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진짜' 금쪽상담소가 열렸습니다

2022년 학부모 상담에서 현직 교사가 느낀 점

등록 2022.10.05 13:56수정 2022.10.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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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 픽사베이


학부모상담주간이 끝났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2학기 상담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황하며 멋쩍은 웃음) 어머, 선생님께서 오히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지요."


많이들 당황하시길래, 나는 곧바로 "제가 보호자분들과 상담하는 것 좋아하거든요. 이번 상담은 2학기다 보니 제가 보호자님께 많은 도움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말을 덧붙였다.

상담의 목적은 아이의 행복이다

학부모들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 학부모 상담은 교사 입장에서 까다로운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아이가 반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을 벗어나도 번듯한 한 인간으로 자라고는 있는지에 대해 걱정 반, 궁금함 반으로 이루어진 학부모님의 목소리가 상담 내내 수화기 밖으로 흘러나오니 말이다. 직접 학교에 오시는 학부모님은 그 감정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으시다.

교사는 여기서 줄타기의 고수가 되어야 한다. 포용적이면서 객관적이어야 하고, 긍정적이면서 솔직해야 한다. 부모는 내 아이 한 명만을 바라보지만, 교사는 25명의 눈동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해당 학생의 상황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의 상호작용도 함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까다로운 상황에서 교사의 전문성은 빛을 발한다. 음식점에서 요리를 같은 양을 조리해 손님상으로 나가는 것처럼, 교사도 아이의 칭찬할 점과 부족한 점, 바라는 점과 성장한 점을 모든 학부모님께 적당량 드려야 한다. 그래야 과도한 아이의 칭찬에 목 막히는 학부모도, 담임의 박한 점수에 짜다고 얼굴을 찌푸릴 학부모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쓴소리 하고 싶은 아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균형이 깨지게 된다면 문제 해결 이전에 부모와 교사 간 상호 협력관계가 와해된다는 것을 그동안 배웠다. 결국 효과적인 상담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아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는 상담의 목적 자체를 문제행동 교정이나 제거가 아닌 교실에서의 아이 행복으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머님, 지우(가명)가 친구들하고 자주 싸워요. 그래서 수업이 진행되기 어렵습니다."라고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님, 지우가 친구들하고 마찰이 좀 있는데 지우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셨나요? 지우도 마음 아플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것이다.

학폭과 같은 민감하거나 큰 문제 사안이 아니라면 교사는 가해자, 피해자를 나눠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자주 갈등사항에 놓이는 아이의 괴로움을 짚어 부모의 공감 또한 이끌어 내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의견 합일이 되면,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의 보호자도 '내 아이를 위해' 문제행동을 교정하는 것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금쪽이라는 말이 좋은 이유

이외에도 나는 학부모를 양육의 전문가로 인정하고 교사와 학부모는 한 배를 탄 교육전문가임을 강조한다. 학생이 가정에서는 마냥 어리광 부리는 금쪽이일지라도 학교에서는 나름 사회생활하는 사회인임을 알려드린다. 그리고 가정에서의 모습을 듣는다.

이때 우리가 1년간 이룰 청사진(=아이의 행복과 성장)을 제시하며 학부모의 말을 공감하려 노력한다. 이렇게 라포가 형성된 후에는 상담 이전에 준비한 학생 설문 결과지, 개인 상담 요약본 등을 통해 아이의 상황을 솔직하며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사실 올해는 좀 힘든 친구들이 몇 있어서 상담주간이 기다려지면서도 걱정이 많이 됐다. 우리의 파트너십은 공고할까. 내 진심을 곡해해서 오해하시면 어떡하지. 쓴소리를 하는 것이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등.

글을 쓰다 보니 생각난 것이 있는데, 아마 학부모님께서도 이와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다.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가 밉보이지는 않았을까, 내 걱정이 과하지는 않을까. 선생님이 아이를 오해하고 있으시면 어쩌지. 아이를 사랑하고 애정하는 마음이 같으니 더 복잡하고 미묘한 것 같다. 칭찬 한마디라도 더 해드릴 걸. 상담을 끝낸 지금 칭찬에도 눈물짓고 조언에도 눈물짓던 우리 반 학부모님들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간다.

나는 금쪽이라는 말이 유행해서 좋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작은 조각의 금, 아주 귀한 사람임을 일상 속에서도 잊지 않을 수 있어서다. 결국 우리 어른들은 금같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서로 신뢰하고 의지해야 한다. 믿음이 켜켜이 쌓인 학부모상담주간이 되었길 바라면서 금쪽상담소는 언제나 열려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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