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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불기소 이유서 봤더니... 검사들 증거 삭제가 결정적?

[분석]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 무혐의 처분.... 피의자 진술, 불기소 근거의 대부분

등록 2022.10.06 13:31수정 2022.10.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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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인터넷신문 <뉴스버스>가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하자마자 시작됐던 전·현직 검사들의 자료 삭제 행위가 결국 성공한 것일까? 

지난 9월 2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 이희동 검사가 김웅(52) 국민의힘 의원의 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혐의 처분하면서 가장 많이 쓴 표현은 '증거 부족'.

"현재 수집된 증거만으론" 손준성 검사가 문제의 고발장을 작성했을 가능성,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하거나 같이 고발을 모의했을 가능성, 손 검사와 김 의원이 직접 연락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 모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발사주 사건은 2020년 4월 검찰총장 핵심 참모직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당시 손준성 검사)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후보로 선거운동 중이던 검찰 출신 김웅 의원에게 윤석열 당시 총장과 배우자 김건희씨,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피해자로 적시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논란이다. <뉴스버스>는 고발이 윤 전 총장 지시 하에 이뤄졌다는 정황을 보도하면서, 선거 시기 검찰총장의 개별 사건에 검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공익제보자 조성은씨(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의 폭로로 드러났다. 조씨는 당시 텔레그램으로 김 의원으로부터 고발장과 증거 자료 사진을 대거 전달받았다. 모두 '손준성 보냄'이라는, 최초 발신 출처가 공개된 형태였다. 김 의원은 조씨와 통화에서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일단 보내드릴게요"라거나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 등 검찰의 개입을 연상케 하는 말도 했다. 김 의원은 손 검사와 사법연수원 29기 동기다.

김 의원의 불기소 이유서를 살펴본 결과,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사주 연루자인 김 의원과 손 검사, 성아무개 및 임아무개 검사(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등의 말에 대부분 의존했다. 통화·문자 및 텔레그램 내역, 블랙박스 등의 동선 기록, 수사정보정책관실 PC 기록 등의 물증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수사 초기 증거 확보에 실패한 고위공직자수사처 기록에 머물렀고, 부족한 물증을 추적하는 수사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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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은 '고발사주 의혹' 과 관련한 김웅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 위는 그 내용. ⓒ 서울중앙지검 작성

 
김웅·손준성 진술이 불기소 근거 대부분

김 의원 혐의는 크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손 검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 직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85조 1항) 위반으로 기소되면서, 그의 공범으로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손 검사로부터 타인의 실명 판결문을 전송받은 것과 관련됐다. 고발장 증거로 쓰인 특정인의 형사 사건 판결문은 당사자, 검찰, 법원이 취득할 수 있는 '실명' 판결문이었는데, 당사자는 판결문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취득 경로가 검찰로 좁혀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검사가 공무상 취득한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사정을 알면서도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았다는 혐의가 김 의원에게 적용된 것.

사건의 핵심은 김 의원과 손 검사와의 연결고리였다. 김 의원은 아래와 같이 부인했다.
 
"손준성은 (나와 달리) 검찰에서 선거 수사를 거의 안해 친분이 없다.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고 지난 수년 간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도 없다. 고발장 사진과 증거 자료 등은 손준성이 아닌 불상자로부터 받은 제보다.

당시 조씨가 당의 n번방 대응 TF팀장을 맡고 있어서 제보 자료를 일단 전달만 했을 뿐이다. 당시 하루에도 수백 개 메시지가 왔고 발신자 이름 확인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었다. '대검 공안부'를 언급한 건 공안부장을 찾아가라는 조언을 한 것일 뿐이다."
 
검찰은 이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불기소 이유서엔 김 의원을 반박하는 물증은 등장하지 않는다. 검찰은 '손준성 보냄'이라는 메시지상 출처도 "오히려 손 검사가 메시지를 작성한 시간과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달한 시간 차이가 대부분 1~3시간"이라며 "손 검사 메시지가 제3자를 거쳐 김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충 설명했다.

검찰은 또 "유사한 별개 고발장이 존재해 그게 실제 접수됐을 가능성도 인정된다"며 "결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다량의 정보를 송부받고 전달하거나 돌려주는 과정에서 파일이 전송된 것일 뿐이고 고발장 작성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손준성의 변명도 배척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의원과 손 검사가 고발과 관련해 사전 연락을 나눈 증거도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손 검사와 친분이 없고 만난 적도 없으며 연락하지도 않는 사이"라는 김 의원 주장을 인용하며 "손 검사와 김 의원 사이 통화내역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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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사건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2021년 12월 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검찰은 특히 김 의원이 "손준성이 공안업무를 거의 하지 않았고, 자신은 선거범을 더 많이 알고 있어 그와 고발을 상의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힌 데 대해 "실제 검사로서의 근무 경력 및 소속 부서 등을 고려했을 때 진술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김 의원은 2021년 9월 7일 수사 개시 직후 <노컷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손준성 검사한테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 같다'고 발언했다. 김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해당 기자와 인터뷰한 사실이 전혀 없다. 오보다"라고 부인했고, 검찰은 이를 수용했다.

또 김 의원이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등 제3자의 개입이 연상되는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실만으론 손 검사와 직접 연락하거나 상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이 문제의 실명 판결문을 사건 당시 검색한 기록이 확인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2014년부터 2020년 4월3일까지 검찰청 직원들의 해당 사건 판결문 검색·조회는 총 132건(82명)"이라며 "검색을 근거로 손준성이 김 의원에게 자료를 보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결국 이 사건은 "손준성 검사가 발송한 고발장을 김웅 의원이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조성은씨에게 전달한 행위만 사실관계로 인정된다"고 결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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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2021년 10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증거 왜 없을까... 검사들, 사건 발생 2주 내 삭제

지난 5월 공수처가 작성한 손 검사 등 일부 혐의에 대한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김 의원과 손 검사 그리고 손 검사를 보좌했던 임아무개 검사 등은 2021년 9월 2일부터 17일까지 각종 디지털 자료를 삭제했다.

그해 9월 2일 <뉴스버스> 보도가 된 날, 김 의원은 휴대전화를 교체했고 임 검사는 수사정보정책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바꿨다. 앞서 열흘 전 교체한 하드디스크였다. 또한 임 검사는 9월 7일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삭제했다. 손 검사는 9월 13일 텔레그램에서 탈퇴했다. 김 의원은 9월 10일 차량 블랙박스 내용을, 9월 14일에는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각각 삭제했다. 9월 16일∼17일에 걸쳐 임 검사는 카카오톡 대화내역과 수사정보정책관실 선배 성 검사와의 통화 내역, 텔레그램 비밀채팅방 등을 모두 삭제했다.

또한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손 검사, 성 검사 등은 휴대전화 잠금 해제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해 11월 공수처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컴퓨터 저장장치 기록은 모두 초기화돼 있었고, 이들 검사들의 내부 메신저 대화조차 서버에 남아 있지 않았다. 

검찰의 김웅 의원 불기소 이유서에 담기지 못한 물증들이다.

한편, 이 사건 고발인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의 김한메 상임대표는 4일 "검찰의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이고 (현재 진행 중인) 손준성 검사의 재판결과를 유리하게 만들어 이 사건의 다른 피고발인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위한 노림수'에 불과하다"며 "조속한 시일내에 항고 등 이의제기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웅 무혐의 #고발사주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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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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