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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간 LH 다닌 저자가 분석한 각 정부의 부동산사

'노태우'부터 '문재인'까지 관통하는 부동산 정책

등록 2022.10.21 10:13수정 2022.10.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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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 ⓒ 바른북스


배문호 박사가 쓴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바른북스)를 읽었다. 배 박사는 1988년 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에 입사해 지금도 LH에 재직 중으로 LH의 살아 있는 역사다. 파주 운정신도시 개발·여수EXPO사업·미군기지 이전 사업 등 중요한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부동산 정책, 도시계획 및 도시관리, 지구단위계획, 주거복지정책, 한국 현대사 등의 영역에 두루 관심이 많은 배 박사는 다양한 매체에 기고를 활발히 함은 물론 지역사회 시민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그런 배 박사가 6공화국 수립 이후에 들어섰던 7개 정부의 부동산 정책사를 개관하는 책을 썼으니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부동산 정책사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 객관적 평가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는 배 박사가 "기록이 역사다"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휘호에 자극받아 집필한 부동산 정책사로서 6공화국의 7개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사를 개괄한다.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 이전에도 부동산 정책사를 다룬 책들은 더러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는 그전에 나온 부동산 정책사 저작들과는 차별점을 지닌다.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의 구성을 보면 우선 각 정부들의 성격과 역사를 개략한 후 각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위해 각 정부들이 직면했던 경제적 조건과 시장상황을 설명한다. 그 후 각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을 공급·세제·금융·주거복지 등의 부문별로 상세히 살펴보고 마지막에 각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이 이룬 성취와 실패를 공정하게 기술한다.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에서 각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한 것들을 보면 배 박사의 통찰이 얼마나 발군인지를 알 수 있다. 예컨대 배 박사는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부동산 경기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다"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조세 강화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가?"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탐욕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약탈정치 시대, 국가란 무엇인가?"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코로나19, 통화팽창 그리고 부동산 폭등"으로 각각 규정한다.


배 박사는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를 통해 직선제를 핵심으로 하는 87년 체제 성립 이후 등장한 정부들은 이전의 독재정부들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유권자들의 집합적 선호와 필요에 호응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지적하면서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제도의 비약적 성장을 실례로 든다.

배 박사의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에 따르면 노태우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정부의 성격이 상이했고, 객관적으로 처한 조건들도 판이했으며, 직면한 현안들도 조금씩 달랐지만 각 정부마다 이룬 성취는 차이가 난다. 배 박사는 노태우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김영삼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그 다음으로, 김대중 정부·이명박 정부·박근혜 정부에겐 낙제점을 준다.

어떤 부동산 레짐을 지향해야 하는가?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 말미의 '나가면서'를 보면 인상적인 대목이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 어떤 의미이며,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잘 요약한 부분이라 옮긴다.
 
"이에 각 정부는 그 시대적 요청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투기 억제를 위한 정치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정책방향으로 선회하였다. 부동산 정책은 장기적인 주기로 일정한 롤러코스터를 탔다. 경기가 불황인 경우에는 규제 완화대책을 발표하고 경기가 호황인 경우에는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을 발표하는 등 당시의 경제 여건과 각 정부의 정치적인 성격에 따라 정책 기조가 주기적으로 순환하면서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은 훼손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지 오래다.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의도를 미리 간파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정책은 시차 문제로 항상 늦게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의 속성상 국가가 추구해야 하는 자본축적의 지원과 정치적 정당성 확보로 항상 재집권을 꿈꾸는 자본 지배연합계급들은 서로 모순적인 정책기능에 흔들려왔다.

그리고 한 나라의 경제위기는 국내적 요인에만 기인하지 않고 국제적인 경제 질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1970년대 제1, 2차 오일쇼크, 1997년 말 IMF외환위기, 2008년 Global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상황,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서 부동산 정책은 다시 자본축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물론 배문호 박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배 박사는 모두를 위한 부동산 레짐의 방향성을 어렴풋이 제시한다.
 
"우수한 고등교육을 받은 깨어있는 다수 시민들은 환경권 강화, 지구온난화 극복, 공공복지를 외치며 저항해 나갈 것이다. 국가와 국민은 서로 투쟁하면서 또는 협력하면서 계속나아갈 것이다.

2020년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안정화'에만 집착하지 말고 시장 소외계층의 최소한의 주거수준 보장과 서민들의 경제적 활력을 지원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이 중요하다. 또한 지역성이 강한 부동산 정책의 특성상 지자체와의 소통도 필수적이어야 한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70년 만에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다."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는 87년 체제 성립 이후의 부동산 정책사이면서 6공화국에 존재했던 7개 정부들에 대한 통사(通史)로 읽어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부동산,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 - 한국정부 부동산 정책史, 1988 ~ 2022

배문호 (지은이),
바른북스, 2022


#배문호 #노태우 #문재인 #부동산정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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