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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이혼' 불안감 호소한 김병옥, 그 이유는

[TV 리뷰]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22.10.15 12:42최종업데이트22.10.1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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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스크린에서 누구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던 명배우도, 집안에서는 황혼 이혼에 대한 불안감과 가족으로부터의 소외감에 힘들어하는 안타깝고 현실적인 우리네 중년 가장이었다. 10월 14일 오후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배우 김병옥이 게스트로 출연하여 고민을 상담했다.
 
김병옥은 <올드보이> <해바라기> <친절한 금자씨> <신세계> 등에서 출연분량은 많지 않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들을 열연하여 신스틸러라는 명성을 얻었다. '단발좌', '오태식이~', '너나 잘하세요' 등 김병옥과 관련된 명장면-명대사들은 지금까지도 영화팬들에게 회자되며, 특히 깊이있고 강렬한 눈빛 연기는 김병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하지만 김병옥은 악역 전문 배우의 강렬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후배들에게 수시로 짓궃은 몰이를 당할 정도로 순둥한 성격이라고 고백했다.
 
김병옥은 '황혼 이혼'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뜻밖의 고민을 털어놨다. 결혼 28년 차인 김병옥은 "집에서 아내와 딸들에게 소외당하는 느낌이 든다. 집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끝내놓고 나에게 뒤늦게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나는 들러리인가 싶었다. 집안에서는 가족들 중 강아지보다 못한 서열 꼴찌다"라고 고백했다.
 
가족들에게 서운함을 느낄 때마다 화를 낸 적도 있다고. "나를 왜 이해해주지 못할까. 그럴 때마다 굉장히 불안감이 있다. 주변에 황혼이혼을 한 친구도 있으니까"라고 두려움을 밝힌 김병옥은 "딸들과 아내는 같이 모일 텐데, 나만 낙동강 오리알처럼 혼자 남겨질 것 같다"라며 씁쓸해했다.
 
김병옥은 쉬는 날 하루종일 집에 있기라도 했을 때면 가족들 사이에서 불편해하는 공기가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래서 김병옥은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밖에 나와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다가 들어가는 게 습관이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황혼이혼은 대한민국 가족의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통계 전체 이혼 건수 중 1/3이 60세 이후로 황혼 이혼에 해당하는 사례들이었다. '지금까지 참았는데 이제와서 굳이'라고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이혼을 고민하는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황혼 이혼은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역시 '외로움'이다. 오랫동안 함께 결혼생활을 한 부부들은 서로를 잘 이해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갈수록 대화가 단절되며 남이 되어가는 경우가 많다.
 
김병옥은 가정에서 소외감을 느낀 사례를 언급했다. 모녀들이 웃고 떠들다가도 자신만 나타나면 독서실 분위기가 된다든지, 배달 음식 주문을 미리 결정해놓고 김병옥에게는 통보만 한다거나, 본인의 반대에도 모녀들이 반려견 입양을 강행하면서 졸지에 강아지 뒷처리 담당으로 전락했다는 짠한 일화등이 웃음을 자아냈다.
 
오은영은 "중년 이후에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자녀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면 '아빠'라는 입지가 많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은퇴로 사회적 활동이 중단된 남성은 일과 직장에 편중되어 있던 대인관계의 범위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집으로 돌아와보면 가족들은 이미 자신을 제외하고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고, 뒤늦게 다시 가까워지기는 어려워진 상태다. 그래서 요즘 등장한 말이 '왕따 아빠'다.
 
아빠들이 가정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지나치게 권위를 내세우는 가부장적인 아빠이거나, 혹은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내향적 아빠들이다. 김병옥은 자신을 돌아보며 "독선적이고 친절하지 않은 아빠였다"고 회상했다.
 
김병옥은 과거 힘든 촬영을 마치고 피곤한 상태에서 아내의 말 한마디도 삐딱하게 받아들였던 일을 언급했다. 아내는 9년간 치매에 걸린 시부모님을 봉양하면서 같이 살았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못 했다고. 가족들도 일방통행이고 독단적인 김병옥에게 불만이 쌓였다.
 
하루는 결국 가족들이 대화를 하면서 그동안 김병옥에게 쌓였던 불만을 한꺼번에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들 때문에 그동안 가족들이 남몰래 힘든 시간을 겪었던 일화들을 처음으로 듣게된 김병옥은 큰 충격을 받고 "반성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김병옥은 "그래서 그동안 아내와 자식들에게 잘못했던 일들을 내가 한 그대로 다시 돌려받는 것 같다. 이게 인과응보인가 싶다"며 씁쓸해했다.
 
김병옥은 가족들과의 대화가 어렵다고 고백했다. 만일 아내가 정색하고 무언가 대화를 하자고 할 때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몰라 "굉장히 겁나는 순간"이라고 밝히며 웃음을 자아냈다. 결혼생활이 오래되면서 어느 순간 대화가 줄어들었고 마땅히 할 이야기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사춘기 때부터 대화가 단절되어 20대 중반이 된 딸들과는 "대화를 하고 싶지만 못하고 있다"며 거리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김병옥은 본의아니게 집에 가면 묵언수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딸들과 뭔가 대화를 해야한다는 강박에 그나마 99%가 진지한 이야기가 아닌 장난섞인 농담이라고.
 
김병옥는 가족에 가까워지기 위하여 소소하지만 나름 노력하고 있었다. 분식을 좋아하지 않는 김병옥은 사실을 숨기고 자녀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무려 20년이나 묵묵히 참고 먹었다고.
 
듣고있던 오은영은 의문을 제기하며 "김병옥의 소외감은 가족들이 일부러 따돌렸다기보다는 어색함에 스스로 멀어진 건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사전에 진행된 심리검사에서 김병옥은 사소한 자극에도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불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음의 자원이 약해진 상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건강과 경제적 안정감에 대한 걱정도 매우 높았다.
 
오은영은 김병옥이 남성 갱년기 증상인 '아담 증후군'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호르몬 저하로 인하여 잦아지는 눈물과 풍부해지는 감성은 갱년기 증상의 대표적인 신호들이다. 실제 아담 증후군 체크리스트에서 김병옥은 7문항 중 무려 6문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병옥은 최근 2년간 오랫동안 절친한 친구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며, 특히 한 친구는 극단적 선택을 했던 안타까운 일화를 전했다. 며칠 전까지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눴던 친구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김병옥은 인생의 회의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김병옥은 최근 건강문제로 입원과 수술을 반복하면서 마음이 약해졌고 "사는 게 별 거 아닌 것 같다. 부질없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노후를 보장하는 연금처럼 마음에도 연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친구는 정서연금이라고 한다. 노년기에 정서적 교감을 함께 할 친구는 연금처럼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의지할 친구를 잃으면서 집안에서의 소외감이나 건강에 대한 걱정들,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병옥은 강렬해보이는 극중 캐릭터나 집안에서의 무뚝뚝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 밖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고 참고사는 성격이라고 고백했다. 심각한 층간소음에 항의하지 못하고 조용히 이사를 갔다거나, 상대가 불편할까봐 좋아하지 않는 음식기를 참고 먹었다거나, 반찬 리필을 부탁하기 조심스러워 좋아하는 반찬을 아껴먹었다든지, 보험 권유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몇 개나 가입했다는 일화들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런데 김병옥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약자였기 때문에"라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오은영은 김병옥이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로 지칭한 데 주목했다. 알고보니 김병옥은 폭력적인 군기문화가 난무하던 1980년대 학창 시절에 신입생 환영회부터 구타를 당한 사건을 비롯하여, 연극을 하던 시절에는 무명의 설움과 주변의 따돌림에 시달리며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과거를 고백했다.
 
40대 중반의 나이까지 무엇하나 이룬 것 없는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힘들어하면서도, 김병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은 끝까지 목숨 걸고 해보겠다"는 신념으로 "괜찮아, 이것도 하나의 인생이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끝까지 버텼다. 김병옥은 오직 배우로 인정받겠다는 일념 하나로 밖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가족을 챙길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이는 시간이 흘러 본인이 꿈꾼 대로 배우로서 자리잡은 이후에도 가족간의 관계에서는 회한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김병옥은 밖에 겪은 일로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게 싫어서 집안에서 힘든 이야기를 잘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문득 '남자가 이렇게 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또한 김병옥에게는 마음 속 죄책감이 있었다. 부모님의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것. 김병옥은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빚 보증을 잘못 서서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과 상가건물까지 팔아야했다. 연극에 몰두하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 하면서 '돈'은 김병옥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됐다.

오은영은 "가족에서 내가 나쁜 사람이 되었다는 자책이 더욱 외로운 마음이 들게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김병옥이 타인의 부탁에 거절을 못 하는 이유도 죄책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병옥은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모든 것을 참고 견디려는 성향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오은영은 이를 '반동형성'이라고 규정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언행이 마음 속 욕구와는 반대로 표출되는 방어기제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밖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늘 억누르고 있어야만 했던 김병옥이 편안하고 안전한 가족 앞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반동형성이 해제되면서 무뚝뚝하고 날선 모습이 나왔성 다는 것. 세월이 흘러 이제는 김병옥과 가족들의 위상이 역전되면서 가족들에게도 거리감을 느끼고 본심을 감추는 반동형성을 하게 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된 김병옥은 "어리석게 살았다"고 인정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오은영은 "이제는 가족들에게 진심을 잘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김병옥에게 당부했다. 오은영은 김병옥을 위하여 '가족은 나의 벗'이라는 솔루션을 전하며 "최선을 다하야 살아온 만큼 죄책감은 내려놓고 친구같이 편안하고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시라"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대화에 서툰 김병옥을 위한 '도미솔 화법'을 조언하며 진심이나 사과를 전할 때는 도로, 제안을 할 때는 미로, 칭찬과 감사를 할 때는 솔의 음계로 높낮이를 맞춰서 생각을 표현하라는 것. 김병옥은 연기의 달인답게 바로 도미솔 화법을 즉석 연기로 재현해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김병옥은 그동안 못 다한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영상편지로 전하는 훈훈한 장면으로 가족의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금쪽상담소 김병옥 오은영 아담증후군 황혼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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