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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블랙리스트? 무섭기까지 한 윤석열 정부의 퇴행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윤석열차, 김문수, 새마을운동...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등록 2022.10.14 21:13수정 2022.10.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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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대한민국의 국제영화제를 진단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참담함을 토로했다. 지자체장들의 한마디로 강릉과 평창 국제영화제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지자체장들이 예산 집행 중단을 선언한 배경엔 재정 자립과 지자체의 경제적 이익 등이 자리한다(관련기사: "모욕 거듭되지 않게" 영화인들이 지자체장에 날린 경고 http://omn.kr/20w17).

국제영화제는 수익 사업이 아니다. 지자체 예산을 줄이고 재정 자립을 키우는 가장 실질적인 대안이 기업 후원이다. 하지만 그 기업 후원도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로 불법이란 판단에 놓일 수 있다. 

예산을 포함한 정부·여당의 압박과 시민단체 등의 고발에 이은 수사기관의 선택적 수사,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 감사 동원까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국제영화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계 일각에선 '오세훈 서울시'가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 마음에 들지 않는 테마를 내세운 영화제들의 내년 예산을 깎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이거나 이념적으로 맞지 않는 조직이나 단체, 개인이 표적이 되는 것은 한순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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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교부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 인터넷 커뮤니티

 
'윤석열차' 사태는 상징적이다. 문화체육부는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했을 뿐인 고등학생과 학교까지 언론 보도 직후 경고성 자료를 내며 겁박하고 나섰다(관련기사: '윤석열차' 논란에서 문체부가 저지른 결정적 문제 http://omn.kr/215uk).

단순히 문체부의 침소봉대나 정권을 향한 과잉충성의 문제가 아니다. 다채로운 형태의 블랙리스트 작동방식과 닮아 있다. 문체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블랙리스트 실행의 핵심 부서 중 하나였고,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던 '늘공'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시대로, 박근혜 시대로 시계를 되돌리는 건 한순간이다. 비단 문화계나 블랙리스트만의 문제도 아니다. '바이든' 자막 보도나 < PD수첩 > '논문저자 김건희'편을 제작한 MBC를 향한 세무조사 움직임을 포함한 전방위적 압박을 보라(관련기사: "국세청도 충성경쟁…MBC 세무조사, 비판세력 길들이기" http://omn.kr/214gh).

더 큰 문제는 수사기관을 포함해 갖가지 칼날을 손에 쥔 현 정권의 국정 운영 방향 자체가 역사적 퇴행을 향해 '좋아 빠르게 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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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빠르게 가!" 대통령 선거 캠페인 당시 국민의힘 포스터. ⓒ 국민의힘

 

김문수 인선과 새마을운동 그리고 대통령의 인식
 
"노동현장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 인선했다. 제도에 해박한 분은 많지만, 김 위원장은 70년대 말~80년대 노동현장을 뛴 분이라 진영에 관계 없이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현장을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인선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14일 출근길 문답 발언이다. 한마디로 인선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일축이라 할 수 있다. 


김문수 위원장은 연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일성주의자다"란 막말을 쏟아냈다. 이른바 '전향' 논란이나 경기지사 시절 소방관을 상대로 한 갑질과 같은 과거 이력도 화려하다. 경기지사 낙선 후 태극기 집회 세력을 등에 업고 극우 유튜버로 활약한 전력은 2030세대들에게도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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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윤건영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나'라는 질의에 "그런 점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런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2022년의 노동 현장을 아우를 노동전문가라는 윤 대통령의 인식은 "70년대 말~80년대 노동현장을 뛴 분"이란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윤 대통령 본인의 낡디낡은 노동관과 세계관 말이다. 전날(13일) 열린 '2022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기념식에서도 윤 대통령의 이런 낡은 인식은 결코 감춰지지 않았다.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새마을운동 정신은 세계로 진출할 때 제가 강조하는 '자유와 연대'와 맞닿게 된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행사 뒤 새마을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공동체 의식 회복이라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이 본인의 정치적 비전과 일치한다'며 위와 같은 격려를 전했다고 한다.

새마을 가꾸기 운동으로 출발한 새마을운동이 박정희 시대의 유산이란 사실을 부인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국가동원 메커니즘에 관한 학술논문을 포함해 비판적인 논문도 수두룩하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초반 추진했던 '새마을운동 세계화'조차 국정농단 사태 이후인 2017년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일과 삶의 균형 시대를 넘어 주4일 근무가 화두로 떠오른 2022년 근면·자조·협동이 웬 말인가. 그 자체로 윤석열 정권 전반의 역사 퇴행을 심각히 고민하게 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전반에 드리운 퇴행의 그림자

급기야 박정희 시대를 넘어 일제강점기를 두둔하는 듯한 '친일 논란'까지 등장했다. 여권 실세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 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에도 13일 "내가 한 말은 식민사관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라며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모두가 징후적이다. 정 위원장과 같은 인사들은 윤 대통령의 퇴행적인 행보를 현 정권의 철학이자 시대 정신이란 신호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70년대 말~80년대로 돌아가려는 이러한 역사의 퇴행은 국가적 비극으로 귀결될 것이다. 단순히 진영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퇴행과 몰이해는 남북 대결을 고조시키고 경제 위기로 직결된다. 블랙리스트 사태를 포함한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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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 새마을노래를 합창하고 있다.2022.10.1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가깝게는 권위주의 정부, 멀게는 '친일'에 가까웠던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내비치는 윤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의 퇴행과 몰이해는 경제 위기와 기후 위기에 대처하고 국가경쟁력 및 균형 외교를 회복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 인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최근 한국은 유엔 인권이사회 선거에서 보기 좋게 낙선했다.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선거 결과와 비교할 때 '충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연이은 대통령의 외교 논란과 함께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차별금지법 입법을 등한시한 무능력한 현 정부에 가해진 또하나의 철퇴다. 수사기관과 감사원을 등에 업고 퇴행에 퇴행을 거듭하는 '윤석열 리스크'가 국가 전반에 악영향을 드리운다.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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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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