 워낙 센 태풍이오니, 아예 범람해 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국장은 "보이는 것에 치중하기보다 기존 하천 기능을 제대로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번 태풍은 비를 너무 많이 몰고 왔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물이 쏟아지니 물을 다 소화를 못했다"라며 "둑 터지고, 주거지역 침수되고,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는 전쟁이 난 것보다 더한 상황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박 의원은 또 냉천 범람을 일으킨 '기록적 폭우' 앞에서 인간적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사흘 전부터 전 공무원이 24시간 총력 대비를 했다지만, 짧은 시간에 (대비했던 양보다 더 많은) 비가 쏟아지니 한계에 부딪혔다"면서 "자연친화적 정비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폭우가 닥쳤을 때 사고는 언제고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항 #힌남노 #태풍 #환경 #냉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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