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평상다리 주막을 그림처럼 묘사하다

[조선의 의인, 조지 포크] 나주 사람에 매료되다

등록 2022.10.07 08:53수정 2022.10.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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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조지 포크예요.

전주를 떠나 나주에 도착한 것은 1884.11.15일이었습니다. 나주에서 이틀밤을 잔 뒤 남평-광주-담양-순창 순으로 여행을 이어갔습니다. 본 것도 많았고 사연도 많았지만 극히 일부분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나주는 제조업으로 유명했습니다. 소반, 베개, 문방도구, 촛대 등이 나옵니다.  물건에 옻칠을 많이 했더군요. 칠기는 나주 골에서만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옷칠은 검붉은 색 혹은 갈색이었습니다. 내가 본 모든 소품들은 옷칠로 얇게 칠해져 있었습니다. 나주는 또한 일급 부채 산지로도 유명합니다. 통영, 대구 등지에서 부채가 나오지만 질이 떨어집니다. 

이곳 사람들은 서울이나 충청도 사람들과 여러 차이점을 보입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얼른 보아도 이곳 사람들은 눈동자가 더 까맣다는 점입니다. 속눈썹도 새까맣습니다. 나는 그런 눈동자를 여기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어딜 가나 매우 부드러운 타원형의 고운 얼굴을 보고 놀라곤 했습니다. 굉장히 잘 생겼습니다. 나주 사람들의 까만 눈동자는 일반 한국사람들 보다 더 둥글고 더 작으며 또렷이 빛납니다. 사람은 모두 자기 고장을 닮는 것 같습니다. 

11월 17일 나주를 떠나 남평을 지나는데 비가 뿌려 몹시 으스스하였습니다. 냉랭하고 험상궂은 날씨에 하늘이 컴컴하게 변하면서 쩍쩍 갈라지곤 하였습니다. 악천후 속에서 날이 저물어 가는데 반갑게도 주막이 하나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곳은 광주의 평상다리라는 곳이었는데 썩 큰 마을이었습니다. 말쑥해 보이는 농가들이 들어 앉아 있더군요. 우리는 기쁨에 겨워 주막에 들어갔지요. 여느 주막처럼 초라한 오두막이었지만 아늑한 보금자리처럼 느껴지더군요. 먹을 밥이 있고 푹 잘 수 있지 않는가. 주막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추운 날씨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아늑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묵었던 방은 약제사인 주인의 방이었습니다. 방안에 약장이 하나 놓여 있는데 50개의 서랍에 약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약장 앞면에는 팔이 하나인 접시 저울이 매달려 있더군요. 조그맣고 어둑한 방의 머리 위로는 무려 150개 가량의 종이 봉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약초가 들어 있는 그 봉지들에는 각각 한자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게다가 방벽에는 뿌리 다발이 여럿 걸려 있었습니다. 약초 냄새가 나는 신기한 호텔 아파트hotel apartment! 방 크기는 가로 10 피트3m에 세로 8 피트2.4m. 글자가 적힌 낡은 종이로 온 방이 도배되어 있었구요. 여기 약초들이 빈대를 쫒아낸다고 하더군요. 

담양에서는 멋진 6층 석탑을 보았습니다(석당간). 높이는 약 40피트. 마을에 들어서니 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활기차 보였습니다. 그들은 수량은 적지만 모든 물건을 가지고 다닙니다. 죽제품이 주종이지만 목면, 쌀, 빗, 짚신, 닭, 무명옷, 마의麻衣 등에다 말과 암소, 황소도 보입니다.

장날이면 여인들이 노변에서 눈길을 끄는 옷을 입은 채 고기를 굽기도 하고 고구마 등의 작물을 팔기도 합니다. 마을 주변에는 어디에나 대밭이 우거져 있는데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황량한 구릉에 대비되어 대밭의 몽롱한 녹색이 아름답습니다.

순창 초입의 언덕 위에는 매우 오래된 성城이 있었습니다. 순창은 일반 민가들이 예사롭지 않게 잘 지어져 있었습니다. 길은 아주 깨끗합니다. 이곳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여태 여행중에 보았던 어떤 곳보다도 훨씬 좋았습니다. 아마 공주가 버금갈지 모르지만 순창만은 못합니다. 멋진 마을이었습니다.  

순창은 된장과 붉은 고추로 만든 고추장이 유명합니다. 부드러운 반죽 같은 것인데 조선에서 제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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