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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남은 미 중간선거... 바이든-트럼프 재격돌

초반 공화당 압승 점쳐졌지만... 혼전의 선거판

등록 2022.10.10 11:24수정 2022.10.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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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월 8일 미국에서는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대통령 임기 4년 중 2년을 지난 시점에서 치러지는 선거라 '중간선거'다. 중간선거에서는 하원의원 전부와 상원의원 3분의 1을 선출하고, 일부 지방선거도 함께 치른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하원의원 435명 전원, 상원의원 35명, 주지사 36명 등을 선출한다. 대선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의 의회권력과 지방권력이 교체될 수 있는 대형 선거다.

집권여당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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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7월 27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발언을 하면서 기침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기본적으로 집권여당에 불리한 선거다.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역사상 중간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승리한 경우는 1934년, 1998년, 2002년 세 번에 불과하다. 전후 중간선거에서 여당은 평균 두 자릿수의 의석을 잃었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선거 초반까지만 해도 공화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점쳐졌다. 집권당인 민주당에게는 불리한 이슈가 많았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당시 급락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선에서 회복될 줄을 몰랐다.

경제 이슈도 문제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미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순방까지 이어가며 석유 증산과 유가 인하를 촉구했지만 최근 중동 산유국은 러시아와 함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석유 감산을 결의했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NPR에서 지난 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유권자의 37%가 인플레이션을 최대 이슈로 꼽았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는 절반 이상이 인플레이션을 최대의 이슈라고 지목했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경제사정이 집권여당에 호의적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라 예측했다.

변화하는 추세


그러나 추세는 변하기 시작했다. 연방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의 영향이 주효했다.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임신중단권이 기본권에 속한다는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파기했다.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 여성의 임신중단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여성의 임신중단권 문제는 미국 정계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앨라바마를 비롯한 보수적인 주에서는 성폭행 피해자까지도 임신중단 수술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 큰 반발이 일었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지난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62%는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캔자스 주에서는 주 헌법에서 임신중단권 보장을 삭제할 것인지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보수적인 지역인 만큼 찬성 측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예상 외였다. 찬성 41% 대 반대 59%라는 넉넉한 표차로 반대파가 승리한 것이다. 미국 국민의 임신중단권 지지는 의외로 폭넓고 깊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임신중단권 문제를 시작으로 각종 개혁법안을 내세우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이 상하원을 통과하고 학자금 부채 탕감 등의 조치가 이어지며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부상

공화당 측의 실책도 한몫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당내 경선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특정 후보에 대해 직접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해당 후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본선에 진출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선거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리전이라는 분석까지 나온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024년 대선 재출마의 기회를 다지기 위함이었고, 후보들로서는 거물 정치인의 지지를 업고 쉽게 당선되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2020년 대선결과 조작설 등 각종 음모론을 노골적으로 공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해 낙선한 정치인이다. 대중정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경쟁에서 실패한 인물이다. 패배한 정치인에 기대는 전략은 공화당 내의 경선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실제 본선거에서는 썩 유리한 전략이 아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알래스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선거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계속해서 궁지에 몰렸다. 지난해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동 선동과 방치 사실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헌법 수호를 선서한 뒤 연방정부에 대한 폭동에 가담한 자는 연방정부 관료로 취임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난 8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인 마라라고 리조트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퇴임 시 국가 기밀문서를 불법 유출하고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자산가치 조작 의혹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은 다양하다. 각 지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극우파 후보가 경선에 승리해 본선에 진출하면서, 공화당 지지율은 답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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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6일 텍사스주 댈러스 힐튼 아나톨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혼전의 선거

결국 이렇게 추세가 변동하며 공화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현재 미국 상원은 50대 50으로 정확하게 양분돼 있고, 여기에 부통령인 캐멀라 해리스가 캐스팅보트를 가지고 있어 민주당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상원 100석 중 이번 선거에는 35석이 선거 대상이다. 2016년 선출되어 6년의 임기를 마친 34명과, 제임스 인호퍼 상원의원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1석이 더해졌다. 35석의 의석 중 현재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은 21석, 민주당은 14석이다. 공화당은 14석 중 한 석이라도 가져오면 상원 구도를 뒤집을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의 승리가 예측됐던 선거 초기와 달리 현재는 양당의 초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경합주로 볼 수 있는 6개 주에서 공화당은 크게 우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현재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는 펜실베니아나 위스콘신 등을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위스콘신의 경우 공화당 론 존슨 후보가 현직 상원의원으로 벌써 3선에 도전하고 있는 유리한 상황이지만,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 지역을 경합 지역으로 분류했다. 펜실베니아의 경우 선거 초반 공화당이 우세를 보였지만,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업은 메흐멧 오즈 후보를 본선에 진출시키며 여론 지형이 박빙세로 바뀌었다.

하원의 경우 435석을 전부 새로 선출한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 220석, 공화당 212석, 공석 3석으로 민주당이 우위인 상태다. 현재 경합지역 27개를 제외하고 민주당은 198석, 공화당은 210석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은 경합지역 중 8개만 가져오면 하원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여전히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 가능성은 큰 상황이지만, 추세는 달라지고 있다. <538>지에서는 공화당의 하원선거 승리 가능성을 71%로 관측했다. 여전히 높은 수치이지만, 한때 80%를 넘어섰던 승리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달의 시간

중간선거까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민주당이 하원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지, 혹은 공화당이 상원의 열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에 따라 향후 2년 미국의 정치지형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양원 중 하나라도 공화당이 과반을 가져간다면 바이든 정부의 정책노선에 제동이 걸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각종 악재를 뚫고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바이든 정부는 크게 힘을 얻을 것이고, 2024년 재선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재선 출마도 현실성을 잃을 것이다.

반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바이든 정부의 남은 2년은 지난 2년과는 분명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가 예상보다 더 큰 패배라면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하지 않고 후보를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공화당 진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제 한 달의 시간이 남았다.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앞으로 미국의 2년, 바이든 정권의 2년을 결정하는 향방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2년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미국 #중간선거 #트럼프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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