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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정의'이고 어떤 '전환'이어야 할까

[기후정의+노동] 기부변화와 노동운동의 대응

등록 2022.09.13 14:10수정 2022.09.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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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기후 변화 대응 전략과 프로그램으로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알려지게 된 지도 20여 년이 된 것 같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정의로운 전환은 미국의 노동운동가 토니 마조치가 동료 노동조합 활동가와 환경운동가들과의 토론 속에서 주고받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노동자들에게도 유해한 '독성 경제'가 지속 가능한 녹색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면, 그게 자본 주도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돼 노동자와 공동체에게 일방적인 고통으로 전가돼선 안 될 것이다.

이때 전환의 결과로 보다 나은 질의 녹색 일자리와 더욱 활력있는 지역사회가 되고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는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조치는 공적 기금 마련과 노사 및 정부 공동의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이 정의로운 전환이 국제 노동운동의 공식 정책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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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개최한 ‘체제 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출범 기자회견 ⓒ 매일노동뉴스

 
기후 변화 대응 논의가 고조되면서 국제노총은 정의로운 전환이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포함돼야 한다는 켐페인을 펼쳤고, 마침내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은 관련 문구를 공식적으로 포함하게 됐다. 이제 정의로운 전환 덕분에 노동조합은 기후 변화의 피해자나 자본가와 짝을 이룬 '공범'에 머물지 않고, 노동조합이 기후위기의 해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조합 운동의 영역을 넘어서 곳곳으로 확산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그린뉴딜'은 더 많고 좋은 녹색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명시한다.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에 전기자동차를, 석유와 가스 채굴을 위한 해상플랜트 대신에 해상풍력발전을, 핵발전소 대신에 재생가능에너지 연구와 생산 단지를 통해 노동자의 일자리와 정부의 세수가 보장받을 수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보고된다.

그러나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과 사례가 있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한국의 평조합원부터 노조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인식과 공감 정도를 물어본다면 어떨까? 아마 잘 모르겠다거나 말은 좋지만 현실성은 의문스럽다는 답변이 다수일 것이다. 최근 민주노동연구원이 수행했던 여론조사도 이런 결과를 보여준다.

한국의 노동자들에게는 일단 전환이 그 자체로 두려운 것이다. 1990년대 초반에 벌어졌던 강원도 지역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과 결과도 하나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연탄 사용량이 급감하면서 정부가 펼친 일종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었는데, 필요한 조치이기는 했지만 탄광에 의존하던 지역 경제들은 큰 위기를 맞았다.

노동조합 운동가들과 지역 운동 주체들은 폐광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운동을 펼쳤고, 사계절 리조트와 내국인 카지노를 유치해 위기를 해결해보고자 했다. 결국 특별법 제정은 성공했지만, 고용불안과 지역 경제 타격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정의로운 전환이 가닿지 못했던 경험이다.

또한 한국 노동조합이 뭔가 정부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전환을 제안하거나 이를 위해 노·사·정 테이블에 앉는 것도 낯설고 감히 나서기 어려운 일이다. IMF 사태 때 정리해고 합의를 위해 억지로 끌려가야 했던 노사정 테이블의 아픈 상처가 압도적이기도 하다. 한국의 주력 노동조합 운동이 대기업 정규직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현실도 미래의 큰 변화를 대비하고 과감한 정책 제안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변하는 노조

그러나 노동조합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2019년 9월 세계기후행동과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 이후 여론이 변하고, 더불어 세계 시장 동향과 국내 기업의 대응이 변화한 것이 한 배경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시민사회 수준의 기후 정의 운동의 확산에 노동조합도 동조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총연맹과 산별 수준의 활동가들은 기후위기가 노동조합의 이슈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코앞에 닥친 현안들도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내연기관차 종식 우려 속에 민주적인 산업전환위원회를 정부에 제안했고, 석탄발전 일자리 조합원이 많은 에너지 부문 노동조합은 전환 계획에서 노동자들의 참여를 요구한다. 보건의료 부문 노동조합들은 기후위기 앞에서 더 탄탄한 공공의료 확충을 외친다. 이런 초기적 제안들이 구체적인 지역과 현장에서 만날 때 더 많은 쟁점과 해법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의로운 전환은 대체로 정규직, 대공장, 남성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처우를 어떻게든 유지하고 보장하자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초리도 여전히 많다.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전기차로의 생산 전환은 완성차 조립 공장보다는 부품 생산 협력업체에 미치는 타격이 훨씬 크지만 이런 사업장들은 노조가 약하거나 없는 경우가 다수다. 가속화하는 기후 변화로 더욱 힘들어지고 일방적인 생산 전환에 희생당하면서도 목소리 자체가 대변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거론됐던 비가시적 돌봄 노동들은 정의로운 전환에서도 여전히 논외의 존재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과 공백들이 있다고 해서 정의로운 전환의 제안이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다양하고 개방적인 정의로운 전환 접근이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 충남연구원이 탈석탄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를 담아낸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스무 가지 목소리>라는 책자는 시사적이다. 탈석탄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와 주체가 대략 20명이나 된다는 발견이다. 석탄화력발전소 내에서 일하는 운전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경상정비 노동자, 하역 노동자 등 비정규직들이 다수 있고, 발전소 바깥에도 노동조합 지역본부 담당자, 지역 정치인과 언론사, 어민, 마을 활동가, 청소년 등 모두가 중요한 주체들이다. 이들이 안정적이고 더 나은 미래의 노동과 지역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을 때 정의로운 전환은 본 모습을 갖추고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이뤄진 '정의로운 전환 듣기 프로젝트(JTLP)'는 지난 산업 전환들 속에서 지역과 인종 및 성별로 소외된 집단이 계속 희생돼왔고, 지금도 그런 우려가 팽배함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결론에서 노동자와 공동체를 지원하기 위한 계획은 지역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노동자, 노동조합, 불평등하게 영향을 받는 공동체들의 요구와 열망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은 더 크고(Go Big), 더 넓고(Go Wide), 더 미래지향적(Go Far)이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기후위기 속의 경제에서 우리가 경험하게 될 전환의 범위와 규모는 우리에게 과감하고 포괄적일 것을 요구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익숙하고 안전한 옛것으로 돌아가거나 지키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후위기 자체가 그런 단순한 복귀가 가능하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50년 우리의 노동과 우리의 경제가 어떤 모습일지를 말하고, 그 속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적응과 변화를 일구어야 할지를 토론해야 한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환이 지난해에 정부가 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의 시행령에 포함된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과 기금 활용에 관한 논의로 치환되거나 특정 사업장만의 대안으로 축소돼 논의돼선 곤란하다. 전환은 한 공장 또는 산단, 아니면 광역시·도에 걸쳐서 요구될 수도 있고, 1~2년이 걸리는 과정뿐 아니라 20~30년을 내다보고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미비하거나 기업주가 비협조적이라고 해서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아니다.

결국 정의로운 전환은 주어진 어떤 것이 아니다. 누구의 '정의'이고 어떤 '전환'인지 가감 없이 말하는 장이 필요하다. 이는 '녹색 노동'과 '녹색 노동조합'을 향한 노동운동 스스로의 전환이기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 쓴 글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9,10월호 '특집' 꼭지에도 실렸습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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