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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난민 아이들 그림의 '슬픈' 공통점

[몰도바 현지에서 ④] 혹독한 겨울 앞 우크라 난민과 몰도바 시민들

등록 2022.10.04 21:53수정 2022.10.0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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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피스윈즈코리아와 키시나우시가 공동 운영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 피난소의 모습. ⓒ 고두환

 
세계는 연결돼 있다. 

지난 8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세계적 영향: 에너지 위기'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식량 54%, 원유 33%, 배송 23%, 국채 47% 인상'이라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세계의 연결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재앙이다. 

전쟁 시작 222일,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몰도바에는 현재까지 60만 명가량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입됐다. 몰도바 총 인구의 20% 수준이다. 해외이주노동에 의존한 경제 모델은 코로나19 이후 직격탄을 맞았고, 저소득층 상당수가 사회보장 시스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를 버틸만한 체력이 몰도바 경제엔 존재하지 않았다. 동원된 시위든, 자발적 시위든 경제 실패의 책임을 묻는 시위는 몰도바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직주근접성이 가장 좋은 나라면서,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 이전 정권들은 친러 성향을 표방했다. 개전 이전에는 식량, 에너지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 수입 내진 지원받고 있었다. 러시아 국영가스 회사 가즈프롬은 지난 1일부터 몰도바로 공급되는 가스 공급을 30% 줄인다는 발표를 했다. 개전 이후, 가스 공급은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우크라이나 난민까지 품고 있는 몰도바는 뾰족한 방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번 전쟁으로 가장 힘든 국가 중 하나는 몰도바다. 세계는 연결돼 있는데, 몰도바는 외로운 형국이다.

절망적 상황의 몰도바 경제, 국제사회 지원 절실해

'5월 월간 인플레이션 26%, 6월 월간 인플레이션 31.8%, 7월 월간 인플레이션 33.6%.'(관련 리포트 보러 가기)

지난 7월, 몰도바의 천연가스 가격은 전년 대비 4배 상승했고, 전기 가격 56%, 난방 가격 90% 상승했다. 서유럽 국가도 천연가스를 대체할만한 에너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교부에서 발표한 몰도바 개황(2021. 6)에 따르면, 몰도바 1인당 GDP는 3330달러다. 몰도바 내 취약계층과 우크라이나 난민은 동사(凍死)를 걱정하고 있다.

경제 자립을 위한 몰도바의 몸부림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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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키시나우시가 연 경제포럼(Chisinau 2022 Economic Forum, 2022. 9.29~10.1) 현장 모습. ⓒ 고두환

 
10월 5일 '와인의 날(National Wine Day)' 전후로 몰도바 전역에서 와인 축제를 열고, 코로나19 이후 2억 달러가량 감소한 관광 수입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몰도바 관광의 콘셉트는 '환대(hospitality)'를 표방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가난하지만, 아무 조건없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는 몰도바는 목가적인 농장에서 제공하는 홈스테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수도 키시나우시는 경제포럼(Chisinau 2022 Economic Forum, 2022. 9.29~10.1)을 열었다. 이번 포럼의 콘셉트는 투자자도 관광객도 모두 접근하기 좋은 키시나우시를 표방했다.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소기의 성과를 올린 이언 체반(Ion Ceban) 키시나우시 시장이 몰도바의 경제 자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몰도바의 경제 사정은 절망적이다. 외곽지역 사회복지시설부터 지원이 끊기는 실정이다. 여름 내내, 기생충 피부 감염은 보육시설들을 강타하는데, 확산을 막을만한 예산이 몰도바 정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도울 예산은 있는데, 몰도바 취약 계층을 도울 예산은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보리스 길카(Boris Gilca) 키시나우시 보건사회보장국장은 "우리에겐 방한 대책이 없다. 천연가스 공급이 불안하여, 전기 난방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몰도바 시민들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우크라이나 난민 피난소 역시 마찬가지다. 몰도바의 겨울은 영하 25℃다"라고 근심어린 이야기를 건넸다.

몰도바의 경제 상황은 절망적이다. 국제사회 지원이 절실하다. 

피난소에서만 존재하는 부부관계, 신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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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인 아냐씨와 카자흐스탄인 바담씨는 4년간 교제한 끝에 전쟁 일주일 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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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인 따이샤씨와 아제르바이젠인 바벡씨도 전쟁 발발 3일 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이가 생긴 뒤, 결혼식을 올린 탓에 피난 길이 만만찮았다. ⓒ 고두환

 
(재)피스윈즈코리아는 키시나우시와 우크라이나 난민 피난소를 운영 중이다. 2000세대 1만 명가량의 우크라이나 난민과 이들을 돌보는 몰도바 호스트패밀리 등은 피난소를 통해 물자를 보급받고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는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대부분 난민들은 피난소 밖 생활을 택한다. 아무리 시설을 잘 갖추려고 해도 피난소는 열악할 수밖에 없다. 작은 인연이라도 찾아 피난소를 벗어나는게 모두에게 이롭다. 

우크라이나인 아냐씨와 카자흐스탄인 바담씨는 4년간 채팅으로 교제한 끝에 전쟁 일주일 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관계 등록을 채 하기도 전 발발한 전쟁 탓에 엉겹결에 피난을 왔지만, 몰도바 이외 국가에서는 함께 있을 방법이 없다. 이들은 종전 전까지 꼼짝없이 피난소 생활을 해야 한다. 피난소에서만 존재하는 부부관계인 셈이다.

우크라이나인 따이샤씨와 아제르바이젠인 바벡씨도 전쟁 발발 3일 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이가 생긴 뒤, 결혼식을 올린 탓에 피난 길이 만만찮았다. 지난 7월, 피난소에서 부부의 딸 아미나가 태어난다. 역시 이들의 관계와 아이의 존재는 난민으로서 존재하지만, 국민 내지는 시민으로 존재하진 못한다. 피난소에서만 존재하는 신생아가 생긴 셈이다.

피난소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86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중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피스윈즈는 고용하고 있다.

피난소 운영을 총괄하는 블라드미르씨는 "개전 전, 우크라이나와 주변국은 이동이 자유로웠고 국경의 구분이 의미없을 정도로 서로가 뒤섞여 살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힘의 논리에 의해 국경을 갈랐듯, 이번 전쟁을 통해 단절을 경험하는 이들의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블라드미르씨의 아내 역시 우크라이나인이다.

난민 아이들의 그림은 대체적으로 폭격 장면을 증언한다. 그것이 트라우마가 돼 밤새 잠을 못 이루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피난소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 그런 난민들의 절규에 세계는 연결돼 있다.

여기 전쟁의 또다른 피해자가 있다. 몰도바다. 그리고 몰도바가 버텨야 우크라이나 난민이 버틸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존재한다. 우크라이나인을 위해서라도, 국제사회는 몰도바를 지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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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난민 아이들의 그림, 폭격 당시 장면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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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치고 싶은 나머지, 종이에 그려서 치고 있는 난민 소녀 카야. ⓒ 고두환

덧붙이는 글 필자는 재단법인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입니다. 긴급 구호 관련 활동은 홈페이지(https://peacewindskorea.or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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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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