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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만 가져온 '금호강 르네상스'... 이래서 반대한다"

김종원 전 교수, ‘참나무처럼’ 회원들과 답사에 나서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에 쓴소리

등록 2022.10.04 11:27수정 2022.10.0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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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처럼 회원들과 금호강 현장 강의에 나선 김종원 전 교수. 금호강 르네상스를 해부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2의 4대강사업이라 불리는 금호강 개발사업인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을 본격화하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대책위가 구성되고 있다. 

대구 지역에서 '참나무처럼'이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무료 생태학 강좌를 열어온 김종원 박사(계명대 생물학과 전 교수)는 지난 1일 참나무처럼 회원들을 이끌고 직접 금호강 생태 탐사에 나섰다. 식물사회학자로서 <식물생태보감>을 집필하던 중 금호강 르네상스 소식을 듣고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이번 답사를 기획하게 됐다는 것. 

현장 답사는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 인근의 패밀리파크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일대 금호강, 즉 '팔현습지'라 불리는 구간을 세 시간 동안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하려면 

그는 우선 '지구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하는 한국 하천관리 방향'이라는 주제로 현장 강의를 시작했다. 그가 준비한 한 장짜리 자료에는 1920~30년대 제작된 금호강의 옛 물길 사진이 들어있었다. 국토정보플랫폼이란 사이트에서 찾은 사진으로, 일제에 의해 당시 일본의 지도제작 기술로 만들어진 정밀지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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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금하강 하도 정밀지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지도는 인간의 손길이 미치기 전,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움직였던 금호강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박사의 말처럼 "산업사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원시적인 농경사회 수준에서 우리나라 국토의 강이 어떤 모습으로 있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 지도였다.

그 지도에는 당시 주민들의 달구지길부터 시작해서 범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쌓았던 돌보의 위치까지 상세하게 담겼다. 그것을 보고 그는 "일제는 우리 땅을 이렇게 자세하게 기록해놓았는데 우리나라는 뭔가?"라고 반문했다. 김 박사는 "그 수많은 보의 위치와 상태를 제대로 드러낸 지도가 있는가. 이 나라 교수들은 뭘 하는가"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이와 같은 지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나서서 물길구간 정밀지도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의무 다섯 가지'를 정리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물길구간(河道) 정밀지도 제작 (환경부, 수자원공사)
2. 집수역(유수 패턴) - 정밀지도 제작 (환경부, 국토부)
3. 선상강우대 정밀 예측모델 구축 (기상청)
4. 잠재범람습지 재복원 (환경부, 국토부)
5. 물길구간 내 인공시설 금지 (환경부,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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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전 교수가 참가자들에게 르네상스의 의미에 대해서 열강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선상강우대 정밀 예측모델 구축의 경우, 최근 비가 강력한 물기둥이 터지듯 내리기 때문에 그것을 미리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수학자, 물리학자, 수리학자를 동원해 슈퍼컴퓨터를 개발했다고 한다. 그 예측모델을 가지고 강우 패턴을 분석해서 선상강우대가 나타날 때는 시민들에게 미리 상세히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번 포항 냉천 수해 때도 이런 선상강우대식 폭우가 내린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그는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처럼 인간 편의 방식으로 하천을 개발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잠재범람습지를 재복원해 거센 물길을 담아줄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고, 물길 구간 내 인공시설들은 절대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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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에서 물길이 흐르지 않는 곳은 이렇게 원시 자연의 형태를 하고 있는 곳도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따라서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천의 공원화를 위한 하천 개발 방식을 시급시 시정해 하천의 영역을 되찾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호강 현장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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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에게 버드나무 종류 구별범을 설명해주고 있는 김종원 전 교수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후 참가자들과의 금호강 현장을 둘러보았다. 제방 안쪽은 참느릅나무가 자라고 제방 바깥쪽은 아까시나무가 자라는데, 그 식생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부터 종류도 다양한 버드나무 구별법도 배웠다.

또 생태계 교란종으로 알려진 가시박의 독특한 특징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는데, 그 어떤 식물이나 사물도 그냥 배척하거나 제거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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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에게 가시박의 놀라운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김종원 전 교수. 이런 놀라운 특징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기에 각각 나름 존재 이유가 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아무리 생태교란 식물일지라도 모두 쓸어버리는 식의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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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박의 용수철과 같은 줄기. 잘 끊어지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도 물결이 들이쳐도 잘 붙어있을 수 있는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또 딱따구리의 정교한 집을 살펴보고 강아지풀과 환삼덩굴이 반반씩 자리잡은 현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이들이 어떻게 변해갈지를 잘 관찰해보는 것도 중요한 생태수업이란 사실을 배웠다. 

이렇게 세 시간의 현장 강의를 모두 듣고 마무리로 김종원 박사는 홍준표 시장이 계획하고 있는 '금호강 르네상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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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딱따구리 집을 함께 관찰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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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천이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는 김종원 교수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르네상스'라는 글자는 프랑스 말로 부활이고 그중 큰 의미가 부흥이다. 그전에 있었던 것이 그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그 전의 장점을 살려서 전통과 역사를 다시 한번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르네상스가 있었다는 것은 그 직전의 전통 문화의 단절이 있었다는 것으로 역사의 단절, 전통 문화의 단절 그것을 다시 이어야 한다는 것이 르네상스다.

금호강 르네상스라면 금호강의 지금까지의 역사, 즉 강 자체의 생태와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이 주변에 살던 과거 선조들의 지혜와 생활양식 이런 모든 것을 되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조들이 이런 지혜로 이렇게 강을 유지했겠구나'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예전에도 강에 홍수가 났지만 지금 같은 피해가 없었다. 자연을 내버려 두고, 강이 자유롭게 흐르게 놔뒀기 때문이다. 거기에 맞춰 살았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었다. 이런 철학과 사상과 진실을 정리해서 '르네상스를 해보자'라고 하면 누가 비판하겠나? 그냥 글자만 가지고 오면 르네상스를 욕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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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상 팔현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금호강에 지금 필요한 건 개발이 아닌 제대로 된 생태조사와 보존운동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현장 강의가 모두 끝나고,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외쳤다. 그 소리가 저 대구시청까지 가닿기를 바라면서.

"금호강 르네상스, 웬 말인가?"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5년 간 우리 강을 탐사해오고 있습니다.
#금호강 #르네상스 #홍준표 시장 #김종원 교수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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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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