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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정치, 지나치게 국회·중앙당에 갇혀있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정의당 당 대표 출마한 김윤기 후보

등록 2022.10.11 14:03수정 2022.10.1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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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당 대표 출마한 김윤기 후보 ⓒ 김윤기 제공

 
정의당 7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당직 선거에 김윤기 전 부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김 후보는 지난 9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갇힌 정당이 아니라 국회와 거리 모두에서 강한 진보 야당으로 당을 재탄생시켜야 한다"며 출마 선언했다.

정의당은 한때 10%에 가까운 지지를 받기도 했으나, 현재는 존재감을 보이지 못해 일각에선 정의당의 위기라고 한다. 김 후보의 해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0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9월 27일 정의당 대표 출마 선언하셨잖아요. 2주가 지났는데 어때요?

"제가 전국을 돌면서 당원들 만나고 있는데요. 유세장에 가면 제가 준비한 정책을 주제별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전체적인 당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요. 전체 지역 위원회의 3분의 1 정도가 지역위원장 후보를 세우지 못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스러운 건 당원들도 그런 걱정에 공감하고 이 선거가 끝나면 보궐선거 통해서 지역위원장 선출하겠다는 의지들을 또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당의위 재건을 위해서 당원들께서 많이 노력하고 계신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정의당이나 진보 정당들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인데 대부분 당원이 정체성을 회복하고 정의당의 길을 만들자는 말씀 많이 하셔서 같이 힘을 얻는 중이고요. 제가 이야기하는 것 중에 7공화국 운동을 시작하자는 이야기나 아니면 청년 학자금 부채 탕감 운동에 나서자는 말에 대해서 크게 호응해 주시는 것 같아요."

- 대표 출마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정의당이 위기죠. 대선 지방선거 치르고 나서 비상대책위를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가 거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 파업을 지지하고 천막 당사를 설치했어요. 전국의 당원들이 그 현장에 버스를 빌려서 내려갔죠. 그때 노동자들 특히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 정의당이 함께해야 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당원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것들이 일시적 현상이 되어서는 안 되고 일상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회뿐만이 아니라 거리에서도 강한 정당이 되어야 하고, 정치와 사회운동의 경계를 나누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양쪽을 오가면서 사회적 약자 노동자들의 이익을 지키고 확장시켜 나가는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이것이 제가 늘 말씀드리는 사회운동 대중정당인데 정의당을 재건해야 하는 이 시점이야말로 사회운동 정당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출마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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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에서 열린 2022년 정의당 제7기 전국동시당직선거 토론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미·정호진·조성주 당대표 후보, 김혜련(사회자), 이동영·김윤기 당대표 후보. 이날 토론회는 정의당TV로 생중계됐다. ⓒ 정의당 제공


- 왜 지금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정의당의 위기는 대선과 지선에서의 참패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의 정치가 지나치게 국회와 중앙당에 갇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하나는 국회에서 법률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국회 안에는 6석밖에 없기 때문에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지향을 갖는 사람들의 힘을 모아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그게 국회 안에서의 다른 정당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하는 걸 중심으로 생각해 왔고 국회 밖에서 노동운동 사회운동과 협력해서 길을 찾는 데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가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중앙당과 국회 중심으로 가다 보니 지역 조직들이 지역을 튼튼히 일구고 보살피는 데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요. 우리가 코로나 재난때도 봤듯이 정의당도 마찬가지로 정의당이 위기가 오니까 가장 어려운 곳이 지역이 되었단 말이죠. 그 두 가지 연장선상에서 사회 운동 부분 강조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중앙당과 국회 중심 되다보니 지역 조직 기반 약화" 

- 정의당은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당이잖아요. 정당은 입법으로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는데.

"당연히 그렇죠. 입법 정책을 실현하는 걸 통해서 정당의 활동이 증명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의당은 300석 중 6석입니다. 예를 들면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이 우리가 낸 원안대로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그 6석 가지고 그 법을 어떻게 통과시키는지를 봤잖아요. 그때 보면 민주노총 유가족 단체와 함께 국회 안에서 농성하고 국회 밖에서는 여론이 조성되고 언론이 호응하는 등 사회적인 힘을 만들어서 국회를 압박한 거죠. 그래서 정의당이 필요할 때는 국회 안에서도 싸우고 국회 밖의 힘을 가지고 국회 안에서 싸울 힘을 또 만들어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 정의당에 나오는 비판 중 하나는 페미니즘 위주 아니냐는 건데요.

"저는 정의당이 페미니즘만 붙들고 있었다기보다는 페미니즘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페미니즘은 세상의 상식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자는 생각입니다. 쉽게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의당이 보다 철저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성별 임금 격차의 문제를 더욱 드러내야 했고, 그렇게 했어야 직장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이 드러나고 여성 노동을 필두로 해서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박원순/안희정 사건 뒤에 정의당이 비서노동의 한계와 범주를 매뉴얼화 하는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런 시도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정의당이 페미니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정의당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대선 지선 이후에 우리 당에서 지난 10년간 정의당에 투표한 적 있는 시민 1천 명에게 여론조사를 했었고요. 언론에 보도가 됐는데 그중 한 40%가 넘는 분들이, 정의당의 정체성 이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고 말씀하십니다."

- 정의당의 정체성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본주의에 맞서는 정당이어야 하고, 자본주의 때문에 고통받고 피해받는 사람들의 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 중심에서 사회 중심으로, 부자 중심에서 서민 중심으로, 이윤 중심에서 노동 중심으로, 성장 중심에서 생태 중심으로 사회를 바꿔 나가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자본주의적으로 성공한 사회입니다. 그런데, 합계 출생률은 0.8이고, 예상조차 어려운 기후재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가 의심이 될 정도입니다. 소득은 상위 10%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부동산은 97% 정도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90%가 나머지를 갖고 싸우고 있는 거죠. 이런 극단적인 불평등이 어디에서 왜 왔는가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원인을 제대로 밝혀 제대로 치료하는 정당이 될 것입니다."

- 정의당이 민주당 혹은 국민의힘 이중대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정의당이 지난 총선 전에 선거제도 개혁을 목표로 하면서 민주당과 가까이 가는 상황들이 벌어져서 민주당 이중대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거꾸로 하니 민주당의 입장과 반대가 되는 국민의힘 이중대라는 이야기를 듣는 거죠. 이것은 동전의 양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당이 재창당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분명히 선언하고, 그 선언들 속에서의 기준들을 잡아가다 보면 그런 일들은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에서 다른 진보 정당들과의 관계도 얘기하셨는데 다른 진보 정당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가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게 정의당의 성적이기도 하지만 한편 진보 정당 전체가 5%가 안 되는 거였거든요. 이건 2004년 민주노동당이 총선으로 국회에 들어간 이후 최저 득표이기도 해요. 그렇게 보면 진보 정당이 가진 이 사회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하게 축소되었다고 보고 있고요.

그 이면에는 여러 개의 진보 정당들이 협력하지 못하고 너무 경쟁만 하고 있었던 상황들도 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지난 지방선거부터는 지역별로 연대가 있기도 했었는데 저는 중앙부터 지역까지 일상적으로 만나서 공동의 활동을 논의하는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지난 9월 말에 민주노총이 제안해서 진보정당 연석회의가 출범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만나는 것보다는 진보 정당과 사회운동의 공동의 집권을 고민하고 구성하는 수준까지의 연대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 식으로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1기 정의당을 주도한 '심상정 이정미 노선'을 연장해선 안 된다"라고 하셨던데, 이정미 후보는 자신도 심상정 체제에 대한 도전자라고 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이정미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돌봄 국가 만들자고 이야기했었는데 저는 굉장히 좋은 얘기고 그런 비전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게 1년이 지나고 나서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당연히 그 문제에 대한 비전이 더욱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되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않은 거죠. 그러니까 심상정 전 대표가 사라진 선거에서 이정미 후보는 도전자가 아니라 그냥 심상정이 되었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이건 과거를 연장하는 것이지, 혁신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 조성주 당대표 후보는 정의당이 6411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됐다고 하는데.

"저는 선거하면서 주장하는 방식의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게 조성주라는 사람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효과적인 표현일 수 있겠죠. 다만 6411 버스에서 내리자는 것 외에도, 노동문제 관련한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사실 이런 식의 문제 제기가 건강한 당내 토론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이분법적으로 당을 두 동강 내서 양쪽에 불필요한 논란들을 또 만들어내는 측면들이 있거든요. 저는 '6411 버스에서 내리자'는 레토릭에 동의하기 어렵고요. 그 뒤 나오는 뒷받침하는 주장들도 전혀 새롭다거나 유효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최근 천호선 전 대표 등이 정의당 탈당한 건 어떻게 보세요?

"당에서 같이 새로운 정치의 꿈을 꿔왔는데, 또 그렇게 앞장서서 노력하셨던 분들이 당을 떠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고요. 다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애초에 당을 창당하면서부터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서로 다른 가치들을 통합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죠.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인다고 하는 레토릭 선언만 있었을 뿐이지 그런 적극적인 합의와 토론의 과정을 만들어가지 못했다는 측면이 더 크게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후보님이 꿈꾸는 정의당의 모습이 어떤 건가요?

"저는 진보 좌파가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정치 세력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금기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거는 자본주의죠. 예를 들면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동성애 혐오라든가 외국인에 대한 혐오 외국에 대한 적대 돌봄노동이나 여성 노동의 경시 기업과 부자들 중심의 경제 체제, 저는 이런 우리 사회의 근본적 금기에 도전하는 진보 좌파 정당, 이런 정당으로 정의당을 혁신하겠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앞으로 투표 때까지 며칠 안 남았는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5일 동안 사실 아직 유세도 두 번이나 남아 있고 토론회도 한 번이나 있어 일정대로 수행할거고요. 저는 지금 우리 당이 처해 있는 위기라고 하는 것이 정의당만의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씀드렸지만 진보 정당 운동의 위기고 사회 운동 전체 위기라고 하는 측면에서의 해법을 말씀드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두 번째 혁신이라고 하는 것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인적 쇄신이죠. 인적 쇄신이 당 전체 혁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 측면을 강조해서 말씀드릴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
#김윤기 #정의당 #6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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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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