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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와 방향도 없이... 여가부 폐지하겠다는 대통령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퇴행'... 중심 잃은 국가 성평등 정책 기조

등록 2022.09.20 15:37수정 2022.09.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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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문제, 성평등이 정치적으로만 이용되고 있는 현실 

성평등 사회 실현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부정하고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성평등 실현,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해소해야하는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성차별과 폭력 해소,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한 국가 성평등 정책은 보이지 않고 '젠더갈등'란 허구적 수사로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지워버리고 국민을 여성, 남성으로 나누고 반목과 갈등의 위치에 놓이게 하면서 '성평등'을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대선 시기에 발표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서는 제외됐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오로지 정치권력 획득을 위한 선거용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합리적 근거도 없고 타당하지 않은 공약을 방향성과 목적,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로드맵이 있어야 하는 국정과제에는 담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대통령과 국민의힘,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여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여성가족부는 국정과제에서 빠진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한다. 당시 20대 남성지지율이 이탈하고, 30%초반 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을 때라 지지율이 떨어지자 다시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6.1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 5월 6일 국민의힘 권선동 당시 원내대표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급작스럽게 발의한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명확한 근거나 방향 없이 내놓은 개정안이었다. 이는 지난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여성'을 지우고 차별과 배제의 선거판을 또 다시 만들겠다는 신호였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하십니까?", "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나온 김현숙 당시 후보자의 답변이었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봤던 사람들은 놀라움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장관 후보자가 본인의 부처 폐지를 찬성한다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모순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명한데서 기인한다. 국회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정부 부처의 수장으로서 부처의 책무를 수행할 자질이 충분한지 검증하고 판단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김현숙 장관의 인사청문회는 이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청문회였다. 인사청문회에서 김현숙 당시 후보자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하면서도 여성폭력, 한부모 가족, 여성의 경력단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변을 하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한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의견에는 대답을 끝까지 회피했고, 구조적 성차별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묻는 질의에도 끝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이렇게 역사상 최초로 본인이 책임있게 이끌어가야 할 부처를 폐지하기 위한 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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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 2022년 9월 1일(목)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이 개최되고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가속화되는 '여성' 지우기와 중심 잃은 국가 성평등 정책기조 

수많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회와 단체 등 여러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6월 17일 여성가족부 폐지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전략추진단을 꾸린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추진단에서 개최한 여성, 청소년, 가족 등 각 분야별 간담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고,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참석자가 누구인지도 밝힐 수 없다고 했다(한겨레, 2022. 8. 26. '여가부 존폐 걸린 간담회, 회의록이 없다…192자 요약본 뿐').  여성가족부 장관은 추진단 간담회가 회의록 의무 작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정부 부처에서 주최하는, 더구나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여 부처의 존폐를 논의하는 중요한 회의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여성가족부는 2019년부터 2030 청년주도로 성평등 관점에서 미래를 그리는 청년성평등 문화 추진단(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동안의 사업으로는 소외되었던 정보통신업계 여성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 개발, 조직문화, 기혼여성 고충 등 정보 공유 및 연대의 장을 형성하는 '여성개발자 콘퍼런스'나 성평등한 육아 생활에 도움이 되는 강연을 비롯해 육아로 인한 남성의 경력단절, 미혼부의 육아 경험 등을 나누며 사회의 다양한 가족들이 직면하고 있는 차별에 질문을 던진 '프로젝트 퀘스쳔(질문)'의 '육아빠 반상회' 등이 있다(여성가족부 홈페이지 버터나이프 크루 자료 참고). 전국의 청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평등 의제를 발굴하고 지역사회에 확산하고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성가족부의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에도 여성가족부는 2022년 청년 양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4기를 5월 23일부터 6월 10일까지 3주간 모집한다는 공고를 한다. '젠더갈등 완화',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청년 고립, 우울감 극복을 위한 마음돌봄'과 일반 분야인 '양성평등 문화확산'을 주제로 총 15개의 프로젝트팀(100명) 내외로 구성하고 '젠더갈등 완화' 특별 분야의 경우 양성평등 인식 격차 및 차별·혐오 해소를 위한 사실 확인(팩트 체크) 프로젝트, 청소년(청년) 교육, 청년층의 양성평등 의제 발굴 및 소통 기회 마련 등을 추진할 예정이며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특별 분야의 경우 임금격차, 노동취약계층 등 청년들의 어려움과 대안을 논의하는 프로젝트를 새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이 사업을 공고하면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2030 청년들을 중심으로 일상에서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이 과정에서 더욱 다양한 청년, 더욱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공감대를 얻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버터나이프 크루 청년들의 활동이 우리 사회 과제로 떠오른 젠더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단초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여성가족부는 3주간 4기 추진단을 공개모집하고, 총 29개 팀의 신청을 받아 주제의 적합성, 제안 내용의 창의성 및 타당성, 활동의지 등을 기준으로 총 17개 팀을 선정하고, 6월 30일 2022년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버터나이프 크루 4기') 출범식까지 개최했다.

그러나 7월 4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이 "남녀갈등을 증폭시킨다"며 "지원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여성가족부는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고 결국은 사업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4년 동안이나 이어진 여성가족부의 사업이 합리적인 근거나 제대로 된 검토, 절차 없이 여당 정치인의 왜곡된 비판에 한순간에 없어지게 되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성가족부의 '여성'지우기는 가속화 되고 있으며 성평등 정책은 실종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기 위해 입법예고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의 정부 당연직 위원에 여성가족부 장관이 빠지게 되었다(한국일보, 2022.9.15. '폐지 맞춘 여성 지우기...정부 내 '여성' 표현·대우가 달라졌다'). 지역의 열악한 여성 일자리와 저임금 문제, 농촌지역 결혼이주 여성의 인권문제 해결 등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 여성가족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위원회임에도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배제했다. 

여성가족부 9월 인사현황을 보면 여성정책과와 성별영향평가과는 각각 11명에서 9명, 10명에서 8명으로 축소되는 등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여성정책국이 총 7명이 줄었다(연합뉴스, 2022.9.15. '여가부, 여성정책 인력 7명 줄이고 가족정책에 방점'). 여성정책과는 양성평등정책의 기획·종합,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의 수립,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양성평등정책의 협의 · 조정, 양성평등위원회 및 양성평등정책책임관제 운영 등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핵심 부서이다.

성별영향평가과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 정책을 평가하고 성인지 예산, 성인지 통계 등을 담당하는 부서이다. 국가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고 평가 및 환류를 담당하는 가장 핵심적인 여성정책국을 축소한 것이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25년 동안 발간하고 있는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이라고 바뀌었다. 이름을 바꾼 취지를 "새로운 사회상을 반영한 지표를 발굴하고 성별 균형적 관점에서 통계를 조명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밝히고 있으나 '여성'을 지우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점점 더 열악해지는 여성들,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국가 

'여성' 지우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을 보면 오히려 여성의 열악한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9년 53.5%, 2020, 52.5% 2021년 53.3%로 최근 3년간 정체되고 있고 남성과의 격차는 여전히 19.3%(남성 참가율 72.6%)나 된다. 15세 이상 고용률에서도 여성은 51.2%, 남성은 70%로 18.8% 격차가 난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전체 여성 임금 노동자의 47.4%로 남성(31.0%) 비해 16.4%가 많다. 특히 여성의 한시적 근로와 기간제 근로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어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2021년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이 383만 3천 원, 여성이 247만 6천 원으로 남성 대비 64.6% 밖에 되지 않고, 월평균 임금의 성별 격차는 약 136만 원으로, 전년(약 132만 원) 대비 약 3% 증가하여 성별 임금격차는 더 커졌다. 육아휴직 사용은 남성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자 중 여성이 약 8만 2천 명(73.7%)이고 남성은 약 2만 9천 명(26.3%)이다.

2019년 맞벌이 가구 여성의 돌봄‧가사 시간은 3시간 7분이고, 남성은 54분으로 여성이 돌봄노동을 전담하고 있다. 2020년 성폭력 피해자 수는 30,105명이고, 그 중 88.6%인 26,685명이 여성이다. 또한 2020년 사이버 성폭력 발생 건수는 4,831건으로 2019년 대비 2,141건이나 증가했다(여성가족부, 2022년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이처럼 여성의 노동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고 임금격차는 심각한 상황이다. 돌봄노동은 여전히 여성이 전담하고 있으며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여 국가 성평등 정책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기존의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고 다른 부처와의 협력, 조정 기능을 높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로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현재 여성가족부는 부처의 존폐에 기로에 있어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가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인지를 의심케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인하대에서 남성이 여성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명백한 여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김현숙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아니고 성폭력 사건"이라며 "남성 가해자, 여성 피해자 프레임으로 사건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후 거센 항의와 비난을 받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성폭력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다라는 관점을 여전히 유지 중인가?"라는 질문에 김현숙 장관은 "정정하겠다"라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정정하겠다"라고 답했다(오마이뉴스, 2022. 8.16. '인하대 사건이 "여성에 대한 폭력" 아니라던 김현숙... "정정한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폭력,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16일,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에 대해 김현숙 장관은 또다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법촬영 및 협박, 스토킹, 살해 등 여성폭력 범죄를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하며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존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본인이 도리어 여성과 남성을 나누고 젠더 갈등이라는 허구적 프레임을 가져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현실을 지우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8월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 여성할당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해외에서 발표하는 '성 격차 지수'에서 유독 낮은 순위를 기록하는 이유가 여성이 정치권에서 적어서입니다. 지역구 의원 30%를 여성으로 공천하자는 의견, 저는 찬성합니다"(여성동아, 2022.8.22.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 "폐지에 앞서 타 부처와의 접점 넓히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차별 해소를 위한 적극적 조치인 여성할당제는 찬성하면서 여성들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성차별과 폭력에 대해서 인정하지 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동안 여성들이 투쟁해서 만들어온 성평등 가치와 법제도 그리고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기후위기, 변화된 사회 환경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 여성과 소수자들이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는 수많은 차별과 폭력 해소를 위한 좀 더 나은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제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 여성가족부 장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하며 어떤 근거와 방향도 없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길이 보이지 않을 만큼 답답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여성들은 지속적으로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차별과 폭력의 사슬을 끊어내고 성평등한 우리의 일상과 삶을 만들기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의 필자는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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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7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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