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원시림, 구학산 둘레숲길 걷기

아홉 마리의 학, 거북 바위를 찾아서

등록 2022.09.30 09:56수정 2022.09.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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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학산둘레숲길 초입에 설치된 안내판.세밀하게 등산로와 볼거리를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 ⓒ 이보환


구학산(九鶴山)은 강원도 원주시와 충청북도 제천시에 걸쳐 있다. 해발 983미터.
옛날 이 산에 살던 아홉 마리의 학이 어느날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래서 신림 방면의 황학동·상학동·선학동과 봉양 방면의 구학리·학산리, 영동의 황학동, 백운면의 방학리·운학리·송학면의 송학산 등 9군데 '학' 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마치 어릴 때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같은 전설이다.

구학산 둘레숲길은 7.6㎞ 원점회귀 코스로 3시간 가량 걸린다. 주차장을 떠나 차 한대가 지날 수 있는 시멘트 길을 따라 걷다보면 숲길이 반겨준다. 솔내음이 향긋하다. 걸으며 주변을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완만하다.

여름철 새소리로 가득찼던 숲속이 풀벌레 소리로 바뀌었다. 찌르르! 치이. 풀벌레 소리에 가을을 느낀다. 숲속 쉼터 평상을 보니 어릴 때 우리집 마당이 생각난다. 놀다, 먹다, 쉬다 하던 그 공간을 여기서 만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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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바위 영락없는 거북이 모양이다. 이쪽에서 봐도 반대쪽에서 봐도 거북이 모양이다. ⓒ 이보환


구학산 둘레숲길은 자체가 편안하다. 치악산 둘레길 8코스(거북바위)에 포함된 이 곳의 마스코트는 거북바위. 두 길이 하나가 되는 지점에 거북이 자리한다. 단단한 바위가 거북의 특징을 잘 살려준다. 

천천히 걷다보니 산오리나무골이 나타난다. 나무가 울창하다. 소박한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구학정이라 쓴 현판이 앙증맞다. 아담한 크기의 구학정은 이미 중년부부의 쉼터가 되었다. 폭우의 흔적이 숲길 곳곳에 남아 있다. 흙길이 물에 쓸려와 쌓인 돌에 너덜길이 되었다. 움푹 패인 길은 조심스럽게 디뎌야 한다.

이곳의 특징은 안전 대피로다. 곳곳에 안전 대피로가 있어 기상이변이나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용하면 좋겠다. 평평한 흙길에 커다란 돌을 띄엄띄엄 놓은 징검다리가 있다. 개울에 있음직한 징검다리를 산길에서 건너간다.

널찍한 바위를 식탁 삼아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산에 오면 모든 게 맛있다. 고추에 된장만 있어도 밥 한그릇 뚝딱이다. 떨어뜨린 밥알을 옮기는 개미떼가 일사분란하다. 등껍질이 빛나는 이름 모를 벌레도 분주하다. 

가만히 앉아 있으니 쌀쌀하다. 서둘러 배낭을 챙겨 걸음을 재촉한다. 자작골 삼거리에 이르자 땀이 흐른다. 하얀 자작나무가 시선을 모은다. 눈내린 겨울같다. 자작골 삼거리를 기점으로 전혀 다른 길이 펼쳐진다. 평탄한 흙길이 좁고 경사가 심한 산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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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한 숲길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완만해서 누구나 걷기에 좋다. 더욱이 원시림이 주는 청량감이 좋다 ⓒ 이보환


햇빛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는 나무숲은 푸른 이끼로 뒤덮혔다. 작은 원시림이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니 돌아가야 할 지점에 다다랐다. 현재 구학산 둘레길은 새로운 경로를 만드느라 10월까지 일부를 통제한다.

구학산 주차장- 삼형제 나무-거북바우-자작골 삼거리를 거쳐 박달정에서 원점회귀해야 한다. 새로운 길이 탄생했을 때 다시 오겠다는 기약을 한다.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구학산 둘레숲길의 재탄생을 기대하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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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지방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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