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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냐 집착이냐, 이창훈-오은영의 치열한 썰전

[리뷰] 채널A 상담예능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22.10.22 12:39최종업데이트22.10.2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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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상처, 아버지의 사랑을 내세워 가족에 집착하고 통제하려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 정당화될수 있을까. 10월 21일 방송된 채널A 상담예능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가족의 의뢰로 출연한 배우 이창훈이 오은영과 '사랑VS 집착'을 주제로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금쪽상담소>에서 본인이 아닌 가족의 제보로 출연하게된 사례는 이창훈이 최초라고. 이창훈의 아내와 딸은 오은영에게 SOS를 요청하며 도움을 호소했다.
 
32년차 배우인 이창훈은 <엄마의 바다>,< M >,<순풍산부인과><야인시대> 등 수많은 인기드라마에서 명품 주조연을 넘나들며 활약한 베테랑이다. 고소영, 이영애, 송혜교, 김희선 등 함께 공연한 여배우들이 모두 톱스타가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창훈은 "그분들이 복이 많은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애주가에 애연가로 유명했던 이창훈은 지천명의 나이에 바디프로필에 도전하여 무려 16Kg를 감량하고 완벽한 식스팩을 만들어내는 강한 의지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한 사회참여와 봉사활동에게 적극적인 이창훈은 딸을 위하여 시작한 과천시 학교운영위원회와 아버지회 활동으로 교육부장관상까지 수상하며 '모범아빠'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창훈은 2008년에는 무려 17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을 발표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딸바보로 유명한 이창훈은 딸이 만일 아빠처럼 '17살 연상의 남자와 결혼하겠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자 한 치의 망설임없이 "나같은 사람이면 허락한다. 나 정도만 되면 20살 차이도 상관없다"라고 답하며 놀라운 자기애로 듣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처럼 매사 모범적이고 자부심넘쳐보이던 '일등아빠'로 보였던 이창훈은 정작 아내의 딸의 간곡한 권유로 등떠밀려 <금쪽상담소>에 출연하게 된 사실이 알려져 궁금을 자아냈다. 고민을 의뢰한 모녀는 이창훈이 물건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서 옷에서 신발까지 버리는 것이 없다고 폭로했다. 가족들에게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남이 버린 것까지 주워온다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까지 아깝다고 요리를 해서 딸에게 먹었다는 일화는 듣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창훈은 "아내와 딸이 너무 극단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변론했다. 새 옷을 두고 같은 옷만 입는다는 오해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과 스티브 잡스에 비유하며 옷을 고르는 고민이 싫어서 같은 종류의 옷을 여러벌 입은 것이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상하지 않은 부분을 잘 골라내서 먹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창훈은 물건을 잘 버리지못하는 기질은 인정하면서, 물건마다 사연과 추억이 녹아있는 데다 수집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에 구매한 슈퍼카는 17년간 6만km밖에 주행하지 않았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
 
오은영은 이창훈에게 '저장강박증'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물건이라는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야만 불안감이 해소된다는 것. 강박이 있는 사람에게 물건은 곧 본인과 동일시되고 물건을 버리는 것은 내가 버려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창훈은 세탁소에서 얻은 옷핀까지 모아둔다며 "버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분명히 쓸 일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오은영은 동의하면서도 "언제 닥칠지도 모를 상황을 위하여 온갖 물건을 쌓아두는 것은 과잉 행동이다. 이창훈에게는 저장이 불안을 줄이는 수단이고, 강박은 바로 불안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훈에게 물건보다 더 심각한 집착과 불안의 대상은 바로 '가족'이었다. 아내는 이창훈이 가족들과 조금이라도 연락이 안되거나 같은 공간에 없으면 불안해 한다고 폭로했다. 모녀가 외가에 다녀올 동안 1시간 정도 연락이 안되자 이창훈의 요구로 그날 바로 휴대폰에 위치추적어플을 달았다고. 또한 아내가 따로 외출할 경우에는 사진 전송을 요구하는가 하면 혼자서 카페에 가거나 중고거래를 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이창훈은 "그 1시간이 제겐 지옥같았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희박한 확률이라도 나의 일이 될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아직은 불안하다"면서 가족의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더구나 아내를 향했던 집착은 이제는 딸에게까지 옮겨갔다. 딸 효주 양은 아빠 이창훈이 체육대회 전날 놀이공원에서 진행하는 학교행사까지 따라오려고 했던 일화를 밝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창훈은 딸이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다니는 것도 용납하지 않고 어딘가를 가야할때는 항상 '보호자 동반'을 요구한다고.

딸은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 걸어다니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팬시점도 가보고, 소소한 일상을 누려보고 싶다. 하지만 아빠는 안 된다고 한다. 위험하다고"라고 폭로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켜보던 패널들이 모두 한숨을 내쉬었지만 정작 이창훈은 "저는 잘못된 게 없다"면서 오히려 당당한 반응을 보였다. 이창훈은 부모로서 미성년 자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중학교 행사를 놀이공원에서 하는 것부터 잘못"이라고 항변했다. 이창훈은 항상 딸 옆에서 있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에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CCTV로 태어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듣고있던 오은영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오은영은 "아내와 딸도 이창훈이 하는 방식의 보호를 원할까?"라고 질문했다. 이창훈은 아내와 딸의 고민의뢰를 보고도 망설임없이 "저는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오은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를 잘 키우는 것에 대한 개념을 많이 고민하고 다시 세우셔야 한다"고 지적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오은영은 "아이 양육의 중요한 목표는 독립과 자립이다. 자녀가 내면의 힘을 기를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창훈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오은영의 이야기를 중간에서 자르며 "혼자 어두운 길을 걷고 떡볶이집에 가는게 자립을 키우는 거냐? 아내가 혼자 커피를 마시는게 자립이냐? "이고 이의를 제기했다. 유쾌하게 진행되던 상담의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오은영은 차분하게 "이창훈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누구에게나 위험한 상황은 있을 수 있다. 중요한건 그럴 때 위험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부모가 항상 붙어다니며 통제하는 건 24개월 이후의 사람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양육 방법이다. 자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부모가 없애버리는 것이다. 부모가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자녀와 붙어있을 수 있나?"라고 설명했다.
 
이창훈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선생님은 편안한 곳에서 잘 자랐고, 저는 최악의 조건에서 살았다. 그게 저의 문제"라며 또다시 오은영의 말을 끊었다. 이창훈은 70대 어부가 젊은 청춘남녀를 살해했던 충격적인 사건을 거론하며 "세상에는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많은 극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저는 그런 걸 우려하는 것"이라고 변론했다. 이창훈의 까칠한 반응에 분위기는 살얼음판으로 치달았다.

좀처럼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않는 상담에 오은영의 목소리도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창훈의 어린 시절과 지금 딸이 자라나고 있는 환경은 다르다. 이창훈이 느끼는 불안은 본인의 불안이다. 해결되지 못한 나의 불안을 가족에게 과도하게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딸이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경험을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일침을 놨다.
 
오은영은 "실생활 속 여러 가지 문제나 불편한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이들이 배워야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창훈은 이번에도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내세워 "저는 굳이 안배워도 될 것 같다"고 주장하며 철벽을 쳤다. 오은영은 답답한 표정으로 "이창훈의 생각을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너무나 문제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이창훈은 "저는 대학교 때까지 딸의 학교 옆으로 이사를 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은영은 정색하며 "그렇게 하지 마시라. 딸이 원하지 않을 것이고, 딸을 도와주는게 아니다.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오은영은 "자녀는 태어나면서 부모와 다른 인격체다. 이창훈의 부모와 효주의 부모도 다른 사람이다. 내 자녀가 나와 같은 인생을 살아갈거라 생각하지 마시라. 그건 사랑한다는 이유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이라고 설명하며 "지나친 보호를 사랑이라고 말하는 아빠에게 딸의 마음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왜 딸에게 그런 불필요한 죄책감을 갖게하나"고 이창훈을 설득했다.
 
이창훈은 여전히 물러 서지않고 "선생님 말대로 만일 딸을 자유롭게 뒀다가 사고가 난다면 그땐 어떡할 거냐"라고 반론하며 "제인생의 모토는 후회하지 않는 삶이다. 부모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해주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은영은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딸이 나이가 더 들면 안 그럴 것 같나? 미성년자일 때 내면의 힘을 기르지 못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자립능력이 생길 수 있을까?"라고 반박했다. 좀처럼 조언을 받아들이려고 하지않는 이창훈을 보며 급기야 오은영은 "가족에 대하여 느끼는 이창훈의 불안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오은영은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무엇을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부모로서의 나를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분위기를 바꿔서 이창훈이 가족에 대한 불안이 높아진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그의 어린 시절을 분석했다.

알고보니 이창훈에게는 어린 시절 외진 동네에서 부모의 충분한 보호와 사랑을 받지못하고 고통에 시달렸던 안타까운 과거가 있었다. 이창훈은 "왜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은 없지, 왜 나는 이런 고통을 겪어야하지, 이 험한 세상을 나는 혼자 살아아햐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트라우마는 이창훈에게 그 반작용으로 대한 가족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책임감과 집착을 유발했다. 이창훈에게 가족의 안전은 어느새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있었고, 그 이유로는 "가족을 사랑하니까"라고 주장했다.
 
오은영은 이창훈의 상처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이창훈은 가족이 딱 붙어있어야 잘 붙어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밀착해있는건 집착이다. 이창훈은 중학생이 된 딸을 유아처럼 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은영은 "지금 이창훈이 하고 있는 보호는 사랑은 맞지만 아주 '작은 사랑'이다. 아이는 '큰 사랑'을 해줘야 진정으로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이창훈이 사랑의 방식이란 애착의 대상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분리불안을 호소하는 유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뼈아픈 일침을 남겼다. "불안을 잡는 것은 가족이 아니라 이창훈 자신의 몫"이라고 이창훈은 그제서야 큰 충격을 받은 듯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방송 역대 최초로 의뢰인과 오은영간 상담을 넘어서 격렬한 '썰전'의 폭풍이 지나간후, 이창훈은 비로소 "선생님이 이야기한 작은 사랑의 의미를 알겠다.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딸을 믿어주는 것이 멀어지는 게 아니라 더 가까워지는 것이구나"라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오은영은 마지막으로 이창훈의 성장을 기원하며 "버려야 어른이 된다"는 솔루션을 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솔루션을 마친 이창훈은 "딸이 이제 아이가 아닌, 한명의 인간이구나 하는 사실이 느껴진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아빠로서의 새로운 변화를 기약했다.
금쪽상담소 오은영 이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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