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노동자 사이를 잇다

노동 중심 청소년 복합문화공간 희망공간 아띠 건립을 추진하며

등록 2022.09.20 13:04수정 2022.09.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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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 콜센터 노동자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나서서 노동이 중심이 되는 청소년 복합문화공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단법인 희망씨(아래 희망씨)는 2019년, 희망씨 내부 논의 과정을 통해 노동자들과 청소년이 만나 '노동'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어 2020년 세부 논의 과정을 거쳐 2021년부터 공간 마련을 위한 5억 기금 모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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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희망공간 아띠 추진위원회 전체회의 ⓒ 희망씨

 
희망씨는 방송통신 콜센터 노동자들이 주축인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1) 조합원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단법인이다.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노동자들의 사회연대, 그리고 지역연대 실현을 지향으로 설립한 희망연대본부가 노동자 실천을 기반에 두고 아동 청소년이 건강한 노동자로 성장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야심 차게 만든 사단법인이다. 희망씨는 희망연대본부뿐만 아니라 희망씨가 거점이 되어 다른 노동조합으로 사회연대의 바람을 확산시키려는 계획으로 2013년 11월 설립되었다.

희망씨는 노동자 직접 참여를 바탕으로 한 아동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주거 환경 개선, 심리 정서 지원, 생리대 지원, 입학 지원, 교육 문화 지원, 돌봄 노동자 지원, 양육자 지원 등 국내 아동 지원 사업과 네팔의 이주민 지원 단체와 함께하는 학교 설립 및 운영 지원, 급식비 지원, 아동 결연, 학교시설 개선 등 네팔 아동 지원사업을 큰 축으로 하고 있다. 동시에, 단순한 지원을 넘어 법적 제도적 시스템으로 안착하도록 제도개선을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동 청소년들의 노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노동인권 교육' 활동과 청소년 노동권 옹호, 지역사회 노동인식 개선 활동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의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다층적인 연결망을 가지고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중장기적으로 아동 청소년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다양한 단위들과 연계 활동을 진행하며 희망씨는 너무도 명확한 명제에 도달하게 되었다. 돌봄의 사각지대, 취약한 주거환경과 경제적 어려움에 놓여있는 아동 청소년들의 문제는 정확히 '노동의 문제'와 직결되고 있었다.

아동 청소년의 성장과 돌봄의 문제는 양육자2)의 노동 문제와 직결되었다. 양육자들의 임금·해고·산재 등의 노동조건과 아동 청소년의 돌봄·빈곤의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성이 있었다. 그리고 아동 청소년의 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돌봄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 노동의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었으며 각종 지자체의 아동 청소년 지원 대책 및 예산의 배분 경로 등 모든 것이 아동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환경조성에 직결되는 요소들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밀접한 노동의 문제를 우리 사회는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 아동 청소년 양육자들의 노동 문제를 우리 사회는 '돌봄'과 '교육', '양육자 자질'의 문제로 치환시켜 분리했으며 개인화했다. 동시에 돌봄 노동자의 '노동'도 우리 사회는 지속해서 '희생'과 '사명'으로 강요하며 그들의 노동을 주목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건강하지 못한 노동 환경, 안전하지 못한 노동 환경은 아동 청소년의 불안정한 돌봄과 정서적 문제로 직결됨을 희망씨는 다양한 활동과 사례를 통해 확인해 왔다.

청소년 자신들의 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노동을 하고 있으며, 노동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누구를 찾아가서 이야기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살아온 날보다 노동을 하며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동 청소년들, 우리 사회 어디에선가 어느 직군의 노동자로 살아갈 우리 아동 청소년들에게 노동은 없고, 입시와 경쟁으로 얼룩진 직업만 남아 있다. 그런 속에서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청소년들의 절망에 사회는 응답하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에 일부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진행되는 연 2시간의 노동인권 교육이 면죄부를 주고 있을 뿐이다.

청소년활동진흥법 11조에서는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읍·면·동에 청소년 문화의 집을 1개소 이상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문화의 집은 2021년 기준, 전국에 314개에 지나지 않는다. 청소년 수련시설까지 포함한다 하더라도 전국에 800개 시설이 되지 않는다. 2022년 사회복지 예산 중 아동 청소년 예산은 3%다. 2021년에 비해 0.2% 확대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아동수당, 요보호 아동 지원, 아동 학대 및 피해 예방 등에 집중되어 있다.

노동은커녕 청소년 모임 공간조차 태부족인 지역사회. 청소년 담당 부처가 독자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으며, 청소년 관련 예산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구조 속에서 청소년들이 '노동'을 직시하기는 힘들다. 나는 어떤 노동을 할 것인지, 나의 노동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노동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노동을 그려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희망씨와 노동자들이 함께 만들어 갈 '희망공간 아띠'는 청소년들과 노동자들의 상시적인 만남과 연대를 꿈꾼다. 문턱이 없는 공간으로 장애, 성별 정체성, 경제적 유무를 따지지 않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으며, '노동'을 이야기하고 선배 노동자의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아띠'는 '친한 친구'라는 우리말로, 노동자와 청소년이 친구가 되는 공간을 뜻한다. 노동인권 교육, 노동 현안 토론, 청소년 상담, 청소년 작품 전시, 청소년 문화공연 등이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공간을 상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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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희망공간 아띠 설립을 위한 후원의 밤 ⓒ 희망씨

 
이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2021년부터 노동자들이 마음을 모으고 있다. 매일 100원씩 벽돌 기금을 납부하는 노동자들부터 작게는 몇 만 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 원까지 2021년부터 차근차근 벽돌을 쌓아 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희망씨는 아띠 건립을 위해 다양한 재정사업과 후원의 밤, 후원주점 등 후원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희망공간 아띠는 2023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입지를 선정하고, 건물 매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공간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함께 공간을 꾸려갈 단위들과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기금 마련을 위해 내부적으로 고심이 짙다. 2022년 하반기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공간 계획을 구체화하며 출자금 모금, 크라우드 펀딩, 대대적인 벽돌 기금 모금 등을 펼쳐 가려고 한다. 동시에 공간 마련을 위한 전문 조력 단위 등을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하며 아띠 마련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엄두도 내지 못 하는 일을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개미처럼 한 푼 두 푼 모아가며 만들어 가고 있다. 더 많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아띠를 만드는 과정에 함께하기를 바란다. 희망공간 아띠가 설립되고, 이어 아띠 2호점 3호점 등 노동자 중심성을 가진 청소년 복합문화공간이 전국 곳곳에 설립되기를 기대한다. 노동자가 청소년들과 직접 노동을 이야기하고, 경쟁 중심의 노동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노동, 자기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노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대가 펼쳐지는 공간이 아띠를 시작으로 곳곳에 확산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1)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는 2009년 민주노총 서울본부 직가입으로 출발한 희망연대노조가 전신이며, 2022년 6월 민주노총 방침에 따라 공공운수노조로 조직 변경을 완료하였다. 

2) 주로 부모가 양육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가 있어 양육자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은선 희망씨 사무국장이 쓴 글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9,10월호 '사이를 잇다'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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