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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2학기, 처참한 교실 풍경... 자괴감이 밀려옵니다

수시 끝난 뒤 학교조차 나오지 않아... 결석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는 아이들

등록 2022.09.29 04:39수정 2022.09.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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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평가 치러진 지난 8월 31일 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교사인 나는 고3 1학기 때부터 2학기가 두려웠다. 1학기까지는 수시에 내신 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이 꽤 있지만 2학기부터는 안 그럴 게 뻔했기 때문이다. 물론 1학기 때부터 정시만을 목표로 하느라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2학기는 교실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그나마 1학기 때까지 성실하던 학생들마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시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마치 자기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학교 생활을 엉망으로 이어간다. 일부는 자기소개서를 쓰고(그것도 9월 중순에 모두 끝났다) 면접을 준비하기는 하지만,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예 노골적으로 영화나 예능 영상을 보려고 하고, 수능 대비 문제는 풀어보려고도 안 한다. 잠으로 하루를 보내는 학생들도 많다.

1학기 때부터 고민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나는 그저 나의 길을 가는 수밖에. 조금 더 철저하게 말이다. 예를 들어 2학기 수업 교재를 모두 복사해 갔다. 수능 반영 교재를 수업 교재로 채택해서 사용하는데 구입해 오는 학생들은 절반도 안 된다. 사실 ebs 홈페이지에서 pdf로 다운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종이 인쇄물로 된 교재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는다.

한 교실에 10매에서 15매 정도의 복사물이 필요했다. 나무를 생각해서라도 풀어보라고 하면서 강제로 떠넘겼다. 밍기적거리기는 하지만 종이를 들이대니 억지로라도 문제를 풀어 보는 학생도 있기는 하다.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해서 최대한 명쾌하게 수업을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나의 노력은 너무 작아서 수업을 듣는 학생을 확 늘려놓지는 못했다.

무엇이 바뀌었나

몇 년 전, 고3 담임을 했을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정시보다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았어도 수능 시험 때까지는 모두 집중해서 대입을 준비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끈끈했고 위로와 격려, 조언을 주고받았다. 그러니까 지금은, 한마디로 말해 '교실'이라는 공동체가 사라진 느낌이다.

자,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2학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학생들이 없어진다. 어떤 고3 교실은 (심한 날에는) 3명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보통은 10여 명으로 유지된다. 바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날짜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부모님이 완강하게 반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가정학습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도 2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교외체험학습 제도가 있었지만 주로 수능 후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이 날짜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가정학습은 보통 57일까지 허용된다. 여기에 교외체험학습 20일이 포함되어도 되고 포함되지 않아도 된다. 1학기 때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은 이 기간을 따져가며 학교를 벗어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학기 때부터 가정학습 신청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으나 우리 학교가 소속된 인천이나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사용하지 않는 고3 학생들을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분위기는 2학년으로도 퍼져 가고 있다. 2학년 때부터 학교 수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어찌 대응을 해야 하나 싶다. 그러니, 이제는, 위드 코로나라는데 이 가정학습 제도를 무조건 허용해주는 분위기를 바꿨으면 좋겠다. 

그런데 가정학습 허가 제도만 문제가 아니다. 이미 57일을 다 써 버린 학생들도 있는데 그들이 노리는 것은 학업중단숙려제도이다. 여러 이유로 자퇴를 고려하는 학생에게 숙려 기간을 두고 생각해 보라고 만든 제도인데 그것마저 악용하는 사례가 생겨난 것이다. 입시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악용 사례가 퍼져나가고 있다. 최대 7주가 가능하며 출석 인정이 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게다가 횟수도 무제한이다.

가정학습 제도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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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책상. ⓒ pexels

 
과연 학교를 벗어난 고3 학생들은 어떻게 지낼까. 우리 학교에서 가정학습을 쓴 고3 학생 중 모의고사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자기가 하루 공부 일정을 잘 관리해서(혼자 집에 있다면 이러기가 쉽지 않다) 수능 준비를 한다면 학생들의 바람대로 대학 입시에 유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일단 그 자체가 문제 아니겠는가. 이는 대학 입시에 고등학교 수업과 생활이 반영될 여지가 점점 더 없어진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 

하지만 혼자 집에서 자기 생활을 관리하는 건 성인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진짜로 걱정하는 것은 학생들이 무기력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원래는 가정에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확인하지 않는다) 학습하는 학생들이 과연 잘 지내고 있을지,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밥을 잘 챙겨 먹고 있을지 걱정이다. 아마 대부분 불규칙적으로 살고 있을 것이고 주체할 수 없는 자유에 찌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나와도 그런 모습이 이어진다.

가정학습을 신청하지 않았거나 가정학습 후에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도 비슷하다.  이제 9월 말인데, 진도는 이미 다 나갔기 때문에 수능 준비 등의 이유로 수업을 하는 과목이 많지 않다. 자습을 주면 교사로서 편하긴 하지만 자괴감이 밀려온다. 애들은 오죽하겠는가. 하루 종일 자습을 하면 반가운 학생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책이라도 읽으라고, 무엇이든 하라고 조언을 하면 자기도 알지만 잘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 모습이 12월까지 이어질 걸 생각하니 끔찍하다.

벌써부터 주변 교사들은 내년 고3을 맡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떤 교사는 1학기가 끝나면 바로 졸업시키자는 말도 했다. 원래도 고3 교실은 조금씩 붕괴되어 갔지만, 작년과 올해 다르고, 올해와 내년이 또 다를 게 뻔하다. 내년부터는 자소서도 없고 학생부 대입 반영 항목도 더 줄어든다. 게다가 2학년 때부터 가정학습 사용에 익숙한 경우라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학교를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 대학에서는 수시 비율도 계속 줄여가고 있다. 고등학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교실' 공동체부터 복원하자

일단 가정학습을 불허하자. 다른 제도도 악용하지 않도록 규정을 잘 지킬 수 있는 경우에만 허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업중단숙려제는 실제 상담 코스를 성실하게 따르는 경우에만, 본래 취지에 맞는 학생들의 경우에만 허가해야 한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이 제도가 다수에게 악용될까봐 걱정이 된다.

그리고 수업은, 더 수업답게 해야 하지 않을까. 수능 대비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정말 의미 있는 학교 생활을 경험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뭐냐고 하면 아직 나도 모른다. 결국 끊임없이 고민하는 길밖에 없다.

내년에도 3학년을 맡게 된다면 수능 대비 수업 이외에도 진짜 국어 수업을 해 보고 싶다. 학생부 기록을 위한 수행평가가 아니라 대학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19살에게 필요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그런 수업을 하고 싶다. 그러면 내 수업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쉽게 냉소하고 포기하지 않게, 무기력해지지 않게 말이다. 그러니까 사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무기력뿐만 아니라 바로 나의 무기력, 교사와 학교 구성원들의 무기력,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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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jey9595 사진은 우리집 양선생, 순이입니다. 저는 순이와 아들 산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40대 국어교사이고, 늘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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