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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가해자, 교통공사 내부망 접속 가능...피해자 노출됐다

직위 해제 후에도 접근 문제 없어...교통공사 "스토킹 사실 인지 못해"...구속영장은 기각

등록 2022.09.15 20:47수정 2022.09.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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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께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사진은 15일 오전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의 모습. ⓒ 연합뉴스

[기사 수정 : 16일 오전 7시 45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교통공사에서 직위 해제 된 상태에서도 내부 인트라넷 접속이 가능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인 20대 여성 역무원의 정보가 투명하게 노출돼 있었던 셈이다. 

가해자에게 공개된 '피해자 정보'

가해자인 전아무개씨는 불법촬영 등으로 지난해 10월 '직위 해제' 됐지만, 형사처벌 직전이라 해임 등 징계 조치가 확정되지 않았다.  교통공사 측은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직 직원이었기 때문에 내부 인트라넷 접근은 가능했다"고 답변했다.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성 비위 때문에 조치된 직위 해제임에도, 인터넷 상 업무 공간에서는 분리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가해자가 인트라넷 로그인을 통해 업무 일정이나 근무표 등 피해자의 출근 정보에 접근이 가능할 수 있었던 만큼, 스토킹을 당하던 피해자 입장에선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사 관계자는 "퇴직자가 아니면 직위 해제가 돼도 인트라넷에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료 성비위 직위 해제 대상의) 인트라넷 접근 문제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직장 내에서 성폭력이나 스토킹을 당해도 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를 제어할 법과 피해자 중심의 사회적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면대면 분리 조치는 시행하고 있지만, 사내 인트라넷 등 피해자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법 조항은 미비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성폭력 전문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는 "현재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는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라면서 "스토킹처벌법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적어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경로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가해자가 인트라넷에 접근하지 않아도 근무 스케쥴 표를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직위 해제 사유 또한 스토킹이 아닌 피해자 불법촬영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공사 측은 "스토킹 사실을 알았다면 조치를 했을 텐데, 미리 알지 못한 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합의' 종용한 가해자, 발 풀어준 법원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근무처를 활보할 수 있게 만든 법원에도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 수차례 문자를 보내는 등 스토킹과 다름 없는 합의 종용으로 피해자를 괴롭히다, 선고 기일 하루 직전 범죄에 이르게 된 배경에 법원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합의 여부가 성범죄 사건 양형에 지나치게 반영되다 보니, 가해자는 자신이 벌 받는 책임 행위보다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피해자를 탓하게 된다"면서 "피해자가 보복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운 구조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가해자는 지난 변론 종결 기일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초 긴급체포 당시인 지난해 10월 서울서부지법에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신당역 #스토킹 #불법촬영 #분리조치 #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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