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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노동자 모두의 삶을 지키는 '싸움' 되려면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

등록 2022.09.15 14:35수정 2022.09.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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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대학 시절에 접했던 〈내일은 늦으리〉 앨범과 당시 인기스타가 참여한 〈더 늦기 전에〉 노래가 이 글을 쓰면서 기억났다. 그때도 산업과 자본의 성장을 중요시하던 시기이기에 환경과 기후재앙은 먼 이야기였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내일은 늦으리'라는 문구와 가사는 요즘 말로 뼈를 때린다.
 
"어린 시절에 뛰놀던 정든 냇물은 회색 거품을 가득 싣고서 흘러가고 공장 굴뚝에 자욱한 연기 속에서 내일의 꿈이 흐린 하늘로 흩어지네. 하늘 끝까지 뻗은 회색 빌딩 숲 이것이 우리가 원한 전부인가. 그 누가 미래를 약속하는가. 이젠 느껴야 하네. 더 늦기 전에"
 
 
30년이 지난 지금, 가사는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폭염과 한해, 큰비와 홍수, 폭설과 한파, 잦은 산불 등 기상이변은 물론 기후위기 심화에 따른 일터와 삶터의 변화와 대응이 시작되었고, 여러 국가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서고 있다.

2020년에만 전 세계 1500여 지방 정부들이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했으며, 국내에서도 거의 모든 기초지자체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동참했다. 그러나 선언에 걸맞은 대응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수많은 발전 노동자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폭력적인 방식을 넘어 잔인하게 살인 당하고 있다.

정부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약속했지만, 정의는 없다

정부는 2034년까지 발전회사의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지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한 LNG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28기는 10년도 채 남지 않은 2030년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대표적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사례로 제시되는 독일은 50~60년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앞으로 8년 동안 28기를 폐지하면 발전 노동자의 일자리는 불을 보듯 줄어들 것이다. 2021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연구용역에 따르면 발전 노동자 46.5%에서 69.4%가 해고될 위험에 처해 있다. 무려 그 인원이 7935명이고 폐쇄에 따른 경제적 피해 규모도 41조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10월 15일 삼천포화력발전소 1, 2호기가 폐지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고민하던 협력사 발전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두렵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효율화, 구조조정, 민영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민간 주도 경제 재도약을 뒷받침하고 개방하는, 이른바 에너지 자본에 우리나라 전력시장을 맡기는 것을 합리화하는 상황이다.

원전 확대와 석탄·천연가스 연료비 상승에 따른 LNG 발전소 건설 불투명, 이에 따른 고용 충격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비정규직의 삶은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산업 전환, 기후위기 대응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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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발전 폐쇄에 따른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는 발전비정규노조 전체대표자회의 조합원들 ⓒ 발전비정규노조

  
정부는 지역별, 산업별로 기후위기 대응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는 찾아보기 힘들다. 논란 속에 제정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정의로운 전환 조항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사후적 보상 모색 수준을 넘어서는 노동의 참여를 보장하거나 노동 중심의 전환을 규율하고 있지는 않다는 비판이다. 일부, 노동을 참여시키는 거버넌스 구축과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 진전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

기업 지원 중심의 일방적 산업 전환과 재편, 구조조정은 결국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고 지역 경제와 산업 기반을 위태롭게 할 수밖에 없다. 고용과 노동 정책, 사회 정책과 함께 가는 산업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책 방향 결정은 물론 기획 과정부터 노동자 참여가 필수적이며 노동자 참여 보장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대책도 요구된다.

발전의 현장 노동자는 요구한다

탄소 다배출 부문인 에너지 분야에서의 탄소 중립, 보편적인 에너지 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 해당 부문 정규/비정규 노동자의 고용보장, 논의 과정에 노동자·시민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인 폐쇄에 따라 해당 산업 종사 노동자와 지역 사회의 안정적인 전환을 지원하고, 노동자·시민 등 주체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함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한 보호·지원방안을 마련하며 공감대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정책 실행 효과를 확대할 필요가 절실하다. 이에 현장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에너지 산업 전환 관련 총괄적인 실태조사 및 연구용역을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 산업 전환 관련 실태조사 및 연구사업은 이미 다수 진행된 바 있다. 기존 내용을 준용할 수 있지만 집중되어 있는 충남, 경남도의 총괄적인 실태조사가 한 차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총괄적인 실태조사 및 연구보고서가 필요한 이유는 연구조사가 분절적으로 이뤄져 있어서 이를 종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태조사 수준을 넘어서서 정책 대안에 대한 제언을 담아 충남, 경남의 정책에 기반을 둔 연구조사 사업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둘째, 발전소 노동자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 개인 동의를 통해 나이, 임금, 부양가족, 주거, 전환 희망, 직종 등 민감정보를 파악해 발전소 전체 노동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지원 방안 및 폐쇄 후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선 고용-후 교육 도입, 이주 주거 대책, 교육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 데이터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관리체계에 충남, 경남도, 발전사 공유를 통한 실질적인 통합시스템을 구축한다.

셋째, 법에 기반을 둔 실질적인 권한과 집행을 가능하게 하려면 고용 보장과 에너지 전환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넷째, 재생에너지 계통 자격증 취득과 산학협력반을 운영해 실질적인 직무 전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원한다.

다섯째, 자격증 취득 지원과 연계한 취업프로그램을 발굴해야 한다.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는 정의로운 전환기금에서 업체 교육훈련비, 교육휴가에 따른 보상금을 지원한다. 자격 취득 후에는 태양광, 풍력, 수소, LNG 발전소 등 실질적인 취업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전환 재배치 시 이주 대책 및 교육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전환 재배치에 따른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시 공공임대주택, 저리로 전세 자금과 주택 구입 자금을 대출한다. 이주로 인한 아동심리와 병행한 교육 지원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일곱째, 고용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 주민들의 심리상담을 실행해야 한다. 수요조사를 통해 해당 노동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상담 신청서를 작성한 후 심리상담 및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여덟째, 발전공기업 통합과 민영발전 공영화, 국가 책임 기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민간 LNG 발전소 23호기, 외주화된 석탄화력발전소 8호기를 포함해 전략산업의 수직 통합(한전 포함) 재공영화, 단기적으로 발전 분야에 대한 재통합을 추진한다. 공공 부문 에너지 분야에 운전·경상정비, 청소·경비, 시설 모든 분야 민간 개방 확장을 철회하고 전력산업 구조를 개편한다.

이제 우리는 투쟁을 시작한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발전소 노동자들 아픔의 역사로 기록되지 않고, 공공성과 노동권이 보장된 에너지 전환으로의 첫 시발점을 반드시 만들 것이다. '탈탄소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걸고, 탈탄소 사회 전환 기본법과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당당히 요구하고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인류와 노동자 모두의 삶을 지키는 싸움을 만들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기후정의운동과 노동운동이 단결된 힘으로 대응할 때 기후위기와 노동의 위기로부터 예측 가능하고 평등한 지구를 만들어 낼 변곡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윤 중심/공공성 포기/시장화 우선 폭주와 재생에너지 민영화를 막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 공공성 투쟁에 함께 싸우자.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태성 발전비정규노조 전체대표자회의 간사가 쓴 글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9,10월호 '특집'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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