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10개월차 신혼부부 아내, 남편 못 믿게 된 이유

[TV 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22.11.08 14:26최종업데이트22.11.08 14:26
원고료로 응원
국제결혼, 탈북민 출신, 둘이 합쳐 세 번의 이혼 경험까지, 역대 가장 파란만장한 사연을 지닌 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1월 7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17회에서는 '추궁하는 아내-도망가는 남편, CCTV 부부'편을 통하여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있는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김종성-고수희 부부는 2021년 11월에 처음 만나 올해 3월에 혼인신고를 한 10개월차 신혼부부였다. 두 사람은 각자 이전의 결혼생활에 얻은 아이 네 명을 함께 키우고 있는 재혼 가정이었다. 이혼이라는 같은 아픔을 겪었다는 동질감으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하지만 달콤하던 신혼 생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악몽으로 변했다. 부부는 남편의 전처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이혼한 전처와 계속 만나고 있다고 의심하며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무섭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부는 그럼에도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공통적인 의지로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상담을 신청했지만, 촬영을 불과 5일 앞두고 또다시 부부싸움이 벌어지며 남편이 촬영을 거부하고 집을 나가려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아내는 남편을 만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전처와의 관계에 대한 의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제작진의 간곡한 설득 끝에 두 사람은 마음을 돌려서 다시 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
 
아내의 의심과 집착 불러온 남편의 행동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화물트럭을 운행하는 남편은 밤낮없이 운전을 하느라 바쁘고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주부 백단인 아내는 네 아이를 케어하면서도 능숙하게 살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남편이 지인을 만나 퇴근시간보다 늦게 귀가하자 아내의 표정이 돌변했다.
아내는 남편을 강하게 추궁하며 '전처와의 만남'을 의심했다. 아내는 남편이 잠시 집밖에 나가거나, 남편이 일을 하면서 이동할 때도 시간과 동선을 일일이 체크했고 일 때문에 전화를 못 받으면 1~2분 간격으로 끊임없이 통화를 시도했다. 남편은 아내의 의심이 결혼한 지 약 한 달 이후부터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알고보니 아내의 의심과 집착에도 이유가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부부관계를 하는 도중 무의식적으로 전처의 이름을 불렀던 이야기를 폭로했다. 남편은 실수였고 사과했다고 해명했지만, 아내는 남편이 사과한 게 아니라 "전처와 신혼 때 좋은 기억이 스쳐지나갔나봐"라는 변명으로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남편은 아내와 결혼한 이후에도 전처를 만나 관계를 가진 일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스튜디오를 충격에 빠뜨렸다.
 
남편은 이전에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과거가 있었다. 남편은 베트남 전처의 일방적인 요구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혼을 하게 됐음을 고백했다. 오은영은 "남편은 전처와 이혼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남편은 "그렇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남편은 현 아내와의 다툼으로 이혼 직전까지 가게되었던 시기에, 집에서도 쫓겨나며 아이들을 당장 맡길 곳이 없어서 전처를 찾아가게 되었고 결국 그날 잠자리까지 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이혼 절차가 진행중이라도 아직 헤어진 것이 아니기에 남편과 전처의 관계는 '외도가 맞다'고 정의했다. 이른바 '5월 24일' 사건은 부부간의 신뢰에 금이 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부부간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모든 것이 지나치게 속전속결"이라고 지적했다. 첫 만남 이후 불과 2주 만에 동거, 3개월 만에 혼인신고, 6개월 만에 이혼 신청까지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고 진행되고 있다는 것.
 
이어 오은영은 "남편이 결혼이라는 제도와 결혼생활에 대하여 '윤리적 해이' 현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일침을 놨다. 이혼을 통하여 이미 혼인이 종결된 전처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나, 심지어 현재 재혼한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저지른 행동은 외도가 맞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꼬인 이유는 결혼, 애인, 배우자의 개념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이나 이해없이, 그때마다 속전속결로 일을 안이하게 처리해버리는 성향 때문이라는 것.
 
오은영 "남편, 지나치게 속전속결에 윤리적 해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아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남편의 베트남 전처가 아이들을 학대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남편은 전처가 대변을 못 가리던 막내 아이를 화장실에 장시간 가둬놓았고 심지어 손찌검까지 했던 이야기를 고백하여 충격을 안겼다. 아내는 "그런 사람에게 아이를 또 맡긴다는 게 말이 되냐"고 분노하며 "아이들에게 또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아내에게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아내는 북한 출신의 탈북민 여성이었다. 아내는 22살에 사촌에게 사기를 당하여 하마터면 인신매매로 중국 유흥가에 팔려갈 뻔한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다. 아내는 필사의 저항 끝에 탈출했지만,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님을 남겨두고 혼자 한국으로 넘어와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행복한 가족들이 부러웠던 아내는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족을 꾸렸지만 남편의 외도로 또 한 번 상처를 받으며 이혼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아내는 과거사를 고백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오은영은 남편에게 "아내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사촌 때문에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고, 한국에서는 믿었던 남편에게 모욕과 무시와 모멸을 당했다. 22살 이후 가장 가까운 사람도 세상도 믿지 못 하는 삶을 산 것"이라며 "남편이 대수롭지 않게 건넨 말도 인간으로서의 존중감에 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아내의 입장을 설명했다.

아내는 남편이 트럭에 동승하여 일하는 곳을 따라다니며 감시하기도 했다. 남편이 언제든 전처를 만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수원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는 도로 위에서도 과거사 문제로 언쟁을 멈추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가 적당히 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오랜 시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니까.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아내는 "남편이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만 했어도 응어리가 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은영은 아내의 문제점으로 "상황 해결에 필요한 설명과 감정이 꼬여있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문제를 하나씩 천천히 풀어가는 게 아니라 뒤섞여있다보니 오히려 또다른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아내는 실제로 시댁 식구들에게 남편을 들들 볶는 이상한 사람으로 몰렸다며 심지어 "베트남 전처보다 못 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폭로했다.
 
남편에 대해서는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를 회피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갈등을 마주할 때 당연히 아프겠지만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부부의 갈등은 절대 해소되지 않는다.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오은영은 아내의 현재 상태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망상장애인 '의부증'이라기보다는, 베트남 전처라는 특정한 대상에 국한된 '심한 집착'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정신건강의학에서 가장 우려하는 불안의 모습이 바로 '의심'"이라고 설명하며 "아내가 자칫하면 본인의 삶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이야기로 계속되는 충돌

아내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남편과 베트남 전처의 결혼 시절 일화들을 이야기하게 했다. 방안에 누워서 듣고 있던 남편에게 아이들의 증언을 내세워 추궁하기도 했다. 어른들의 고래싸움 사이에 낀 새우처럼 동원된 아이들의 모습에 출연진은 모두 경악했다.
 
급기야 오은영은 화면을 중단시키고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았을 아이들에게 겨우 두 번째 가족이 생겼는데, 또다시 부모가 다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긴장감을 넘어 공포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하며 "아내가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것도 있지만 집요하게 추궁하는 면이 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긴장되고 무서울 것"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남편은 지인과의 대화에서 아내에 대한 속마음을 고백했다. 남편은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아내를 칭찬하며 "제가 아내에게 잘못한 것에 대하여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 잘해보고 싶은데 시간이 필요한 거다"라며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남편은 아내에게 속으로는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표현에 서툴렀다. 남편의 심리검사에서는 '아내가 전처와의 이야기를 하는 이면에는 남편과의 정서적인 소통을 더 바라고 있음을 이해하는 게 필요해보인다'는 진단이 나왔다.
 
남편은 누워있는 아내를 위하여 죽을 데워주며 화해를 시도했다. 아내는 남편의 작은 배려에 감동받아 금세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모처럼 화기애애해지는 듯하던 분위기도 잠시, 부부는 또다시 과거 이야기로 충돌을 빚었고, 자리를 뜨려는 남편에게 아내가 밥상을 밀어서 죽이 엎어져버렸다. 지켜보던 출연진은 모두 탄식했다.
 
아내의 심리검사에서는 '남편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하고 그로 인하여 남편을 과도하게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으로서 남편에게 더욱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남편이 나가고 혼자 남겨져 울고있는 아내 옆으로 아이들이 다가와서 손편지를 써주며 위로하자 아내는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

오은영은 남편에게 전처와의 분명한 관계에 대하여 질문했다. 이에 남편은 "전처와는 더 이상 만날 이유도 생각도 없다"고 선을 그으며 "아내에게 믿음을 주고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오은영은 두 사람을 위한 힐링리포트로 "의외로 아내는 그렇게 어려운 분이 아니다. 챙겨주고 따뜻하게 대해주고 나를 소중하게 여겨준다는 것만으로 감동을 느끼는 분"이라고 분석하면서 남편에게 휴게소마다 짧은 통화라도 꾸준한 연락으로 아내의 걱정거리를 미리 해소해주라고 조언했다. 또한 두루뭉술하고 안일한 대화가 아닌, 솔직하고 정확한 화법을 강조했다.

아내에게는 "어렵겠지만 머릿속의 지우개가 필요하다. 앞으로 '베트남 전처'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지우고, 남편에게 '사랑해줘'라는 단어로 대체하시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남편은 문제의 5월 24일 사건에 대하여 정식으로 사과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아내를 바라보며 "앞으로 두고두고 사과를 하겠다. 정말 미안하다"며 뒤늦게나마 못다한 속마음을 전했다. 남편의 진심어린 사과에 아내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아내도 그동안 남편을 힘들게 한 것에 대하여 사과하면서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였으면 진작 끝났을 것 같다. 앞으로는 그런 이야기를 안 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베트남 전처는 머릿속에서 지우겠다"고 약속했다. 지켜보던 출연자들도 두 부부의 극적인 화해에 눈시울을 글썽였다.
 
부부는 대기실로 돌아가 둘만의 대화를 나눴다. 아내는 "아직 자기를 많이 사랑한다.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남편밖에 없으니까. 내 선택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며 남편을 향한 진심을 고백했다. 남편은 제작진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슬쩍 아내의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루종일 굳어있던 아내의 얼굴은 남편의 칭찬을 들으며 스르르 미소가 번졌다. 파란만장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다시 행복해지고 싶은 재혼 부부의 사연이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결혼지옥 재혼부부 탈북민 오은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